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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에 우리 농업 살리는 길이 있다 - 현의송
흙살림 조회수 740회 14-03-2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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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대담-현의송(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전 농민신문 사장)
신토불이에 우리 농업 살리는 길이 있다

농업은 6차산업이라고 한다. 농업은 식량 생산 기능뿐만 아니라 자연보존과 도시민의 산소공급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헌신적으로 지역농업을 살리는 유럽이나 일본처럼 6차 산업인 농촌의 대사회 가치인식을 높이는 일이 우선이다. 잘 모르는 정부관료를 일깨워야 한다. 먼저 농민들부터 오늘의 한국 농촌, 농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일본을 8개월간 배낭여행하면서 우리 농촌에 적합한 모델을 제시한 현의송 전 농민신문 사장으로부터 오늘 우리 농업과 농촌의 문제, 그리고 앞으로 농촌 모델이 될 지역활성화 전략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대담 : 이태근(흙살림 회장)

- 점점 농사짓는 환경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한국 농업, 농촌, 농민들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해 주십시오.
= 농민들이 기가 너무 빠져 있습니다. 의욕이 없고 희망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업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도시에 없는 것이 농촌에 있습니다. 의욕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 공부하고 찾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도시에서 출퇴근하면서 그 지역에 대한 애착이 없습니다. 군 소재지도 저녁이면 공동화됩니다. 공무원만 나쁘다고 할 게 아닙니다. 일본은 500년 가까운 지자체 역사가 있습니다. 지역 영주들이 고민해서 시설과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특산품을 많이 발굴하고 있습니다. 발전한 일본 농가에는 공통적으로 한국에는 없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인재, 다시 말해 리더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 중 대부분은 공무원입니다. 지역 발전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공직자, 우리 사회에선 그야말로 한낱 이상에 머무는 구호 같은 얘기가 그들에겐 실재했습니다. 우리는 갖고 갈게 인심밖에 없습니다. 지역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공무원의 숫자가 너무 적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 시대 흐름에 모두들 혼란스러워합니다. 각 분야에서 안고 있는 문제도 많습니다. 가장 시급히 고쳐야 할 농업계 전반적인 문제는 무엇일까요?
= 이제 농민도 시장경제의 흐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쓴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농민이나 학자, 지도자들도 할 소리는 좀 하고 살아야 합니다. 이제 변해야 합니다. 변하지 않으면 화석으로 남는 공룡 신세가 될 뿐입니다. 속도조절이 필요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알고 우리 위치에서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길이 최선입니다.
이제 곧 아세안, 필리핀, 중국, 일본과도 FTA협상을 할 것입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그때를 대비해서 외국 농업을 잘 판단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중국과 일본에 팔아먹을 것이 무엇인지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일본은 1년에 500억 달러어치나 농산물을 수입합니다. 일본과는 1시간 거리이니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농산물이면 일본에서도 먹힐 수 있습니다. 먼저 일본농민을 잘 알아야 합니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생활공동체를 만들고 서로가 이해하면서 얼굴이 보이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한다면, 그 나라의 농업도 유지되고 식량안보문제도 해결되고 자연 환경과 전통문화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농업을 버리면 자존심도 잃는다’고 주장해오셨는데, 정부 정책은 농업 인구를 줄이는 쪽으로만 가고 있습니다. 농업이 왜 중요한지 말씀해 주십시오.
= 이충무공이 우리 14대 할아버지께 보내온 편지에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글귀가 나옵니다. 호남은 한국의 대표적인 농업지대인데, 이는 곧 ‘농업이 없으면 국가도 있을 수 없다(若無農業 是無國家)’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농업을 지키는 것은 국가를 지키는 것과 같습니다.
농업대국 미국과 구라파도 지금 로컬푸드라고 해서 지역농산물 먹기 운동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토불이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에 대응하는 길입니다. 식량만은 자기지역 것을 먹어야 합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본은 농림성내에 직원 20명으로 구성된 지산지소 추진반이 있습니다. 농림성 지산지소 예산이 900억엔 정도 됩니다. 일본에서는 식육(食育)기본법을 제정해서, 농촌에서 농사 체험하는 것을 제2의 학교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수학여행을 농촌으로 가도록 권장합니다. 식생활과 농업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체험으로 이해하고 국내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서지요. 식료농업농촌기본법과 식육기본법에 식량자급률 45% 달성을 못박아놓고 있습니다. 지금은 40% 정도입니다. 신토불이가 농업을 살리는 길입니다.

