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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약동원 - 굴떡국
흙살림 조회수 555회 15-01-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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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 끓여먹는 굴떡국

 

 

해가 바뀌기 전 어머니는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하셨다. 평소 잘 쓰지 않던 그릇까지 꺼내 깨끗하게 닦고 이불빨래까지 해놓고서야 새해를 맞으셨다. 그리고 넉넉하게 쌀을 담갔다가 가래떡으로 뽑아 따뜻할 때 몇 가닥은 먼저 이웃들과 나누고 식기 전에 몇 가닥은 우리에게 주셨다. 지금이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사서 먹을 수 있는 것이 가래떡이지만 옛날에는 설에라야 먹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었다. 막 뽑아 따끈한 떡을 조청에 찍어 먹는 맛은 겨울이 되어 추위가 나면 은근히 기다려지는 것이기도 했다. 남겨둔 떡이 알맞게 굳으면 어슷하게 썰어서 새해 첫날 끓일 떡국을 위해 준비해두셨다.

떡국을 끓여 먹기 위해 뽑는 가래떡은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 길게 뽑는다. 길게 뽑은 가래떡은 풍요롭게 살기를 바라면서 돈의 모양을 본떠 동그랗게 썰어 떡국으로 끓인다. 우리는 새해 첫날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며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떡국은 이름은 하나지만 끓여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남쪽지방에서는 떡만 넣은 떡국을 주로 끓여 먹지만 나의 친정에서는 만두를 같이 넣어 떡만둣국으로 끓여 먹는다. 북쪽지방에서는 떡은 없이 만둣국을 세시음식으로 먹는다고 하니 떡국의 매끈하고 쫄깃한 식감을 즐기지 않은 모양이다. 국물을 내는 방법도 다양하여 사골이나 양지머리, 닭, 꿩고기 등을 육수로 우려내 사용했으며, 가래떡 모양도 어슷하게 썰거나 동전처럼 동글게 써는 등 하나의 이름인 떡국으로 수많은 조리법이 조상들에 의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항간에 떡국은 원래 꿩고기를 넣고 끓였으나 귀한 꿩고기를 대신하여 닭고기로도 떡국을 끓였으므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재미있는 유래도 있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럴 때는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고 겨울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식재료로 굴이 최고다. 서양에서도 굴은 강장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굴은 한방에서 석화(石花) 또는 모려(牡蠣)라 불리는데 우리 조상들은 음식으로도 먹고 약으로도 두루 먹어왔다. 궁중 어의였던 전순의가 쓴 우리나라 최초의 식이요법서인 <식료찬요>에서는 신선한 굴을 구워먹으면 피부가 매끄러워지고 안색이 밝아진다고 하였으며, 신선한 굴을 쪄서 먹으면 심신이 허약하여 불안하고 잠을 못 이루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굴의 이런 체내 작용이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하얗다’는 속담을 만들었을 것이다.

겨울을 잘 나야 봄에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겨울을 잘 나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굴처럼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올해의 세찬으로 굴떡국을 끓여 먹는다. 너무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혀가 교란된 미각으로 식재료의 제 맛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국물음식을 하더라도 감칠맛을 증폭시킨 국물을 만들어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맹물에 굴과 파만으로도 시원하고 깔끔한 단맛을 가진 국물의 맛있는 떡국이 완성되므로 이런 기회에 우리의 미각을 재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