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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기농 리더에게 듣는다 - 제니퍼 코크럴킹(캐나다 푸드 저널리스트)?
흙살림 조회수 600회 14-09-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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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기농 리더에게 듣는다 - 제니퍼 코크럴킹(캐나다 푸드 저널리스트)

 

도시와 농업이라는 말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단어가 합쳐진 ‘도시농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고 있다. 2012년엔 서울이 도시농업원년을 선포하기도 했다. 2010년엔 미국 시애틀 시의회가 공식적인 도시농업의 해로 선토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국내에서만 진행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파리·런던·LA·밴쿠버·토론토·밀워키·디트로이트·시카고 등 전 세계적인 양상이다. 캐나다의 푸드 저널리스트인 제니퍼 코크럴킹은 도시농업의 열풍이 불고 있는 각국의 도시를 직접 찾아 현황을 살펴보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푸드 앤 더 시티>라는 책으로 엮었다. 흙살림은 세계의 도시농업 흐름을 독자분들께 전해드리기 위해 저자인 코크럴킹과 역자인 이창우 박사의 허락을 얻어 이 책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먹을거리의 불안

2003년 광우병 파동, 같은 해 중국 어린이용 유기농 배 주스의 비소 파동, 2006년 캘리포니아산 시금치의 박테리아 변종 등 먹거리 불안을 알리는 사건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값싸고 편리하다는 미명 아래 외부 위탁한 대규모 식품 생산의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많은 대도시 중심부는 제대로 된 식품점이 자취를 감추고 이른바 ‘식품사막’으로 바뀌어 갔으며, 그 결과 집 바로 가까이에서 값싸고 영양가 높고 신선한 식품을 구하기가 더 어렵게 되었다. 대개 그 지역에 남은 것이라고는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이 전부였다.

선진 공업국에 사는 사람들이 거의 모든 먹거리를 사는 식품점은 무척 효율적이고 적기 공급 생산하는 장거리 공급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실상은 이러한 시스템이 너무 효율적이라서 도시에는 어떤 주어진 시간에 겨우 3일치 식품 재고만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연료위기나 국경 봉쇄, 전쟁이나 환경 재앙이 발생하여 이러한 공급망이 끊기기라도 한다면 식품점 진열대는 며칠 안에 텅 비게 될 것이다.

2007년에 시작된 심각한 세계 경제 붕괴의 도미노 효과는 여러 나라에서 거의 동시에 특정 식품의 갑작스럽고 극적인 가격 인상이나 그런 식품의 완전한 공급 중단이라는 일련의 식량 파동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세계 신용 위기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 대국의 금융 산업 때문에 일어났지만 그 즉각적인 결과는 이집트, 예멘, 러시아, 인도의 거리와 식품시장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쌀, 밀, 감자 같은 주요 식품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폭동이 일어난 것이다. 게다가 쌀, 옥수수, 밀 같은 주요 곡물이 이제는 급성장하는 바이오연료 산업의 투입물로 여겨지고 있어서 주요 식료품 가격이 이제 화석연료 가격과 연동되고 있다.

산업적 식품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의 빈민에게 식량을 공급하여 기아를 퇴치하고 세계의 굶주림을 끝내겠다며 허세를 부렸지만 그저 문제를 엄청나게 키웠을 뿐이었다. 문제는 그동안 누구는 과식을 하고 누구는 영양실조에걸리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유전자변형 식품과 농작물을 전 세계의 기아에 대한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사람들한테서 똑같은 주장을 듣고 있다

도시농업 운동이 외부와 접촉없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은 분명 아니었다. 산업적 소비자로서 우리가 처해 있는 절망적인 상태에 대해 알면 알수록 도시농업 혁명의 본질이 얼마나 혁명적이고 전복적이며 필적인 것처럼 보이는지 점점 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도시농업이 도시 공간을 설계하고 이용하는 방법, 식량을 공급하는 방법, 식량 생산자와 지구를 대하는 방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도시농업이 그저 한때 반짝하는 ‘녹색 유행’이 아니며, 이 운동의 열기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확신하고 있다.

