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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농가 탐방-송영환(보은 포도)
흙살림 조회수 1,003회 17-09-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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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농가 - 송영환(보은 대추,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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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이라 해봤자 기껏해야 1%인데 세상을 바꾸진 못하겠지요. 하지만 변화의 계기는 될 수 있을 겁니다.”

보은에서 무농약(유기전환 1년)으로 포도와 대추를 생산하고 있는 송영환 씨는 친환경농업 복귀자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유기농이라는 말조차 흔하지 않던 시절 친환경농업에 도전했다가 결혼 후 생계를 위해 관행적 방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4~5년 전부터 기어코 친환경농업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 정직한 농사를 꿈꾸며

1980년대 ‘정직한 농사’를 짓겠다며, 공동체 생활을 통해 산 속에 들어가 율무, 콩 등을 유기농으로 재배했다. 요양과 치료 등에 관련되어 농산물이 쓰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사람들’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정말 밭 매느라 힘든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이후 공동체 생활을 접고 포도농사를 짓던 아내와 결혼, 1990년부터 포도농사를 지었다. 생계 유지를 위해 관행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당시엔 친환경농업을 소비자들이 알지도 못했고, 수확량 또한 훨씬 떨어졌기 때문이다. 1996년 지금 거주하고 있는 보은으로 거처를 옮겼다. 보은에서도 포도농사는 계속했다. 하지만 FTA 여파로 폐업을 권유하는 정책 탓에 포도나무를 베고 대추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 생것을 껍질째 먹으려면

보은에 정착하면서 지은 포도 농사는 잘 되었다. 이 지역이 포도를 주로 생산하는 곳이 아니어서 농약과 관련한 내성이 없던 덕분인지 다른 지역에 비해 절반 정도만(1년에 4~5번) 농약을 쳐도 문제가 없었다. 7월 15일 경 마지막 (화학)농약을 치고 한 달 후 수확할 때쯤엔 잔류농약을 검사해도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대추 농사를 겸하면서 걱정이 생겼다. 생과를 직접 따 먹으려다 보니 화학농약을 치는 게 꺼려져서다. 그래서 대추는 물론 포도까지 무농약을 시작했다(대추는 2012년 포도는 2013년 무농약 인증). 젊은 시절 친환경농업을 했던 경험도 있고, 지금은 친환경농업 기술도 상당히 발전해있어서 큰 걱정은 없었다.

 

■ 공부할 게 산더미인데

친환경농업을 다시 시작한 지 5년. 송영환 씨는 ‘공부할 게 참 많다’고 생각한다.

포도의 경우 거봉 계열의 피오네, 청포도 계열의 알렉산드리아, 골든핑거, 프린세스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 친환경에 맞는 품종을 선별하는 중이다. 대추는 보은에서 주로 키우고 있는 복조라는 품종을 재배하고 있는데, 식감도 더 좋고 저장도 오래 갈 수 있도록 경도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특히 대추의 경우 올해처럼 장마가 길어 고온다습한 날씨엔 착과가 쉽지 않다. 송영환 씨는 대추나무가 생식생장 대신 영양생장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수세를 억제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박피를 하거나 붕산이나 인산 엽면시비 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추를 전업으로 하는 농부와 이런저런 의견을 교환하며 아직도 공부 중이다.

 

■ 친환경 자재도 신중하게

무농약으로 대추 재배를 먼저 하던 친구가 심식 나방 피해로 무농약을 포기했다. 송영환 씨는 친구의 사례를 교훈삼아 땅에 차광막을 깔아보았다. 봄에 20~30㎝ 키운 후 차광막을 덮어주면 풀이 죽으면서 퇴비화가 되고 벌레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 차광막은 가을에 걷어 미량요소 퇴비를 주고 이듬해 봄에 다시 쳤다.

진디와 응애, 혹파리 피해는 황토유황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난황유와 고삼추출물, 돼지감자추출물, 협죽도, 백두홍 등 천연자재를 이용한다. 대신 화학농약만큼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않기 때문에 더 자주 뿌려줘야 한다. 친환경자재를 구해서 약을 만들고 더 자주 뿌리느라 힘이 더 들어가야만 하는 고된 작업이다.

 

■ 농사는 돌이킬 수 없기에

친환경 자재도 자재에 따라 사용방법이 다르다. 송영환 씨의 경우 대부분의 친환경 자재를 저녁에 사용한다. 밤사이 충분히 적셔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보르도액은 아침에 쓴다. 말라붙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특성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방심했던지 보르도액을 저녁에 뿌려 약해를 입은 곳이 발생했다. 농사란 것이 다시 돌이킬 수 없기에 작은 실수 하나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주기도 하는 것이다. 다행히 큰 피해는 아니었다.

송영환 씨는 노지와 하우스에 따라 재배법도 달라진다며, 경험 많은 사람들을 찾아 더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 아내와 함께라서

“아무튼 약해 입은 것 때문에 아내한테 혼나게 생겼어요.”

송영환 씨가 너스레를 떤다. 농사를 혼자 짓는 것이 아니라 아내와 함께 하기에 하는 말이다.

송 씨의 아내는 남편이 친환경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그냥 지켜보는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 보은에서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곳은 25농가 정도이고, 무농약은 송영환 씨 혼자였다. 대추도 친환경 농가가 30곳이 못된다. 그런데 집에서 먹을 고추, 무, 배추 등을 텃밭에 심어 퇴비만 주고 유기농으로 키워 김치를 담가보니 맛의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조직이 치밀해 저장성은 물론 맛이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젠 아내도 친환경 농업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 환경 만이 아니라 맛도

송영환 씨는 보은 대추가 타 지역에 비해 유명한 것엔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건대추를 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대추가 30% 정도 착색이 되면 수확해 말려 판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은 지역은 생과 위주로 판매하다보니 잘 익을 때까지 기다려 수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대추도 맛이 더 좋다는 것이 송영환 씨의 설명이다.

송 씨는 이에 덧붙여 친환경농업도 맛 부분에 더욱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친환경농업이 분명 환경에 대한 동기부여 차원에서 중요하고, 내가 누리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신적 환기 작용을 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맛이 없다면 소비자들이 찾지 않을 것이고, 친환경농업이 확대되기는 힘들 것이다.” 소비자에겐 ‘환경과 맛’ 두 마리 토끼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맛있고 건강한 농산물, 송 씨의 꿈도 포도처럼 주렁주렁 풍성하게 열매 맺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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