- 8개월간 일본 농촌을 돌아보시고 우리나라 농촌에 적합한 모델이 될 30가지 사례를 공개하셨습니다. 일본 선진농촌의 흐름을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 현실과 잘 조화가 되는가요?
= 지방자치의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일본처럼 똑같이 하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본 농가는 도시 근로자 가구에 비해 약 120%의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처럼 도시보다 잘 사는 농촌을 만든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말해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습니다.
일본의 농민 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습니다. 마을회관에 모여 시금치를 다듬거나 곤야쿠나 빵을 만들어 농협 직매장인 파머스마켓으로 냅니다. 모두 지역내 농산물입니다. 그들은 소득과 연금을 합해 100만~200만엔 정도 됩니다. 그 정도도 안하면 회원에서 탈락시킵니다. 노인들 건강에도 좋습니다. 노인들이 가만히 있으면 치매 걸려 죽으라는 것과 같습니다. 일본처럼 노인이나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노인 일자리 제공이 어떤 복지 정책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일본은 알려줍니다.
일본은 각 현마다 농업전문대학이 있고, 학교급식에도 지역농산물이 지금은 21% 정도 되는데 2010년까지 30%로 늘인다고 합니다. 어떤 지역은 70%까지 지역농산물로 학교급식을 합니다.
유통이나 음식점 경영으로 인한 부가가치도 농가의 몫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생산만 하는 농업이 아니고 성장분야인 유통, 가공, 서비스업까지도 농업의 범주로 보아야 합니다. 일본농림성은 여성창업지원팀을 만들어 농가주부들이 음식점이나 가공공장을 설립하도록 컨설팅을 해주고 교육도 시키고 있습니다. 야마구치현은 반드시 100% 지역 쌀을 쓸 것, 전통요리를 연중 한 개 이상 낼 것, 식자재의 80%는 지역 산을 쓸 것을 약속하면 보조해주고 컨설팅까지 해줍니다. 도시에서 1~2시간 거리여도 식당이 잘 됩니다. 농협 자체가 식당업이 주축인 곳도 많습니다. 40년 동안 농가 호수가 하나도 안 준 곳도 있습니다. 안전한 농산물을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 대세입니다. 우리도 안전하고 좋은 농민식당을 하면 좋겠습니다. 젊은 농민들을 컨설팅해서 시범적으로 해보면 좋겠습니다. 일본은 할머니들이 다 합니다. 일본 사례를 참고해서 우리 나름의 방법을 찾길 바랍니다.

- <21세기 신사유람단의 밥상경제학> 책에서 시장경제를 인정, 리더육성, 농업의 6차산업화, 농산물 투명성, 땅심 높이기와 같은 일본 농업흐름을 제시하셨습니다. 지역활성화를 위해 구체적인 한국 농업, 농촌, 농민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 1사1촌이든 신토불이든 사람이 제일 중요합니다. 컨설팅이나 교육을 전 농민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정예농민, 꼭 필요한 사람만 교육하고 컨설팅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부락이라도 제대로 컨설팅하여 지도자를 육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농민단체와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우리도 신토불이 운동은 전 국민이 다 압니다. 국민운동이 될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신토불이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 나뭇잎을 상품화하는 일본 농촌 사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농촌에 도입하면 좋을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십시오.
=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가쓰(上勝)읍은 요리 장식용 나뭇잎 판매사업(감나무에서 감잎을 따서 예쁘게 염색해 판매하는 사업)으로 연간 2억 5,000만엔(한화 25억원 상당)의 수입을 올립니다. 이곳 나뭇잎 판매 사업에 등록한 회원 170여 명 가운데 주력은 60대 이상 할머니들입니다. 이들 할머니의 평균 연령은 67세로 고령임에도 월수입 200만엔이 넘는 고소득을 올리기도 합니다.
일본 나고야 안조(安城)지방에는 무화과를 제일 많이 생산하는 지역입니다. 그곳은 무화과를 고급농산물로 만들었습니다. 요정이 많은 그곳 아가씨들에게 무화과 열매를 얼려서 샤베트로 먹게 했습니다. 고급화와 타겟을 명확히 하여 인기를 끈 것입니다.
창의적이어야 합니다. 책 많이 읽고 외국 사례 많이 보고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실정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정직하고 투명해야 합니다. 일본 파머스마켓의 90%는 생산이력제가 되어 있습니다. 포장 농산물도 바코드를 대면 재배이력이 다 화면에 나옵니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농산물, 정직한 농산물이 세계의 대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출 못합니다.

