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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테마-딸기<4>생산농가-고령 서민호 씨
흙살림 조회수 259회 18-02-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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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생산농가 - 경북 고령 서민호, 강전병, 곽봉구

 

“10년 넘게 유기농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경북 고령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세 농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유기농 딸기농사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민호, 강전병, 곽봉구 세 농부의 유기농 딸기 농업 역사를 더듬어봤다.

 

■ 유기농에 대한 믿음

친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되고 친환경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0년대 후반에는 다양한 정부의 지원책이 행해졌다. 고령의 세 농부는 이 지원책에 힘입어 친환경농업에 들어섰다. 하지만 지원과 별도로 실제 친환경농사에 대한 정보도 없고 유기농자재를 찾아보기가 힘들어 농사를 짓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은행잎이나 마늘 등을 찧어서 병해충 예방에 써보기도 했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생산성도 떨어져 기존 관행재배의 50~60%에 머무는 수준이었다. 무농약이나 유기농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없었기에 판매도 힘들었다. 다행히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대형마트에 좋은 가격으로 납품이 가능해 친환경 농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지금은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그나마 조금 퍼져 있어서 크기가 조금 작아도, 흠집이 있어도 일부러 찾아와 구매하는 소비자가 생겨났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다. 곽봉구 씨는 “유기농 인증을 받고 어렵게 농사짓는 만큼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 같지 않다. 살충제 계란 파동을 비롯해 언론에서 인증 문제를 보도하면 그 즉시 타격을 받는다.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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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밭에 마늘을 심었다. 병해충을 예방하기 위한 한 방법이다.
유기농업을 하는 농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병해충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 유기농엔 설향이 제격

세 농부가 딸기농사를 처음 시작한 80년대 말에는 ‘보교’라는 품종을 심었다. 이때는 하우스 농사도 초창기여서 담양에서 대나무를 사와 활대를 만들어 하우스를 지었다. 수막을 이용한 보온 기술도 없었다. 그래서 딸기 수확은 이르면 3월에나 가능했다.

이어 1990년대 초반에는 수막 기술이 도입되고 품종도 ‘여홍’과 ‘여봉’으로 바꿔 2월부터 수확을 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육보’라는 품종을 도입하면서 비로소 11월부터 딸기를 딸 수 있게 됐다. 딸기의 제철이 겨울로 옮겨진 것이다.

육보 농사를 지으면서 친화경 농법을 시작했다. 하지만 육보는 친환경농사로 짓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딸기의 흰가루병을 친환경자재와 농법으로 막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한 해는 열매를 맺은 육보를 모두 갈아엎기도 했다. 상품으로 내놓기에는 힘들 정도로 병해충 피해를 입어서다.

2004년, 설향을 가져와 시험해봤다. 흰가루병에 강한 품종이라 친환경재배에 적합했다. 신맛은 다소 약하고 단맛이 좋아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았다. 수확량도 많았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쉽게 물러진다는 것이었다. 강전병 씨는 “친환경 재배를 위해 정말 다양한 품종을 시험해봤다. 하지만 아직까진 설향만큼 이 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수확도 많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이라 당분간 설향을 계속 재배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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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기는 1년 15개월 농사

딸기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딸기 농사를 1년 15개월 농사라고 한다. 한창 딸기를 수확하는 2월초부터 한쪽에서 다음해에 쓸 딸기의 싹을 키우기 위해 온도를 높여주는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3월말에서 4월초부터는 육묘장에서 육묘를 시작한다. 모종 1포기에서 30~100개의 새 싹을 받을 수 있다. 120일 동안 키운 모가 가장 좋다고 한다. 이렇게 자란 모를 9월쯤 정식한다. 즉 딸기의 모를 키워 정식하고 수확하기까지 1년 꼬박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중 3달 정도는 딸기의 수확과 모를 키우는 작업이 병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1년 농사가 15개월 농사가 되는 것이다.

 

■ 동장군보다 무서운 구름

올해 딸기는 수확이 다소 떨어진다. 지난 가을 기온이 높았던 탓에 꽃가루가 풍성한 꽃이 잘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겨울 비나 눈이 이틀 연속으로 오는 날이 몇 번 있는 바람에 썩는 비율도 많았다. 서민호 씨는 “딸기 농사는 짓는 농부들에겐 최강 한파보다 무서운 것이 구름이다. 햇빛이 차단되면 하우스 안에 습기가 마르지 않아 딸기가 썩기 때문이다”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 세 농부의 딸기밭에는 새하얀 딸기꽃과 새빨간 딸기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뽐내고 있다. 10년 넘게 유기농을 지켜낸 농부들의 자부심이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당장 화학농약을 뿌리면 더 예쁘고 더 반짝이는 때깔좋은 딸기가 나올걸 안다. 하지만 유기농부의 긍지가 있기에 거들떠보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유기농의 참 가치를 알아주면 좋겠다.” 세 농부의 긍지가 꺾이지 않도록 그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