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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의 황제 두릅나물_약선식생활연구 센터 고은정
흙살림 조회수 794회 14-04-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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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의 황제 두릅나물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봄이 되면 모든 나무들은 추운 겨울의 혹독함을 묵묵히 견뎌낸 것에 대한 훈장처럼 하나 둘 새 순을 피어낸다. 겨우내 땅속에 간직했던 기운을 온몸으로 밀어 올려 자신이 살아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나무의 순을 따서 먹으면 추운 겨울을 지내면서 몸 안에 쌓여 잇던 노폐물들을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있으며, 겨울에서 봄으로의 시간 이동에 머뭇거리던 인체가 그 나무의 기운을 얻어 드디어는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게 된다.
현란한 초록들이 넘실거리는 시기 이전의 잎이 피지 않은 봄 숲은 겨울 숲과 마찬가지로 황량하다. 그 황량한 봄 숲에 잔가지 없이 곧게 뻗어 자라며 제 머리 꼭대기에 순을 하나 피우는 나무가 있으니 사람들은 그 나무를 통해 드디어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나무의 어린순을 목두채(木頭菜)라 부르며 다른 이름은 바로 두릅이다. 두릅나무의 어린순이 나물로 얼마나 맛이 좋은지 말하지 말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하여 입술 문(吻)자를 쓰는 문두채(吻頭采)라 불리기도 하는데 두릅나물을 좋아하는 나는 그렇게 불리는 의미가 절절하게 마음에 와서 닿는다.
 
두릅이 나올 무렵 장터에 가면 두릅이라 불리는 나물에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대로 두릅이고, 다른 하나는 독활이라는 식물의 새순인데 키가 작고 땅에 붙어 자란다 하여 달리 땅두릅이라 부르며 한방에서는 그 뿌리가 관절통, 두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머지 하나는 개두릅이라 불리는 엄나무의 순이다. 개두릅은 엄나무의 순을 말하기도 하지만 어린순에도 가시가 있으며 녹색의 참두릅에 비해 색이 약간 붉은 두릅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두릅나무의 껍질과 뿌리는 한방에서 당뇨병에 부작용이 없이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영양학적으로 두릅이 가지고 있는 섬유질과 질이 좋은 단백질, 다양한 무기질, 비타민 B1, B2, C 등이 함유되어 면역력을 높임은 물론이고 칼슘의 함량도 높아 관절에 좋은 한의학적인 효능이 식품영양학적인 부분과 일치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량의 칼륨 함유도 체내 나트륨 배설을 도와 궁극적으로는 혈압을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 두릅나무과의 식물들대부분이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고 그래서 고혈압이나 당뇨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하니 약에 의존하지 말고 음식으로 자신의 몸을 관리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두릅은 아무런 요리의 잔재주를 부리지 말고 끓는 물에 데쳐서 초회로 즐기면 그 향과 식감이 최고로 좋다. 아니다. 간장이든 된장이든 그 어떤 양념으로 무쳐도 맛나다. 심지어 전을 부쳐도 좋고 혹시 먹다 남은 것이 있다면 묵나물로 저장을 하여도 좋다. 묵나물은 신선한 채소가 적은 겨울에 꺼내 들기름과 집간장만으로 볶으면 그 또한 별미라 두릅이 가히 봄나물의 황제임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때마침 봄이고 봄엔 두릅만한 것이 없으니 오늘 저녁엔 두릅 한 접시 상에 올려 입안에서 봄을 만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