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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실천하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예산농부, 김수구
흙살림 조회수 735회 14-03-2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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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 현장속으로(9)-김수구(예산)
생각을 실천하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예산농부, 김수구
예산은 평야지대다. 황금벌판이다. 추사고택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고덕면 사리에 생각하는 농민, 연구하는 농민이 산다. 김수구 씨(53). 나지막한 키에서 야물진 생각과 실험정신이 어디서 나오는지, 꼼꼼하기가 말할 수 없다. 자급자족용 밭만 하고 사과와 배, 벼 재배를 소농으로 농사짓는 그에게서 은은한 천상농부의 향기를 맡는다. 그와 함께 한 바퀴 농장을 둘러보고 권해주는 사과를 덥석 배어물자 그가 봄, 여름내 쏟았을 땀내도 담겨 있는 듯하다. 참 좋은 향기다.
 
우렁이 양식장, 회원농가에 보급한다                           황금색으로 출렁이는 김수구씨의 벼
 
사과밭 2,000평, 배300평, 벼 3,500평, 우렁이하우스 500평이 그가 농사짓는 전부다. 과수는 저농약 인증을 받았지만 부분적으로 무농약 실험을 하고 있다. 벼는 유기재배. 우렁이양식장은 그가 관리해 회원 농가에 모두 공급한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농사를 이어받아 72년부터 농사짓기 시작했다. 지금 아버지가 농사짓는 평수 그대로다. 나무와 품종만 개량했다.
친환경에 눈을 뜬 것은 90년 무렵 올해 작고하신 의성의 김영원 선생을 초청해 강의를 들은 것이 시작이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안전을 생각하는 농사, 생각하는 농민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5농가를 규합해 한살림생산지공동체를 시작했다. 지금 지역에서 50명 회원으로 늘었다.
초창기에 손으로 김매고 쌀겨농법도 해보고 했는데 잘 안되었다. 오리를 넣은 논은 너구리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99년에 우렁이를 사다가 300평에만 넣었다가 한달 후에 가보니 거의 풀이 없었다. 그때부터 전 회원이 우렁이농법으로 농사짓는다.
이듬해 유기재배 사양에 축분을 못쓰게 하여 우연히 작물과학원 자료를 보다가 헤어리벳치를 보고 2000년 가을부터 구해다 파종을 했다. 헤어리벳치도 품종마다 월동률이나 성장률에 차이가 많았다. 2년간은 재배에 실패했다. 그러다가 안성에서 헤어리벳치 시연회를 한다기에 가보았는데 이곳보다 파종량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파종량을 늘이고 중생계통의 품종을 뿌렸더니 절반 정도의 회원이 성공했다. 작년에는 배수가 불량한 곳 빼고는 90% 정도가 성공했다.
헤어리벳치를 녹비작물로 선택하고부터는 퇴비가 들지 않아도 되었다. 부분적으로 성장이 더딘 곳만 쌀겨나 깻묵, 유박으로 보충해 준다. 다만 배수로가 잘 되어야 하고 인산부족과 산성토양은 토양을 교정해 주어야 한다.
헤어리벳치는 벼베기 10일 전에 파종한다. 생육이 고르게 되는 것이 관건이다. 사방 1평방미터 정도 베어 생초무게가 2kg 정도 되면 갈아준다. 보통 5월10~15일경에 베준다. 헤어리벳치는 생육이 빠를 때는 하루에 200g도 늘어난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게가 많으면 벼가 도복되는 위험도 있다. 고르게 자라지 않으면 먼저 자란 곳부터 잘라주기도 한다. 푸른들가꾸기사업으로 올해는 헤어리벳치 씨앗을 전량 지원받았다.
헤어리벳치 재배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배수와 토양상태, 파종시기이다. 배수로는 논보리재배처럼 10센티 이상 최대한 깊게 많이 내주어야 얼지 않는다. 수확 후 콤바인 바퀴자국 따라 한삽씩 떠내면 배수로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다. 습기가 많으면 파종을 늦게 하는 것이 좋다. 토양은 산성토양은 생리장애를 입는다. 가급적 중성상태의 토양이 좋다. 표토만 떠서 검정해보고 인산이 적정치보다 낮을 때는 쌀겨 같은 것으로 보충해 주어야 한다. 4월 정도까지 생육이 불량해도 그대로 두고 키워주어야 한다. 헤어리벳치가 자라야 근권에 미생물이 활발하므로 최대한 키우는 것이 좋다. 그렇게 반복해서 3년간만 하면 토양미생물상이 어느 정도 안정된다. 파종량은 단보당 6~9kg. 처음에는 9~10kg 정도 넣어도 좋다.
