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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기념 대담-도법스님 “생명평화를 실현하는 토대는 농업, 농민입니다”
흙살림 조회수 491회 14-03-2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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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기념 대담-도법스님 “생명평화를 실현하는 토대는 농업, 농민입니다”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도법스님이 흙살림을 방문했다. 도법스님은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을 낮추고 비우고 나누어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자고 호소하며 3년 넘게 전국을 다니면서 생명평화 화두를 전하고 있는데 그 기본 토대는 어떻게 하면 농촌 농업 문제를 모든 국민들 삶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게 할 것이냐가 중요한 화두라고 전했다. 마침 흙살림 창립 1주년을 맞아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은 이태근 흙살림 회장이 나섰다. (편집자 주)

- 3년 넘게 순례하고 있는데 건강은 어떠십니까?
= 어차피 장기 순례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걷고 매일 잠자리를 옮기니까 어렵게 생각하는데 세상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릅니다. 이것이 내 삶이다, 정말 좋은 삶이다 당연히 지금은 이렇게 사는 게 필요하다 하고 스스로 정리한 상태로 시작하니까 순례하기 이전에 세상살이에서 오는 몸이나 마음의 고달픔이나 순례하면서 느끼는 것이 비슷합니다. 평소도 조심조심 가야 하듯이 순례도 균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며 가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실상사에 있을 때보다 홀가분합니다. 농담반진담반으로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 나를 비우는 것이고 자연스럽고 홀가분합니다.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 농촌이 어렵고 고령화되고 공동화되고 여러 가지 이중삼중의 고초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시대 농사짓는 의미, 농업을 지키는 의미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 인간은 먹어야 살고 생명이 살아있어야 국가도, 사회, 문화도 자유와 평등이 모두 가능합니다. 우리 삶에 모든 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여기 내 생명이 살아있음이고 살아있기 위해서는 먹어야 합니다. 먹을 것을 만드는 것이 농업이니 삶 전체에 걸려 있고, 어떤 것보다 중요하고 우선되는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실현하는 기본토대인데, 이보다 더 거룩하고 중요한 일이 있겠습니까. 생명의 고향으로의 농촌을 지키고 가꾸는 일을 전 국민이 중요한 일로 알아야 하고 농민 스스로도 최고의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사회 전체가 인정해 줘야 합니다. 하는 당사자도, 소비하는 사람도 농업에 대해 이처럼 같이 공감해야 합니다.

- 달라이라마도 미생물이 많은 땅에 농산물이 최고의 농산물이라고 했고, 아프리카에는 흙을 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흙 속 미생물이 단백질 덩어리니까 그걸 먹어서 보충한다는 것인데 흙이 그 사람들의 밥이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 연못은 연꽃이 뿌리 내려 건강하게 살아있을 때 생명이 있는 곳이 됩니다. 거꾸로 연못이 있음으로 연꽃이 살아나는 것이지요. 서로서로 의지가 되고 살리는 것인데 이것을 부처는 자비, 예수는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너를 살림으로 내가 살고 내가 살아서 네가 산다는 것이지요. 어떤 것도 이것이 있게 되는 원인에 의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조건만 되면 다 가능합니다. 먹고사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조건을 만들고 어떤 조건에서 길들여지냐에 따라서 상식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끼만 먹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안 되지만 생각이나 행동을 끊임없이 그쪽으로 훈련 시킨 결과입니다. 똑같은 사람이라도 더운 지방에 살던 사람은 추운지방에서 못 견디고 추운 지방에 살던 사람은 더운 지방에 못 견딥니다. 흙을 먹고 사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람직하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 우리나라 전체가 눈에 보이는 것 중심으로 모든 게 이루어지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흙의 세계에 농민들이 별 관심이 없는 게 농업을 위기로 가게 한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만.
= 그렇습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하면서 실제는 농촌과 농업의 가치를 부정하고 살아왔습니다. 농사짓고 사는 어버이들이 내 자식은 농사 안 시키겠다고 하고, 농촌을 천시하고 거부하고 부정하는 깊은 병에 걸려 있습니다. 정치인들이나 지도자들도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하지만 내가 농사짓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국민 정서 속에 농업 농촌을 무시하는 정서가 병으로 있고 이게 치유가 되어야 해결책이 나온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개인적으로도 주체적이고 자립적이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한 농부의 양심으로 농사해보면 보고 느끼는 것이니까 알지만, 온통 돈 논리 학벌논리로 사회가 돌아가니까 내 양심으로는 이렇게 가고 싶지만 돈 논리 학벌논리를 따라 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것이 주체적이지 못한 것입니다. 농촌 문제니까, 농민 스스로 자기 계발과 자기 가꿈들이 있어야 합니다. 지역 주체의 자립성이 필요한데, 국가 목표를 위해 지역 희생을 당연시하고 지역과 관료, 전 사회가 도시를 닮아갑니다. 그리하여 우리 지역의 중요한 것들이 무시됩니다.
근본을 들여다보면, 주체적이고 자립적으로 문제를 다뤄야 하는데 그렇게 못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인재를 안 키웁니다. 농민도 그렇고 군수, 국회의원도 지역인재를 키우는데 노력하지 않습니다. 서울대 고려대가면 난리를 치지만, 우리 동네 청년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목수를 하고 농사를 짓고 이렇게 지키고 살아가겠다고 해도 아무도 그것을 의미있게 봐 주지 않습니다. 그런 고리를 끊고 가려면 시작은 현장에서 현장의 주체들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고 이런 쪽에 착안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열어가야 합니다.

