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보기 기부금내역
도시농업

페이지 정보

귀농귀촌 이야기<5> 정부는 왜 귀농이주자를 지원할까
흙살림 조회수 151회 18-07-05 14:05

본문

퓀뒍.jpg
 

질문 하나. 농촌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하면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할까? 다들 아시다시피 전혀 없다. 질문 또 하나. 도시 사람들이 농촌으로 이주하면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할까?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분명히 지원을 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농촌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하면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데 도시인이 농촌으로 가면 이런저런 지원을 한다니. 심지어 정부는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이 농촌으로 갈지를 아직 결정도 하지 않은 예비 귀농귀촌 대상자인데도 귀농 혹은 귀촌 관련 교육비를 국비로 지원한다. 우리가 받는 귀농귀촌교육 역시 국비 지원으로 진행된다. 중앙 행정부서인 농축산식품부의 공식적인 예산지원이 그것이다. 예컨대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교육의 전체 예산 가운데 직접 교육비의 20%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나머지 80%는 모두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그러니까 결코 적지 않은 정부 돈이, 곧 국민의 세금이 도시인들의 농촌 이주 전에 이미 사전 교육비용으로도 쓰인다는 말이다. 물론 이들이 실제로 농촌으로 이주하면 더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모든 지원은 2015년 7월부터 공식 시행된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적 근거에 따른 것이다.
 
반면에 농촌에서 서울로 이주하는 농촌 사람에게는 어떤 지원을 할까?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농촌에 거주하는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는 명백한 역 차별 아닌가? 그렇다면 정부가 도시인들의 농촌 이주를 지원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핵심은 현재 우리 농촌의 공동화와 고령화 현상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도시 인구의 농촌 유입이 농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국민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 몰려 있다. 도시는 우리나라 전체 국토 면적의 2%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도시 집중화 현상은 너무 과도하고 농촌 공동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농촌은 군 단위 인구가 고작 3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고 학교는 사라지거나 통폐합되고 있다. 뿐인가. 군 단위 지역에는 응급실을 갖춘 병원이 하나도 없다. 조산원도 물론 없다. 병원다운 병원을 이용하려면 이웃 도회지로 나가야 한다. 또한 농촌에서 마을 청년회를 졸업하려면 70세가 되어야 한다. 이는 농촌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말이다. 그 넓은 땅에 청년은 없고 노인들만 남아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 해법이 도시인들에게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침 도시에서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는데 2010년부터 시작된 제1차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그것이다. 정부는 만약 이들 가운데 일부라도 농촌에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다면 농촌이 어느 정도 활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도시인은 대부분 고학력자이고 사회경력이나 전문지식을 갖춘 인적 자원들이다. 다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재산도 축적한 계층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도시 출신의 인적 자원들이 농촌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농촌 지역에서 충분히 ‘혁신적 자원’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들이 혁신적인 자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농촌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결국 도시인의 농촌 이주 지원은 궁극적으로 농촌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농촌의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의 고급 인력이 농촌에서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쇠퇴한 농촌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지원을 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만약 귀농을 고려한다면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 정우창 산지귀농귀촌학교 교장 · 흙살림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