-‘도시에서 흙살림운동을’ 올해 흙살림 캠페인입니다. 아스팔트 도시에서도 흙을 살릴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이 캠페인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 좋은 생각입니다. 음식물의 8조를 그냥 버린다고 하지 않습니까? 일본은 농민들이 주장해서 ‘레인보우 플랜’을 전 국민이 합니다.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과 소비, 음식물 쓰레기와 농산물의 순환, 지역 자급자족 확립을 목적으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역 전체가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여 그것으로 퇴비를 만들어 시민농원의 채소로 순환합니다. 소각하는 것보다 예산은 더 들어가지만 간접적인 교육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흙살림 캠페인도 도시 안에서 순환하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농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많이 교육하기 바랍니다.

- 정부 농정 관계자, 농업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은?
= 변해야 하고 정직해야 하고 투명해야 합니다. 농정관계자는 구체적이고도 실천적으로 일해야 합니다. 미사여구에만 빠지지 말고, 실적 위주에만 안주하지 말고 농촌사랑을 실사구시로 해야 합니다. 농민은 투명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농업은 흙을 떠날 수 없습니다. 반드시 흙을 기름지게 해야 합니다. 농민도 연구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일본은 40년 동안 똑같은 자리에서 오이를 재배해도 연작피해가 없습니다. 흙을 살려놓았기 때문입니다. 쉽게 하는 농사는 안 됩니다. 농민 스스로 독특하게, 제대로 하는 농민이 되어야 합니다.
<정리 : 이우성>

현의송 선생은?
열정 하나면 뭐든지 할 수 있고 건강해진다는 현의송(65) 선생은 앉자마자 농민들이 책을 너무 안 읽는다고 타박한다. 변화에 대응하려면 이제 농민도 책도 보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 서울대 농과대학 졸업 후 농협중앙회에 입사하여 농협대학 교수, 일본 히로시마 슈도대학 객원연구원,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이사(NPO), 전남 순천 별량농협 사외이사로 있다.
농민신문사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지 한 달밖에 안된 2005년 8월부터 2006년 3월까지, 8개월간 일본 배낭여행을 시작했다. 여행 경비는 퇴직금. 배낭 안에는 노트북 컴퓨터 한 대와 카메라. 그 8개월간 너무나 즐거웠단다. 일본 성공 사례를 보면서 이것은 어느 군에 저것은 또 어느 읍에 적용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이렇게 나온 <21세기 신사유람단의 밥상 경제학>은 일본 농촌 구석구석을 직접 걸어 다니면서 목격한 일본 농업의 성공 키워드를 밝힌 책이다. 우리 농업, 농촌을 살리기 위한 한국판 <밥상경제학>을 쓰고 싶은 생각도 있고, 일본을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따라다니며 설명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뻗어 가는 늘푸른 소나무, 그의 이름풀이처럼 자신을 키워주고 보살펴 준 농촌과 농민들 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이모작 인생을 사는 것이 자신의 남은 소명이라고 믿는다. 청계산 근처 농장에 손자 손잡고 가서 텃밭 가꾸는 것이 요즘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2007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