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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망치는 것은 조급함”

이번 달은 실제 귀농한 농부의 사례를 통해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기자가 만난 농부는 2014년 귀농, 2015년 충주에서 블루베리 체험 및 교육농장인 ‘진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희 대표다.
■ 귀농 결심
김 대표는 귀농 전 기업체에서 인사·교육을 담당하면서 창업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2010년 전후 그린컬처 등의 열풍이 불면서 농촌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농사와 교육을 접목한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귀농으로 이어졌다.
■ 정착지 선정
처음 생각은 과수를 키울 생각이었다. 그 중에서도 사과를 선택했다. 그래서 사과로 유명한 충주와 예산 지역 등을 답사했다. 그러다 귀농귀촌사이트에서 자문교수로 지정된 분과 인연을 맺었다. 충주의 한 마을에서 이장을 맡고 계신 분이었다. 2014년 충주로 내려와 무보수로 마을 사무장 일을 하면서 사과농장에서 실습을 했다.
■ 작물 선정
사과를 키우면서 농약을 뿌렸다. 그런데 농약을 뿌리고 나서 일주일 가량을 아팠다. 1년에 최소 20번 정도 농약을 친다는데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유기농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주위에선 유기농 사과는 안된다는 말만 들었다(실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유기농 인증을 받고 있는 사과농가가 상당수 있다). 친환경이 가능한 작물을 찾다가 블루베리를 선택했다(2017년 무농약 인증받음).
■ 챙겨야 할 것 1 - 교육
김 대표는 귀농 전 철저한 사전 준비작업을 했다. 여주 농업경영전문학교 귀농 1년 과정, 평택 서해영농조합 귀농 3개월 과정, 주문진 임업기계훈련원 산림기능사 3개월 교육 등 필요한 것을 찾아 공부했다. 함께 귀농한 동생은 영양사이자 제빵·제과 자격증도 갖고 있다. 블루베리를 키우면서는 충북마이스터대학 블루베리 과정을 교육받고 있다.
■ 챙겨야 할 것 2- 인맥
이것저것 교육을 받고 실습을 해 본 경험덕분에 밭에 작물을 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게다가 사무장 일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마을 분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또 일손이 필요할 때면 서슴지 않고 손길을 내밀었다. 반면 수확한 농산물의 판매처로 생각했던 도시에서의 인맥은 생각만큼 농산물을 사주지 않았다. “기존의 인맥은 다 잊고 농촌에서의 새로운 인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 챙겨야 할 것 3 - 교차기
김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곧바로 귀농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기존의 일을 하면서 정착 예상지를 정해 두루두루 경험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물 선택이든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이든 자신과 정말 맞는지를 판단해보고 결심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자칫 귀농 초기 경제적 압박에 포기할 수도 있고, 주변환경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피해야 할 것 1 - 큰 꿈
김 대표는 귀농에 대해 너무 큰 꿈을 갖고 오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귀농 교육 중 억대 농부에 대한 교육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제 귀농해서 생활해보니 ‘기본 생활비만 벌면 살 수 있겠다 생각했어도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에서 도피하듯 떠나 농촌에서 살겠다고 생각하며 귀농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 피해야 할 것 2 - 초기 투자
블루베리로 작물을 선정하고 땅을 임대했다. 묘목비가 배 가까이 비싼 품종을 선택했다. 논을 객토해 매트를 깔고 관수시설까지 갖추었다. 그런데 1년 만에 살 곳을 선택하고 농장을 구입하면서 초기 투자한 모든 것을 옮겨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처음엔 작게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조급해하며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는 것은 귀농을 망치는 길인 셈이다.



■ 그래도 꿈을 꾼다
귀농 4년차, 지난해 1,700평 블루베리 밭에서 겨우 1톤 가량을 수확했다. 하지만 우수체험농장인증서와 교육농장품질인증서를 받는 성과도 이뤘다. 쿠키와 케익 만들기 등 요리프로그램, 냅킨 아트와 가방 등 공예프로그램, 전통주와 식초, 잼 등 발효 프로그램 등 교육 내용이 알차다는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최종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교육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더디지만 차곡차곡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꽃눈을 터뜨리고 있는 진농원의 블루베리처럼 김 대표의 꿈도 하나둘씩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