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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성스러운 것, 농업에 대한 국민 전체의 합의가 필요” - 강춘성(전국농업기술자협회 회장)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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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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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강춘성(전국농업기술자협회 회장)
“농업은 성스러운 것, 농업에 대한 국민 전체의 합의가 필요”
지금 우리 시대에 농업, 농촌의 의미는 무엇일까? 강춘성 (사)전국농업기술자협회 회장은 농업, 농촌 인식에 대한 국민 전체의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의미에 대한 합의 없이 정책을 수립하고 농사를 짓고, 농산물을 먹으면 우리 농업, 농촌의 멸종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경남 사천에서 염소를 키우며 농사짓고 있으면서 7년 동안 전국농업기술자협회를 이끌고 있는 강 회장을 서울 동부이촌동에 있는 농기협 사무실에서 만나 한미 FTA로 더욱 어려워진 우리 농업의 활로에 대한 귀한 말씀을 들었다. 흙살림 이태근 회장이 대담을 진행했다. (편집자 주)
- 요즘 근황은, 건강은 어떠신지요?
= 항상 체조하면서 운동하지요. 젖소 키우다가 이젠 염소에만 전념하고 있어요. 학교 졸업하자마자 산을 이용하는 것에 농민의 살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산지농업에 삶을 걸었지요. 산을 개간하고 조림하고 축산 한 일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비자 건강도 살리고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축종을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염소를 산에 거의 방목하고 새끼들 관찰만 잘 하면 되는데 그래도 할 일은 많아요. 폐사율이 높지요. 산야초에만 의존하다보니 영양관리가 중요해요. 그것만 잘하면 번식과 성장이 좋아요. 염소는 축산분야 중에 미개척분야에요. 정책에서도 많이 소외된 축종이지요. 전국에 4만 사육농가가 있는데 사양관리기술이나 정책농정활동, 전근대적인 유통 등 소비지 촉진 부족으로 낙후되었지요. 우리 기후와 풍토에 맞는, 가장 유기농업, 전통농업 축종인데도 제대로 가치를 몰라요. 자원도 활용하고 국민건강도 지키고 농사소득원도 높이고 그래서 한번 힘을 쏟아보자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요.
- 전국농업기술자협회는 ‘농민의 정신혁명, 농업의 기술혁명, 농촌의 생활혁명’이라는 설립이념으로 45년 가까운 역사를 쌓아왔는데요, 주로 어떤 일에 역점을 두고 계시며 앞으로 협회 활동방향은 어떤 쪽으로 잡고 계신지요?
= 63년에 만들어졌으니 꽤 오래 되었지요. 농업기술개발 확산을 위한 교육에 역점을 두었지요. 전국대회를 1년에 한번씩 지역을 돌면서 열고 교육과 해외연수, 지역조직을 보강해 왔어요. 우리 협회는 농업·농촌에 대한 비전을 도시와 농촌의 상생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두고 있으며, 도·농이 상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여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도시민이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하여 즐겨 찾는 농촌을 가꾸는데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 설립목적에 맞게, 시대변화에 맞게 변화되어야 합니다. 농촌이 살아야 농민이 살 수 있고 그것이 곧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입니다. 좌표를 바로 설정하고 농촌살리기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교육을 통해 인력개발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살맛나는 농촌, 살고 싶은 농촌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에 교육 목표를 두고 교육을 통해 변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교육에 쏟을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신과 기술, 생활 중에 어느 것을 앞에 두어야 합니까?
= 과거는 기술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농민들의 생각입니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역량 중에 우선은 정신입니다. 기술은 얼마든지 빠른 시간 안에 갖출 수 있습니다.
- 지금 친환경유기농업도 기술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농약과 비료, 제초제를 안 쓰는 대신 친환경 유기농업 기술이 중요한데 아직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만.
= 개척시대에는 아무래도 기술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안 되지요. 초창기에는 작목별로 많은 연구와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기술에도 현장기술과 연구실 기술이 있는데 농기협은 독농가들의 현장기술을 접목하는 현장기술 중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기농업쪽도 사회확산과 연결해 초창기 농기협의 모델을 본받으면 좋겠군요.
= 유기농업도 우리한테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처음 유기농업 교육을 시작한 곳은 이곳이었지요. 처음 일본 가서 유기농업을 보고 와서 우리나라에 접목시킨 것이지요.
-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유기농업이 있었는데 왜 일본에서 도입하게 되었나요?
= 문제는 농업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에 있습니다. 일본은 대를 이어 농업을 합니다. 농업, 농촌에 사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쪽이 농촌이고 농민이었습니다.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은 것이 우리 농민이었지요. 그래서 입에 풀칠하기 위해 농사지었을 뿐 우수 인력은 대도시로 나가 전통을 잇지 못했지요.
- 원래 농촌이 도시사람보다 더 잘 살지 않았나요? 언제부터 판이 바뀐 것인가요?
= 과거 농경사회 때는 농토 많이 가진 사람이 부자였고 장사나 공업쪽은 별 볼일이 없었지요. 7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가구의 소득이 높았지요. 산업사회가 되면서 농업생산지역은 쇠퇴하고 산업의 관문이 되었던 부산이니 서울이 흥하고 전라도는 쇠퇴하고 그랬지요.
- 결국 돈의 갈등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돈 못 벌고 잘 벌고의 갈등이 지금의 갈등이 된 것 같아요.
= 자본주의 발달의 핵심이 그것이지요.