퇴비가 안들어가니 영농비가 절감되고 저투입순환농법으로 헤어리벳치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녹비로 헤어리벳치 3년간 한 벼에는 앵미가 없다고 한다. 다만 종자가 채종이 안 되어 그게 좀 걸린다. 우리나라 기온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국가적으로 채종을 추진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벼는 4월20일경 상자못자리로 파종하고 보통 5월24일경에 이앙을 하는데 다음날 손톱크기만한 우렁이를 300평당 5kg을 넣어준다. 논물은 10센티를 유지한다. 6월 20일경에 논물을 따 놓아 물을 말리고 물고의 망에 걸리는 우렁이를 잡아낸다. 망은 그대로 둔다. 7~8월에 애나방이나 혹명나방이 발생할 경우 잎살림2호와 잎살림을 뿌려주면 좋다. 벼 잎의 색이 진하여 문고병과 충해가 우려될 때는 현미식초나 목초액을 100-200배액으로 충분히 뿌려주면 질소대사가 빨라져서 병충해 예방효과가 있다.
9월 20일경에 물고를 열어 물을 빼고 근류균을 접종한 헤어리벳치를 파종한다. 10월 초에 벼 수확을 하는데, 수확 직후 배수로 작업과 용성인비를 살포하지 않았으면 쌀겨를 살포한다. 출하는 대부분 한살림으로 한다. 이곳은 토질이 좋아 밥맛이 참 좋단다.
그의 논 한켠에는 스스로 육종한 찰벼가 자라고 있다. 수라벼에서 이삭이 먼저 나와 여물기 시작한 것 5이삭을 채취해 3년째 증식해서 지금 논 한뙈기에 이 품종을 심었다. 베개 심어서 이삭수를 많이 하고 이삭거름만 주고 키를 최대한 짧게 했더니 도복도 안 되고 잘 자랐다. 무엇보다 찰기가 뛰어나 밥맛을 좋게 한다.
사과는 봄, 가을 휴면기에 퇴비로 평당 2kg 정도 유박을 뿌린다. 클로버 중심으로 초생재배한다. 석회보르도액 3번, 살충제5번, 살균제 4번 정도 친다. 배는 잎살림만으로도 무농약이 가능한데 사과는 힘이 든다. 충이 문제다. 3년 동안 무농약 실험을 했는데 실패했다고. 올해 들어 어느 정도 실패한 이유를 찾았는데 밭의 위치에 따라 충 발생시기가 다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무농약은 예찰만 잘하면 될 듯도 하다. 페르몬 트랩을 쓰고 방제 적기보다 5~7일 전에 제충국, 잎살림을 자주 뿌리면 될 것도 같다고 한다.
작년에는 그을음병이 걸려 고생이 많았다. 한살림으로도 출하를 못하고 가락동시장으로 내기도 했단다.
사과는 저농약 인증은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다. 농약을 골고루 사용하기만 하면 인증에 문제가 없는 저농약보다는 클린인증제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낸다. 질소가 많으면 질산염이 수확물에 남는데 질산염의 기준치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농약도 허용기준치의 절반 이하는 허용하고 무농약도 비산 등의 영향으로 10분의 1은 허용하는 무농약보다는 낮은 단계의 클린인증을 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 정도 면적으로도 생활이 가능할까? 있는대로 살면 된다고 한다. 이 면적으로도 돈 잘 버는 사람은 잘 버는데 자신은 돈 버는 재주가 없어 못 번다고 웃는다. 딸 둘을 두었는데 둘다 대학을 다닌다. 한창 사과 수확에 여념없던 부인이 한마디 거든다. 이모 소개로 만나 결혼 전 가을에 이곳에 와보니 주렁주렁 열린 사과가 그렇게 보기 좋을 수 없어 결혼했는데 누가 과수원으로 시집간다면 따라가서 말린다고 부인 김경희 씨(51)가 말하는데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하다.
생각한 것을 실험하고 현장 속에서 경험을 통해 다른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농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나눠주기에 서슴없는 그 때문에 사과향기만큼이나 그의 향기가 멀리 넓게 퍼질 것을 믿는다. 이 부부의 웃음은 백만불짜리 웃음이다. <취재 : 이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