-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 살상과 파괴라는 현대문명의 모순을 알고 대안을 찾아보자, 일상에서 탐욕적 투쟁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평화 문화를 일상문화로 바꿔보자,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 이런 것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런 명분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하면 농촌농업의 문제를 모든 국민들 삶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게 할 것이냐가 중요한 화두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농촌농업의 문제를 농민의 문제로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들고 나와도 소수를 제외하고는 아주 냉담한 반응입니다. 국민들이 이것이 내 생명의 문제이고 내 삶의 절대적 조건이라고 인식하는 사회적 합의와 동의가 공유되어야 그것에 대한 바람직한 답을 찾기 위한 정책, 이론, 힘이 나옵니다. 각성받이가 되어서 지금은 다 따로따로입니다.
사회적으로 보나 개인적으로나 농촌농업은 사회의 근간인데, 이를 농민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부수고 국가와 전 국민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시키고자 합니다. 여야, 진보보수, 관민 할 것 없이 누구나 농업은 우리 사회의 근본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게 원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균형 있는 지속가능을 위해서는 농촌 농업을 이 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종교계, 여야, 진보보수 할 것 없이 큰 총론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 개발성장 정책, 시대의 대세를 부정할 수 없고, 자연 농촌 농업을 지키는 것을 균형 있게 충돌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큰 틀이 필요하고 그 속에서 정책 같은 것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 개개인의 주체적이고 자립적 입장에서 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만들고 어떤 내용으로 만들어갈 지를 연구하고 그것을 구상하고 만들어가기 위한 자기 노력들을 하되 그를 하는 것에 자기 힘만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출향 인사, 지자체, 중앙정부에 도움을 얻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가 그렇게 가면 괜찮겠다는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 이런 두 가치 축이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주민의 역량이 지금은 안 됩니다. 그를 위해서는 지역을 교육시키고 구상하고 계획하기 위한 지역발전기금이 있어야 합니다. 누가 군수가 되든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발전기금이 만들어져야 하겠습니다. 농촌의 의료문제, 복지문제, 교육문제 같은 것을 지역이 기금을 만들어서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꺼리들을 만들어 놓으면, 안정적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게 안 되면 개방이 안 되도 농촌은 무너집니다. 농촌이 다 작고 아담합니다. 이런 것이 도시가 부러워하는 조건입니다. 버림받은 지역부터 해봄직합니다. 거기에는 굉장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큰 그림을 함께 해서 지역을 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대안을 찾아갈 것인가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 농협이라든지, 농민을 둘러싸고 있는 엄청난 조직들이 농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뜯어먹기만 합니다만. 농업계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농민을 둘러싸고 있는 단체, 구조들을 포함해서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농업과 관련된 것이 다 농민들에 의해 된 것 아닌가요. 역량이 안 되고 상황들이 얽혀 있습니다. 역량도 없지만 약점이 잡혀 있습니다. 보조금 이런 것들이 맞물려 있어서 주체적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설 수도 없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이런 것만큼은 한국사회 공동의 화두로 가지고 답을 찾아보면 더 조심하고 고민하게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농민회도 실은 역량이 안 됩니다. 정치투쟁을 열심히 하니까 지역에서 인정을 못 받습니다. 바깥으로 나돌다보니까 지역 안에서의 살림이 안 됩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지역 사람들한테 인정을 못 받는데 싸우려 들고 하니 바깥에서는 더 어렵습니다.
조금 좁혀서 들여다보면 진보진영마저도 농촌농업의 문제를 자기문제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농민이나 시민운동 진영 누군가는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귀농하냐 안 하냐를 떠나서 환경생태를 건강하게 살아나는 농업을 하게 하는 것이 환경운동의 근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환경운동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되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무엇이 나올 것입니다. 농민만으로 안 되니까 시민사회 쪽에서, 범사회적인 논의가 될 수 있게 한살림, 흙살림, 인드라망 같은 것이 연대해서 쟁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작은 단체들은 너무 허덕거리니까 큰 단체들이 대안을 찾는 것으로 모여야 합니다. 시민사회 역량을 모아서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흙살림이 허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농촌과 농업의 문제를 전 국민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여러 개 중에 선택할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입니다. 그런 것들의 합의를 맞추는 것이 국민통합의 근본입니다.

