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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내가 흙을 버리면 흙도 나를 버린다
흙살림 조회수 6회 26-11-0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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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흙을 버리면 흙도 나를 버린다

함무성 수필가

 

산을 깎아 터 잡은 주택으로 이사 했을 때였다. 넓은 마당에는 잡초와 덩그렇게 앉아있는 집뿐이었다. 건물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남편은 좋아했다. 남향바래기 터에 오염이 되지 않은 흙, 정원을 꾸밀 수 있는 빈터가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크레인을 동원해서 바위들을 배치하고 조경을 했다. 소나무와 단풍나무를 심고 각양의 꽃나무들도 촘촘히 심었다. 첫 해에는 흙속의 양분이 부족한지 식물들이 겨우 목숨만 부지했다. 식물의 주거지인 건강한 흙이 필요했다.

'
흙'은 무엇인가·

암석이 부서져서 생성되고 보존되며 성장해온 흙의 탄생은 약 4억 년 전으로 짐작된다고 한다. 불과 4~5컵의 흙속에는 전 세계 인구수보다 많은 수의 미생물과 박테리아가 살고 그 종류도 수 만 종 이상이되기도 한다니 흙을 '생명의 어머니' 라고 하나보다. 지표면을 덮은 흙이 있어 7월의 산과들은 푸르디푸르다.

물과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흙이지만 요즘은 그 흙이 위기를 맞고 있다. 농사짓던 사람들이 고령으로 농기구를 내려놓고, 농지를 줄여 아파트를 짓는다. 농사가 생업인 사람들은 화학비료 및 살충제를 사용하고, 성장 촉진제로 살찌워서 보기에는 명품 같은 농산물을 생산하지만 그 상품이 왠지 낯설다.

논둑의 풀이 누렇게 말라 있는 것을 본다. 콩밭 가장자리도 그렇다. 일손이 달린 농부들이 제초제를 뿌렸다지만, 제초제는 청산가리의 열배가 넘는 독성을 지녔으니 그 주변은 풀과 함께 흙속의 생명체도 다 사라진다. 과연 농산물에는 영향이 없을까.

도시는 시멘트정글이다. 직장인들은 시멘트 건물 속에서 근무하고, 아스팔트 도로를 통해 귀가해서 고층 아파트로 들어간다. 베란다 화분에 놓을 한 줌 흙도 귀한 생활을 한다. 주말이면 산을 찾고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것은 흙과 사람은 공동체이기 때문이겠다. 흙이 병들면 사람도 병든다.

집안의 텃밭과 정원의 흙을 꾸준히 가꾸었다. 잡초를 모아 퇴비를 만들고, 균배양체와 한약재찌꺼기, 계란껍질, 계분 등을 섞어 만든 거름으로 땅 힘을 키웠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람해지는 나무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제 잎을 땅에 내려놓아 스스로 땅을 비옥하게 한다.

앞마당에는 잔디가 반, 질경이가 반이다. 옥잠화 그늘에도 많은 생명들이 산다. 새벽이면 지렁이와 풀벌레를 좋아하는 새들이 재재거리며 마당을 휘젓고, 집 고양이 '까미'는 식사중인 새를 움켜잡아 틈틈이 현관 앞에 가져다 놓고 칭찬 받기를 기다린다. 잔디밭의 질경이는, '질겅질겅 밟아도 나는 괜찮다.' 하고, 밑동이 굵어진 텃밭의 대파는 흰 머리털 달린 대가리를 거꾸로 땅에 박고, 뼈대 없는 몸뚱이를 발기하듯 하늘로 솟구친다. 호박넝쿨은 겁도 없이 '클라이밍'을 하고, 가지 밭에는 아기고추 같은 가지들이 '부끄부끄' 하며 몸집을 늘린다. 건강한 나의 텃밭은 지금 청춘의 절정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기계가 작물과 잡초를 구분하여 제거하고 생물학적 방제도 할 수 있는 친환경농사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인간의 근간은 흙이며, 우리의 미래는 건강한 자연에 있기 때문이다.

흙을 만져본다. 지렁이가 일군 '떼알'들이 공기와 수분을 조절하여 검고 푸슬푸슬하다. 흙이 건강해야 작물도 건강하고, 그곳에서 자란 작물을 섭취하는 사람도 건강해진다. 우리가 흙을 버리면 흙도 우리를 버린다.

집 뒤꼍에 비닐로 덮어놓은 거름더미에서 발효냄새가 구수하다. 잘 삭혀서 텃밭에 김장배추를 심기 전에 흙에 영양분으로 섞어줄 요량이다. 산그늘이 내리는 저녁, 마당을 맨발로 걸으니 흙의 감촉이 부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