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본문
흙살림, 괴산 농장에 ‘예술창고’ 만든다
- ‘흙의 소리’ ‘흙의 여인’ ‘흙의 가족’ 등 예술작품 전시
- 농업·예술·치유·교육 결합한 ‘흙살림 예술창고’ 및 ‘치유 농장’ 청사진 제시
충북 괴산의 유기농업 상징인 ‘흙살림’이 농업의 현장을 넘어 예술과 치유, 교육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난다.
지난 4월 16일, 괴산군 불정면 흙살림 삼방리 농장에서 ‘흙살림 예술창고 사전기획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농장의 유휴 공간을 예술적 아카이브와 교육, 가드닝이 결합한 ‘흙살림 예술창고’로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되었다.
■ 농업과 예술의 만남, 노동에서 예술로의 승화
세미나의 포문을 연 이태근 흙살림 회장은 42년간 지켜온 흙살림의 친환경농업 역사를 설명하며, 이제는 농장을 '치유 농장'으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흙을 노동으로만 보면 힘들지만, 예술로 승화시키면 삶에 의미를 둘 수 있다"며 토마토 체험, 황토찜질, 흙공 만들기 등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농업의 고단함을 문화의 언어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천호균 대표 역시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면, 농사는 세상을 구한다”는 말로 화답하며, 농부와 예술가가 생명과 아름다움을 나누는 공동체적 가치를 강조했다.
■ AI 시대, '몸의 감각'을 회복하는 공간적 실험
현대 사회의 위기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도 이어졌다. 임옥상 화백은 "AI 시대일수록 길들여지지 않은 본래의 몸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주민들이 직접 흙 위에 자기 생각을 구현하는 ‘흙의 얼굴 그리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건축가 이호남은 거대한 건축보다 '최소한의 개입'을 강조하며, 풍경이 중심이 되고 걷는 동선이 경험으로 이어지는 분산형 미술관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작게 시작하되 지역에서 크게 작동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흙살림의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는 체류형 문화 거점
공간 기획의 구체성을 더하는 제안들도 눈길을 끌었다. 김종구 작가는 "부분적인 손질이 아니라 전체 컨셉이 중요하다"며, 수국길과 라벤더 밭, 갤러리 등이 어우러져 사람들이 머물고 기억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영화 프로듀서 이진숙 씨는 "결국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생동감과 재미가 있어야 한다"며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을 짚었으며, 사회를 맡은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예술가와 주민, 학생이 결합한 '흙살림 예술뜰'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지자체 및 국가 펀드와 연계한 공공 실천의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번 세미나는 흙살림이 단순한 농사 현장을 넘어, 흙과 예술, 치유와 축제가 만나는 실험적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참석자들은 흙을 살리는 일이 곧 사람과 지역을 살리는 미래 문화 생태계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점에 뜻을 모았다. 흙살림은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다양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공간을 의미 있게 살리고 지역 공동체와 호흡하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