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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농가 - 달걀 올계 박병건, 문태연 부부 대표
“좋은 달걀은 농부가 아니라 소비자가 만드는 겁니다.”
제천에서 유기농 닭을 키우고 있는 박병건 올계농업회사법인(이하 올계) 대표의 말은 단호하게 들렸다. ‘좋은 달걀을 생산해도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결국 달걀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유기농 달걀 시장을 키우기 위해 현명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박병건·문태연 부부를 만나보았다.
■ 유기농 달걀 구합니다
지난해 여름 박병건 부부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유기농 달걀 좀 구해주세요!” 소비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평소 유기농 닭고기를 구입했던 소비자들이었다. 살충제 달걀 파동 탓이었다. 믿고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소비자들이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닭고기를 생산하기에 당연히 달걀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고기용 닭(육계)과 달걀용 닭(산란계)은 엄연히 그 종자부터 다르다.
박병건 대표는 쏟아지는 전화를 받으면서 좀 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달걀을 찾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당장 팔을 걷어붙이고 달걀을 생산하기로 마음먹었다.
■ 건강하게 키웁니다
산란계 3,500마리를 들여왔다. 육계를 유기농으로 키워왔기에 건강한 달걀을 생산하는데 자신 있었다. 우리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하는 한편 비슷한 크기의 마당을 만들어 밖에서도 뛰놀게 했다.
유기농 사료와 함께 유기농 밀싹과 새싹보리는 물론 최근엔 보성에서 가져온 유기농 녹차잎까지 먹였다. 닭들이 먹이를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 맛좋은 달걀을 낳기 시작했다. “닭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신나게 쪼아먹는 것을 보면 내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박 대표는 닭이 건강하게 자라면 닭을 키우는 사람은 물론, 그 닭이 생산한 달걀을 먹는 소비자도 행복해진다고 믿는다.
■ 순환을 생각합니다
산란계는 보통 70주 정도가 되면 사료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폐계가 된다. 박 대표는 이런 생산체계를 깨볼 생각이다. “가장 건강하고 싱싱할 때 맛좋은 달걀을 낳고 노계가 되기 전 유기농 닭고기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옛날 장모께서 사위에게 정성스레 준비해 주던 씨암탉과 장닭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마당에서 뛰놀며 건강하게 자라준 덕분에 말이죠.”
이와 함께 닭똥을 퇴비로 만들어 땅에 돌려줄 생각도 갖고 있다. 유기농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유기물의 순환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에게 닭똥 그대로를 나누어주고 있다.
■ 참고 기다립니다
닭을 유기농으로 키우는 것은 느린 삶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일반 닭의 성장과 비교해 1.7배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하다고 성장촉진제를 먹일 순 없다. 자연스럽게 커가도록 지켜볼 뿐이다.
박 대표는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런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유기농 달걀 값은 꽤 비쌉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영양을 위해 달걀 한 알에 100~200원 더 투자할 수 있을 겁니다. 부담스럽더라도 유기농 달걀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면 생산의 규모화가 이루어져 단가가 떨어질 겁니다. 소위 착한 가격으로 유기농 달걀을 먹을 수 있는 때가 온다는 것이죠. 그때까지 소비자들이 인내를 가지고 투자하는 마음으로 현명하게 소비해 주기를 바랍니다.”
‘꼬끼오’ 건강한 닭울음 소리와 함께 ‘꼭이오’라며 당부하는 박 대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