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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 모델,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증평 최영태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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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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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 현장속으로(11)-증평 최영태
농업회사 모델,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농업회사 모델,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증평에 사는 젊은 농부 최영태(40) 씨, 3년 전 만나본 적이 있다. 그때보다 농사규모를 많이 늘였다. 요즘 그는 새로운 시도에 빠져있다. 토요일, 일요일 없이 농사일에만 파묻혀 사는 농업인도 회사인처럼 살아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3명이 의기투합했다. 그래도 놓칠 수 없는 것이 농사짓는 사람의 긍지다. 회사형태의 농업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의 토마토농장에서 알알이 익어가는 그의 희망과 농사에 대한 자긍심을 들어보았다.
최영태 씨는 작년부터 마음이 맞는 이곳 인근의 농부 2명과 함께 공동운영체제로 이곳을 관리한다. 시설하우스에 경험이 있는 그가 이곳 관리총괄을 하고 수도작과 과수농사를 짓는 다른 두 명은 시간 날 때마다 교대로 이곳을 돌본다. 회사형태의 농업을 지향하면서 모델을 만들어가기 위해 신뢰를 쌓아가는 기간으로 삼고 있다. 아직 그렇게 하진 못하지만 총수익을 통합해 3명으로 공평하게 나누어 분배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직장연봉 정도를 갖고 가는 게 목표인데 지금은 농협 과장 봉급 정도는 된다고 웃는다. 계속 시설투자에 들어가다 보니 지금은 좀 어렵다는 것.

최영태 씨의 시설하우스 농장은 증평 사곡리에 1100평이 있었는데 작년 5월 이곳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땅 6000평을 얻어 객토를 하고 대형관정 6개를 파고 하우스를 지었다. 그래서 모두 7000평 규모다. 연중생산체제를 갖추었다. 사곡리 1100평에는 신선초를 심었다가 수확하고 호밀을 갈았다. 내년에 다시 토마토가 들어갈 예정이다. 하우스가 이 정도라면 정신없이 바쁠 터. 그러나 그에게선 늘 여유가 묻어있다. 귀농 12년, 쌓인 농사기술과 생각이 그에게 넉넉한 웃음과 여유를 만든 것일까.
토마토, 방울토마토, 딸기 등 과채류에 한겨울 동안은 브로콜리, 양상추 같은 양채류도 품목을 늘였다. 과채류와 양채류를 돌려짓기하면서 작부계획을 세우고 있다. 겨울토마토는 1600평 정도 하는데 기름 부담이 보통이 아니다. 매일 토마토를 따야 되니 항상 일꾼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태국인 노동자 4명이 이곳에서 먹고 자고 한다. 연중 200톤 생산체제를 갖추었다. 모두 유기인증을 받았는데 흙살림을 통해 E마트로 전량 나간다.
2월초 전에 정식을 하는데 정식 15일 전 300평에 볏짚 300평 분량을 먼저 썰어넣는다. 볏짚의 통기성과 질소질 성분 때문에 작물에 전혀 해가 없다. 흙살림균배양체 40포(800kg), 활인산골드를 1봉 넣고 쌀겨, 숯가루, 미네랄, 천혜녹즙을 뿌린 후 로터리한다. 가을 작기 정식 전에는 균배양체만 뿌려준다.
정식 후 3화방까지는 과번무를 방지하기 위해 물을 1주일에 한번씩만 주는 데 이것이 중요한 관리 포인트. 작물의 상태를 봐가면서 물을 관리해야 한다. 겨울에 과를 키울 때는 3일에 한번씩 물을 주어야 한다. 5~6화방 때 적심을 한다.
지역 토착미생물을 채취하여 토마토 곁순과 호박, 오이를 발효시켜 액비를 만들어 3화방 개화 후 서서히 액비를 넣어준다. 지금은 흙살림 액비를 자가제조하여 쓰고 있다. 미생물제제로 남조류를 배양하여 발효액비와 미생물배양기로 혼합하여 관주하기도 한다. 과비대기에는 1주일에 2번 정도 한다. 정식 후 15일경에는 수정벌을 넣어 자연수정을 유도하는데 800평에 벌 두 통 정도 들어간다. 진딧물, 응애, 잎굴파리, 온실가루이는 천적으로 방제한다. 1주일에 한번씩 5회 정도 방사한다. 청벌레는 흙살림 BT제가 효과적이다.
목초액과 마늘액기스로 해충 기피제를 만들기도 했는데 지금은 녹색 트랩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토양 소독은 안하는데 2년 지난 후에 하우스 안에 물을 가득 담았다가 3일 정도 후에 빼주었더니 염류가 없어지는 것 같았다. 상품이 안되는 토마토들을 모아 액비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동안 제대로 된 가리질 비료가 없어 고생했는데 흙살림 천연가리가 새로 나와 덕을 많이 보았다. 질소질은 구아노가 곧바로 효과가 난다.
온실가루이, 잎굴파리 같은 충해는 천적을 활용해 잡는데 효과가 좋다. 청벌레는 청달래와 잎살림2호인 비티제가 잘 듣는다. 생길 시기에 1주에 1번, 10일에 한번 3~4번만 하면 잘 잡힌다. 세균성 역병이 문제인데 환기를 잘 하고 온도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
그는 서울 구파발에서 10년 동안 꽃가게를 하다가 95년에 꽃농사를 지으려고 귀농했다. 꽃가게를 하면서 연세대원예경영교육을 1년간 받았고 일본농업실천학원 연수도 1년 넘게 다녀왔다. 원예에 대해서는 내공이 이미 많이 쌓였던 셈이다. 고향은 인근 수안보. 그런데 꽃농사는 이 지역에 맞지 않았다. 귀농한 첫해는 고추를 심었다가 실패하고 오창농협 김창한 조합장의 권유로 시설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다. 재배법도 전수받았다. 토마토는 일 년에 두 작기를 거친다. 꾸준히 수량이 나오고 수확 많기로 토마토만한 것이 없어 토마토 농사 위주로 짓고 있다.
지금 그는 자신만의 농사법을 익히기 위해 친환경토마토 재배법에 대해 공부를 엄청 많이 했다. 그래도 잡을 수 없는 병이 많고 부족하다고 말한다.
“농산물 가공, 유통 쪽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비규격상품을 이용해서 제품을 개발하는 가공공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심하게 챙겨 알차게 할 것입니다.”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다. 장사꾼이 아닌 친환경농업인들이 모여 학교급식단체를 만들어 유통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아이들에겐 건강한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증평은 그리 큰 지역이 아니라 물류비도 줄일 수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여러 가지 형태의 모델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제 농민 스스로 자기개발을 해야 합니다. 자기희생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자기열정을 갖고 나태하지 않도록 자신을 다그치면 모두들 인정해 주겠지요.”
자기다짐을 하는 그는 농업에 발을 디딘 이상 성공한 모델을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의 얼굴엔 신념의 확신이 가득하다. 그의 토마토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의 계획이 그를 가슴 벅차게 하는 게 분명하다.
농업도 회사의 형태로 운영해보겠다고 시작한 그는 새로운 농업회사 운영모델을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다. 처음 시도하는 일은 힘들겠지만 농사에 긍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희생을 감수하면서 늘 자신의 땅 위에 열정을 보태고 있으므로 제대로 전형을 만들 수 있으리라. 도회지에서 그의 빨간 토마토를 먹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의 꿈과 신념을 함께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 : 이우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