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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길’을 아는 사람, 언제나 농부인 사람 - 김종면(괴산)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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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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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 현장 속으로-김종면(괴산)
‘농부의 길’을 아는 사람, 언제나 농부인 사람
맑고 선한 눈빛,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것이 농사라고 말하는 김종면 씨는 천상 농부다. 농사를 사랑하는 사랑의 정신이 그에게 배여 있는 듯하다. 농부의 길을 묵묵히 가는 그는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채소박사다. 모두 그에게 자문을 얻어 농사준비를 한다. 심지어 씨앗까지도 그가 구해주어야 믿고 파종한다. 솔선수범해서 몸으로 보여주는 것, 말은 쉽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는 자식에게도 그렇고 주변에도 몸으로 농사 사랑을 실천한다. 부지런한 농부, 연구하는 농부, 맑고 선한 눈빛만큼이나 그에게서 ‘사람의 길’을 본다.
괴산 감물 유창리에서 농사짓는 김종면(50) 씨의 밭에는 올해 밭으로 들어갈 퇴비가 잘 숙성되고 있다. 그의 밭은 이미 로터리가 쳐 있고 1년 묵은 퇴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상토 원료들은 이미 작년 초부터 준비하여 부식시킨 것들이다. 남들 할 때 하면 재료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발효에 걸리는 시간까지 감안하여 미리미리 발품을 팔아 준비한 것들이다. 이것만 보아도 상농사꾼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는 올해 3년째 유기 사양으로 들어가는 밭 2,500평과 무농약 2,500평, 일반 1,400평 농사를 가족 힘만으로 농사짓는다. 일반 사양의 밭은 관행과 붙어있는 밭으로 이격거리 등이 문제가 되어 인증을 받지 않았을 뿐 농약은 전혀 치지 않는다. 브로콜리, 양상추, 적채, 양배추, 콩을 주로 하고 고구마와 고추도 일부 한다.
그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채소 모종농사도 함께 한다. 고추, 고구마, 채소류 모종을 길러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는데 농한기 수입이라 꽤 소득이 괜찮다. 이 지역은 20년 전부터 모종농사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따라오기 힘든 육묘기술이 쌓였다.
농사경력은 자그마치 30여년. 고추, 담배 등 아버님 농사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았다. 친환경은 2002년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판로문제에 막혀 농약 비료없이 농사 지어놓고도 일반농산물가로 팔았다. 청주로 직접 차에 싣고 나가 팔기도 했으나 소비자들이 믿지 않아 고생을 했다. 그때 연결한 소비자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3년 전부터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늦게 시작한 대신 참 열심히 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고추농사를 짓는데 진딧물 때문에 초세를 못잡아 고생했다. 가을작기에 들어가는 양상추는 한달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 육묘시 추대가 되어 한 포기도 못건질 때도 있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쌓았다. 감물흙사랑영농조합에서 채소반장으로 있다. 채소재배 기술에서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노하우가 쌓였다.
이곳에서 양채류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도 김씨 덕분이다. 양채류 주산지였던 미원쪽이 처갓집이어서 오가면서 눈여겨 보았다. 2003년에 이곳에 도입해 한두 농가가 재배하다가 지금은 친환경 주작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에는 양채류 기술이 없어 밭을 갈아엎다시피 한 적도 있다. 신품종을 한다고 심었다가 상품성이 떨어져 손실을 혼자 안기도 했다. 양채류는 다른 작물에 비해 적기를 잘 맞추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양상추는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수확하는데 그 시기에 이상고온이 오면 겉은 괜찮으나 속은 썩어 들어간다. 브로콜리도 이상고온이 치명적이다. 고온 때 수확해서 저장고에 한달 이상 두면 안 된다. 이곳도 이제 양채류를 대체할만한 작목을 개발해야 하는데 채소반장으로서 고민이 많다. 끊임없이 연구하는 그는 올해 혼자 다른 작목을 실험재배해 보려고 한다. 다행히 큰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아이도 군대에 들어가 큰돈이 들지 않은 때라 실험하기에는 적기다. 가공도 숙제다. 수확 후 남은 브로콜리잎은 대부분 그냥 버리는데 녹즙용으로 가공하면 좋을 듯하다. 상황을 보아가면서 영농조합 회원과 함께 양채류 가공도 손을 댈 생각이다.
그는 수확기 때 일손이 부족해도 가족 노동에 의지한다. 다행히 다 큰 아이들이 급할 때 도와준다. 부모 어려운 거 아니까 아들이 스스로 도와준다고. 김씨 스스로도 가족 화목이 제일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친환경농사를 하면서 그는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가장 혜택을 많이 입는 쪽은 농민이라는 것이다. 건강의 제일 큰 수혜자가 농민이라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고 한다. 아무리 유기농사를 지어도 소득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농사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이 농사이므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남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자부심 하나로 지금까지 농사를 지었다. 그러니 편하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 반문한다.
다행히 2006년을 기점으로 관행소득보다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이곳은 농가에서 개별로 농사를 지어 저장고에 넣고 공동물류를 하고 공동정산을 하기 때문에 소비지로 나가는 농산물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다. 다만 농사 잘 짓는 사람이 못 짓는 사람을 도와준다는 차원의 신뢰가 없으면 이렇게 관리하기도 힘든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감물지역 친환경농업을 헌신적으로 해온 사람들의 노고 덕분이라고 고마워한다. 그래서 해를 거듭할수록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동참하는 회원이 늘어나 흐뭇해한다.