- 지금까지 흙살림은 농촌에서만 활동을 했는데, 이제는 도시에서 흙살림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미생물 보급, 화분 흙 보급을 하고 있습니다. 6월11일이면 흙살림 창립 16주년을 맞는데 흙살림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 흙은 모든 생명의 어머니 품이고 어머니 자궁이기도 합니다. 그 흙을 살리는 일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동네방네 다 해야 합니다. 시골 도시 다 같이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해 가는 기술 방법은 다양하지 않겠습니까. 도시에서도 작게든 크게든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정서가 순화되고 감성이 살아납니다. 자기소리가 더 강하게 들릴 것입니다. 도시적 삶은 아니야 자연과 어울려야 돼, 이런 생각들이 살아나고 농촌, 농업, 자연 이런 가치들이 자기 삶에 중요한 가치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해 나가야 합니다. 누구나가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 계획과 운동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고민을 합니다. 사회 대중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관료와 활동가에게 던지는 말씀도 해 주십시오.
= 일을 행하다 보면 본의를 잃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마음이라고들 한다. 본래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하나의 직업인, 기능인으로 가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삶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가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인데 잘못 가고 있습니다. 시민운동도 사회의 이런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본래의 의도를 잃지 않고 제대로 가는 것이 첫째로 중요하고, 둘째는 사람에 대한 애정입니다. 우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합니다.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사람 속에서 살아갑니다. 좋던 궂던 사람 그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뜻에 맞는 사람만 좋아하고 나머지를 터부시하는 이런 문제를 뛰어 넘어야 여유있고 포용력이 있습니다. 만나고 대화해야 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변화가 가능해야 문제가 풀립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 애정이 있으면 인간적으로 인격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운동을 통해 내용이 탄탄해지고 건강해지고 폭 넓어지고 풍부해지고 윤택해져야 합니다.
<기록 정리 : 이선자>

도법스님은 제주에서 태어나 65년에 출가하여 남원 실상사 주지, 귀농전문학교 주지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2004년부터 생명평화탁발순례단 단장을 맡고 있다. 법랍46세, 세수 57세. 실상사 주지로 있으면서 98년에 사찰소유 1만평을 내놓으면서 실상사 인근 지리산 산내면을 귀농운동의 중심지역으로 자리매김하게 했으며 최근에는 면지역에서 인구가 증가한 유일한 예로 회자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안대학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스님은 걷기는 자기와 마주서는 행위이며 걷기를 통해 자기 성찰하는 방법을 찾고 자기 성찰을 통해 자기 자신, 진실과 만날 수 있다고 호소하며 3년4개월동안 전국을 순례하고 있다.
스님은 더 늦기 전에 만족이 없는 물질만능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생명의 근본인 자연과 조화하여 더불어 사는 것을 고민하자고 말한다. ‘목마르면 물을 마신다’는 법칙처럼 눈에 보이는 사실을 찾아 모두 하나의 진실된 길을 나서 거대담론을 펼치자고 가는 곳마다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