- 21세기 개방화시대에 한국농정을 주도할 소규모 가족농 중심의 한국형 농업·농촌 모델 정립하기 위해 농정활동을 전개해 오셨는데, 정부의 전업농, 기업농 관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 농업, 농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관점 차이에요. 과거 농촌은 배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중요했습니다. 지금은 배가 불러 탈입니다. 그럼 이 상황에서 농촌, 농업은 무엇입니까? 과거의 연속으로 농업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 농토, 기후, 사회여건에 맞는 농촌이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기후는 몬순기후에 국토는 좁고 쓸모있는 땅도 적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우리와 뉴질랜드를 비교합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한국형 농정을 짜야 합니다. 인구는 많고 땅은 적은 우리 형편에 농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 농업은 무엇인가를 다시 봐야 합니다. 우리 농촌, 농업에 시장논리를 갖고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풀립니다. 결국 좁은 면적에 고도의 기술이 투입될 수 있어야 합니다.
21세기 한국형 농촌에 대한 정체성 교감이나 합의가 필요합니다. 시장논리의 접근보다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농촌이 되어야 합니다. 농촌사회를 지키는 것은 소농, 가족농입니다. 기업농은 농촌에 안 삽니다.
가족농, 소농은 죽을 때까지 일자리를 주는 것입니다. 멍청한 사고, 시장논리 농업만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옵니다. 국민의 삶의 질, 환경,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한다면 시장논리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농촌이 없어지고 도시국가가 되면 문제는 간단합니다. 많은 돈을 투입해서 농촌사람 주고 죽을 때까지 먹고살게 해주면 됩니다. 농촌을 살려야 된다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바람직한 미래사회를 만들려면 소농과 가족농을 살려야 합니다. 정부가 얘기하는 규모화, 경쟁력으로는 지속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정부와 갈등이 있습니다.
- 정부 정책과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농업을 생각하는 젊은 사람 중심으로 국민농업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흐름이 있습니다. 농업중심의 국민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것이지요.
= 21세기 한국 농업, 농촌은 무엇인가에 대한 국민 전체의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농업은 멸종입니다. 환경과 자연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국민 합의가 있으면 농업은 살 길이 있습니다. 21세기 한국의 농촌, 농업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합의와 이해가 우선되면 국민 모두를 위해 농업, 농촌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국민농원갖기 운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농업, 농촌에 국민이 접근하고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해야 합니다. 내 먹을 것은 농민이 좀 지어달라, 자신은 도시에서 열심히 산업 생산활동을 위해 일하겠다 하는 생각을 하는 국민을 만들려면 국민 각자가 조그마하게라도 농원을 가져 직접 농업생산 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은 농민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농업 후손들을 위한 것입니다.
- 이제 농민들도 바뀌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까요. 정부정책과 농업계에도 조언을 해 주십시오.
= 현장농민도 공동체 의식이 필요합니다. 나를 위한 것보다 같이 가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 풀립니다. 천대받고 갈데없어 농사짓고 산다는 생각으로는 안됩니다. 말초적인 이해관계만 집착해서도 안 됩니다. 자기 위주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농업, 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민도 변해야 하고 농업계에도 큰 변화가 와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중요합니다. 내 문제가 바로 우리 문제입니다. 공동체 의식이 그래서 중요한 것입니다. 영향력 있는 사람, 특히 농민 리더나 연구자 마음 속에 양심과 진실이 있어야 합니다. 어려운 농민 이름 팔아 농민을 울리면 안 됩니다. 그런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엉터리 정보로 행정을 다루고 컨설팅을 합니다. 경제, 사회 입지를 위해 단편 정보를 교묘히 활용하는 것보다 양심과 진실의 이름으로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과연 친환경 유기농업이 어려워진 한국 농업의 진정한 희망이고 전망일까요?
= 유기농업도 마찬가지로 시장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친환경 지도자 논리도 시장논리가 많습니다. 환경을 지키고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인간답게 사는 길이 그곳에 있다는 쪽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역시 소비자와 함께 풀어야 합니다. 도농이 상생하고 공존하는 농업이 될 때 유기농업이 발전하는 것입니다. 돈벌이가 된다고 하면 안 됩니다. 유기농업하는 농가는 환경지킴이로서 자부심을 갖고 자긍심을 갖고 자랑스럽게 해야 합니다. 농촌에 사는 것, 농사짓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농업을 불행, 고통, 모멸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말고 농사일에 진정 기쁨과 행복이 있고 일하는 게 즐거워야 합니다. 소 두 마리 키우는 일흔 넘은 농부는 매일 지천에 있는 풀을 베다가 소에게 먹이는 일이 낙입니다. 그것마저 없다면 건강이 악화될 것입니다. 그분에게 누가 소를 키우지 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죽을 때까지 움직일 수 있으면 일이 있는 게 농업입니다. 농업은 성스러운 것입니다. 농업, 농민, 농업계도 의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강춘성 회장은
경남 사천출신으로 사천 곤양에서 과수와 벼농사, 염소를 키우고 있는 강춘성(70) 회장은 젊으면 더 열심히 일할 텐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워한다. 젊은 사람에게 매일 배운다고 말씀하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건강을 갖고 있는 듯하다.
올해 연말에 임기가 만료되면 젊은 사람에게 맡기고 제2의 인생을 위해 인생을 정리하면서 노후에 전념하겠다고 한다. 염소 키우는 일이 장수시대 가장 바람직한 퇴직 후 일거리를 만든 것 같아 키우길 잘했다고 털어놓는다.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움직이겠다고. 그래야 가족 부담도 줄이고 사회 건강지도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있으나마한 존재가 꼭 있을 존재로 사는 것” 농촌이야말로 장수시대 제2의 인생을 사는데 가장 바람직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신념이다.
경상대 농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경남도의회 농수산위원장, 경남 낙농업협동조합 조합장, 농촌지도자 경남도회장, 전국농민단체협의회 회장, UR협상저지범국민대책협의회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2001년부터 전국농업기술자협회 회장을 맡아왔다.
<정리 : 이우성>
2007년 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