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본문
송년모임의 끝엔 맑은낙지탕

연말이라 연이은 술자리로 몸이 고달픈 시기가 되었다. 알코올은 인체에 들어와 체내의 효소들에 의해 여러 가지 물질로 바뀌는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젖산이며 젖산은 우리 몸에 피로를 쌓이게 하고 근육을 긴장시킨다. 젖산 외에 아세트알데히드란 물질은 뇌하수체 후엽을 자극하여 극심한 갈증을 일으키게 하고, 음주 후에 만들어진 과산화지질은 지방간을 만드는 주범이 된다. 음주로 인해 생겨난 물질들이 만드는 결과를 우리는 숙취라고 말하며 음주 후에는 이러한 물질들을 최대한 빨리 배출시켜야 한다.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섭취를 권장하는 음식도 있고 조심해야 하는 음식들이 있다. 음주 후에 조심해야 하는 음식들은 주로 위와 장에 무리를 가할 수 있는 매운 음식과 기름진 음식이며 숙취 해소에 필요한 음식들은 해독작용을 하거나 열을 내리거나 갈증을 없애주는 음식들에 피로에 도움을 주는 음식들이다.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식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겨울이 제철인 것으로 숙취를 해소는 물론 자양강장의 대표적인 식품 중의 하나로 낙지를 꼽을 수 있다.
<자산어보>에서는 낙지를 “살이 희고 맛은 달콤하고 좋으며, 회와 국 및 포를 만들기에 좋다. 이것을 먹으면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고 하였고, <동의보감>에서는 “성(性)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하였다.
예부터 낙지는 원기를 돋우는 식재료로 알려져 왔다. 낙지가 많이 나는 남도의 해안지역에서는 소가 새끼를 낳거나 여름에 더위를 먹고 힘들어할 때 낙지 한 마리를 호박잎에 싸서 먹이는데 이를 먹은 소가 벌떡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소의 이야기는 실제 눈으로 본 것은 아니라 알 수 없으나 산후의 수유부에게 먹이는 미역국에 낙지를 넣은 것을 최고로 치는 것은 사실이다.
회식이든 송년회든 어떤 이름으로든 술을 계속 마시면 알코올이 해독될 틈이 없으므로 체내에 쌓이게 되어 몸은 점점 힘들어지고 기운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술을 마실 때 낙지를 안주로 낙지를 먹는 것도 도움은 되겠지만 오히려 음주 후에 먹는 낙지음식이 알코올의 해독에 크게 도움이 되고 원기를 되찾는데 좋을 것이다.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고 자양강장의 효과가 큰 질 좋은 단백질인 타우린 성분이 낙지 100g당 870mg이나 들어있어 계속되는 음주로 인한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 또한 타우린 성분은 콜레스테롤을 분해하기 때문에 동맥경화, 심근경색, 협심증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조혈작용을 하므로 대사증후군의 위협으로부터 중년의 남성들을 보호함은 물론 갱년기의 여성들에게도 권할만한 식품이다.
낙지는 어떻게 먹어도 좋지만 음주 후에는 갈증이 심하니 생낙지나 볶음 등의 요리보다는 국물이 넉넉한 음식으로 조리해 먹으면 좋겠다. 소고기와 무를 넣고 끓인 탕에 낙지 한 마리 통째로 넣고 먹어도 좋고 해물육수에 대파를 넉넉히 썰어놓고 끓이는 맑은낙지탕도 꽤 괜찮은 해장음식이 된다. 술 마시지 않은 사람이 생각만으로도 시원하게 느낄 맑은낙지탕 한 그릇이면 언제 그랬냐 싶게 숙취는 물론 일 년 내내 일하며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다 날아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