■ 세계 각국의 도시농업

▲ 파리

2011년 파리 식 공식 웹사이트에는 58곳에 이르는 공동체텃밭 경작 사이트가 올라와 있다. 도시 내 포도밭도 있는데, 파리 대도시권에는 132곳의 도시 및 근교 포도밭이 있고, 파리 시 행정 구역 안에는 10곳의 포도밭이 있다. 2005년 프랑스의 전국양봉협회는 도시양봉을 지원하고 장려하기 위해 도시 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 런던

3만 개나 되는 얼로트먼트 구획이 있다. 영국에서는 장기 임대 공동체 텃밭을 얼로트먼트라고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 때까지 런던에 2012개의 먹거리 텃밭을 더 만드는 시 지원 운동이 있었다. 대도시 중심부에 있는 소규모 혼합농장으로서 대부분 암소나 닭, 오리, 염소를 키우는 도시농장이 영국 전역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고, 공동체 과수원은 공동체텃밭 경작 동호회만큼이나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 로스앤젤레스

로스앤젤레스의 통합교육구에는 현재 생산량이 다양한 학교텃밭 500개가 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는 70개의 공동체텃밭이 있어 3,900가구가 먹거리 재배용으로 텃밭을 이용하고 있다.

▲ 밴쿠버

2007년에 밴쿠버 시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기 집에 마당이 있는 가구의 절반이 그 공간에서 작물을 기르고 있었다. 밴쿠버 시 웹사이트에는 마당이 없는 밴쿠버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2,200구획에 이르는 등록된 공동체텃밭 55곳의 목록이 올라와 있다. 또 ‘스핀 농업’이라는 형태의 도시 농업도 있다. 스핀(SPIN)은 소구획 집약(Small Plot Intensive)의 머릿글자를 따온 약어로, 2,000~4,000 제곱미터 정도의 토지 규모로 동시에 여러 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작물을 심는, 도시 시장 출하용 농산물 경작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기술과 작물 선택과 사업계획을 기반으로 한 도시농업을 일컫는다.

▲ 토론토

토론토 시민의 40%가 집에서 여러 가지 먹거리를 기르고 있으며, 다른 많은 사람은 시 전역에 퍼져 있는 공인 공동체텃밭 226곳에서 먹거리를 재배하고 있다. 토론토 시에는 총 구획이 1,674개에 이르는 얼로트먼트 가든도 19곳 있지만 얼로트먼트 구획을 갖고싶어하는 대기자가 500명이나 된다. 가로 중앙분리대, 홍수 요역지, 전기가스 선로 용지, 공원, 마을 광장과 도서관, 법원, 학교, 시청 건물 주위의 땅에 식용 식물을 심는 생산적 공공 경관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시민의 먹거리 지식을 늘려 ‘식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사업이다.

▲ 밀워키

틸라피아라는 물고기와 농어가 먹거리 작물의 비료를 만들고 작물이 다시 수조의 물을 여과하고 정화하는 폐회로 영양 순환체계인 ‘양어수경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초기 도시농장은 노동을 통해 경범죄에서 벗어나려고 하던 아이들을 공동체 토지에서 먹거리를 길러서 마을 공동체에 그 먹거리를 다시 기부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했다. 꽃 폭탄과 먹거리 텃밭이 효과적인 범죄 예방 도구가 된 셈이다.

▲ 디트로이트

쇠락한 공업도시에 한 사업가가 세계 최대의 민영 도시농장이라는 야심적인 사업을 제안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로서는 시를 살리기 위한 방책 중 도시농업이 유일하게 검토 중인 제안이다. 만약 시가 도시농장에 허가를 내 준다면, 세계는 디트로이트가 후기 산업도시로 전환하는 가장 급진적인 실험장이 될지 지켜볼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디트로이트는 도시농업의 세계적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다.

▲ 시카고

시카고의 산업개발업자가 ‘더 플랜트’라고 부르고 있는 새로운 도시 재이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실내 다층 농장이라는 아이디어로 ‘수직농장’이라는 아이디어 중 가장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 쿠바

쿠바 국민은 모든 도시의 빈 땅을 작은 소매점이 붙어 있는 도시 유기농 농장인 ‘오르가노포니코’로 바꾸었다. 이 농장은 농민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상당히 전형적인 협동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