채소종자는 시중종자를 구입해서 쓴다. 상토는 왕겨를 태워 훈탄으로 만들어 찰흙과 7:3이나 6:4 정도로 섞어 사용한다. 우분과 볏짚을 푹 썩혀서 1년 정도 준비했다가 쓰기도 했다. 최근에는 무비료상토를 주문해서 균배양체 15~20%를 미리 한두 달 전에 섞어서 2~3회 뒤집기 하여 쓴다. 액비를 거의 안주어도 잘 자랐다. 유기 육묘는 양분을 모자란 듯해야 튼튼하게 자란다. 병난 후에는 고칠 방법이 없다. 도장을 조심해야 한다. 우분과 마사토를 1:1로 섞어 써도 지장이 없었다. 내년에 쓸 소똥도 미리 구해놓았다.
우선 땅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퇴비는 무농약 포장에는 돼지똥을 사다가 대패밥과 섞어 1년 정도 발효시켜 쓴다. 양채류는 평당 30kg을 넣는다. 지금 10톤 가까이 준비하여 발효시키고 있다. 2~3년에 한번 정도 제오라이트를 평당 3kg 넣는다. 찰흙성분이 있는 당에는 평당 1~2kg를 넣는다. 양분투입만으로는 부족할 듯 싶으면 산의 부엽토를 긁어다가 퇴비더미에 섞는다. 올해도 겨울에 산에 올라가 낙엽을 긁으려고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나무들을 치워놓았다.
유기재배 포장은 자가제조한 균배양체를 넣는다. 쌀겨와 깻묵을 2:1로 섞어 흙살림골드를 혼합해 배양시켜 평당 6kg을 넣어준다. 쌀겨는 지역 RPC에서 재고 있을 때마다 가져오고 깻묵은 동네 방앗간에서 kg에 100원에 사온다. 모자라는 것은 흙살림균배양체를 평당 8kg 정도 넣는다. 친환경농업을 실천한 첫해부터 균배양체를 썼는데 유익한 미생물이 많아 일반퇴비와 섞어 투입하면 발효가 잘되고 작물이 제대로 자랐다. 농민은 자기 땅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나중에 회복하려고 하면 안 되니까 초기에 유기물 함량을 높이는 것이 제일 관건이라고 한다.
지금 김씨의 땅은 강가 땅이라 모래 성분이 많이 양분 유실이 많다. 여름에 강우도 많다. 자신의 경험으로 보아 양분을 덜 투입하면 팔 수 없는 것이 많이 나와 좀 넘치다 싶을 정도로 양분을 주는 것이 좋단다. 퇴비살포기로 한번 뿌리고 난후 경운기에 다시 퇴비를 싣고 가서 둑 부분이나 덜 뿌려진 곳은 삽으로 뿌려준다.
양채류는 냉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만 기후를 관찰해 가능한한 4월초 정도에 심을수록 좋다. 늦게 심으면 작황이 좋지 않다. 그래서 6월15일 되기 전에 수확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고온기에 접어든다. 심을 때는 빛모음500배로만 희석해 물을 주고 심는다. 빛모음은 뿌리활착과 가스피해를 방지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았다.
추비는 물이 부족하다 싶을 때 깻묵액비를 만들어 1000배로 헛골에 관주한다. 수확기에 가뭄이 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곳은 지하수가 수질이 나빠 물을 실어다가 준다. 초기 상태를 보아가면서 생육이 안 좋을 때는 수시로 액비를 준다. 후기에는 별로 효과가 없다. 토양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배수에 신경을 쓰고 습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배수에 문제가 없는 지역은 부직포를 깔지만 그렇지 않으면 예초기로 풀을 자른다. 그는 작년에 예초기 기름을 다섯 말이나 썼다고 한다. 거의 매일 예초기를 메고 있었다는 것이다.
청벌레는 잎살림2호와 전착제로 잎살림 3호를 섞어 쓰면 잘 듣는다고 한다. 거세미나방은 거의 수작업으로 잡는다. 자주 포장을 다니면서 순 딸 때 손으로 일일이 다 잡는다. 다 먹을 생각을 하고 풀과 벌레가 미우면 친환경농사를 할 수 없을터. 브로콜리는 성장기에 순을 두 번 정도 딴다. 새순은 김치를 해서 먹어도 맛있다. 청주에 고정 직거래 소비자들에게 순을 따가라고 하면 와서 따간다고. 오전 10시 이전에 수확해 저장고에 넣는다.
가을 작기에는 육묘가 까다롭다. 십자화과는 고온기에 도장이 쉽게 생긴다. 따라서 발아 때부터 온도를 수분으로 조절하면서 낮춰주어야 한다. 온도조절에 실패하면 잘록병이 생기기 쉽다. 작년에 흑백필름(안은 검은색, 바깥은 흰색)으로 멀칭을 해서 지온을 떨어뜨려 덕을 많이 보았다. 양채류 재배는 흙살림 제제만으로 유기재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소득만 생각하면 힘들다. 여러 실패를 통해, 시행착오를 통해 오늘날 자신의 길이 생긴 것을 그는 기꺼워한다. 12대 할아버지 때부터 살아온 곳이므로 자신 또한 평생 이곳에서 농사지을 곳이므로 최대한 노력해서 30년 동안 걸어온 길을 더욱 곧고 바르게 걷고 싶은 꿈을 그린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농사짓지 못해요. 게으르면 밥 못먹고 삽니다. 채소농사, 노력할 것 투성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숙제지요.”
함께 농사짓는 농사동지 부인 윤숙현(48)씨와 대학을 졸업한 장남 정태(25), 군에 들어간 준태(23)와 유창리 강가마을에서 오순도순 살고 있는 김종면 씨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 선한 눈망울처럼 단단하고 올곧은 꿈을 얹어 농사짓는 즐거움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고. <취재 : 이우성>
2007년 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