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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이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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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농가 탐방-배재현(음성 복숭아)
흙살림 조회수 759회 17-08-2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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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천지나 이상향, 또는 유토피아를 다른 말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고 표현한다. 중국 옛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말로 후난 성 무릉이라는 지역의 한 어부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복숭아꽃이 만발한 물가를 지나 작은 동굴 속 평온한 마을을 발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에선 이렇게 복숭아를 신묘한 것으로 여기는데, 도교의 영향을 받아 복숭아를 다산과 생명력, 장수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심지어 신선계에서 자란 복숭아를 먹으면 구름을 타고 다니는 등 신선이 된다는 전설도 있다.

어찌됐든 복숭아를 실컷 먹을 수 있는 제철이 왔다. 한 입 베어물면 비록 하늘을 날아다니지는 못하겠지만, 입에서 뚝뚝 떨어지는 단맛 만은 황홀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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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지역은 복숭아 주산지 중 하나이다. 풍부한 햇살을 받고 탐스럽게 영근 복숭아라는 뜻을 담은 ‘햇사레 복숭아’라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음성군의 밭 8,000여㏊ 중 962㏊가 복숭아를 키우고 있는데(2014년 자료) 이 많은 복숭아밭에서 친환경으로 복숭아를 키우는 곳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중 무농약 인증을 받고 있는 배재현 농부를 만나봤다.

 

■ 사람 대신 땅을 믿어볼까

배재현 씨는 꽤 잘나가는 인테리어 회사의 부장이었다. 하지만 IMF 시절 회사가 부도나면서 직장을 잃었다. 그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믿음도 함께 잃었다. 어렸을 적 방학 때면 농삿일을 거들던 추억과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 그리고 ‘땅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믿음과 평생직장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한데 묶여져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마침 현재 농촌선교훈련원 원장인 차흥도 목사와의 인연으로 1998년 문을 연 감리교 귀농학교에 들어가 농사를 배웠다. 원래 화학농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데다 귀농학교에서의 생태에 대한 공부가 더해져 자연스레 친환경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

 

■ 판로 걱정 좀 덜어볼까

귀농 초기엔 이것저것 농사를 다 지었다. 하지만 문제는 판로였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복숭아 농사였다. 음성은 ‘햇사레’라는 브랜드로 복숭아를 팔고 있어서 판로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게다가 감곡 농협의 기술지도사가 옆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으면서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판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친환경농사를 짓는 것이 마이너스가 되었다. 경매장에 가면 “와! 농약 안치고 농사 잘 지었네”라는 칭찬을 듣지만 물량이 적은 탓에 단가는 오히려 더 낮게 평가받았다. 그래서 직거래를 선호하게 됐지만, 아직 친환경 복숭아를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않다.

 

■ 동물들만 천국일까

복숭아 농사 첫해 80그루를 심었는데 살아남은 것은 겨우 20그루였다. 대부분 유리나방애벌레 탓이었다. 이 애벌레가 복숭아 나무 줄기 둘레를 파다가 밑둥 속으로 파고 들어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바람에 과일이 달린 채로 쓰러져 버린 것이다.

지금은 예방을 위해 유황을 백도제(친환경 자재로 사용 가능한 흰색 페인트)와 섞어 나무 밑둥 1미터를 칠해놓는다. 이와 함께 애벌레 피해를 입은 나무를 파내어 직접 손으로 잡아내는 작업을 한다.

살아남은 복숭아라고 모두 무사한 것은 아니다. 이래저래 해충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요즘은 멧돼지들의 식량이 되기도 한다. 동물들과 더불어 산다지만 그래도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다보니 주위 둠벙을 비롯해 밭 주위로 두더지, 가재, 토끼, 뱀 등등 생태계가 살아있는 모습에 감탄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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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이용해볼까

배재현 씨는 다른 농부들 앞에서 ‘친환경으로 복숭아를 키운다’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미친놈’ 소리를 듣거나 수십년 경력의 복숭아 농부들한테 ‘그게 되냐?’는 핀잔만 들어서다.

하지만 나름 친환경 농사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기에 자신감을 잃지는 않는다. 은행잎, 할미꽃 뿌리, 꽃무릇 알뿌리, 청양고추, 마늘생즙, 돼지감자 등을 6개월 이상 발효시키거나, 삶아서 추출한 엑기스를 이용해 병해충을 예방한다. 볏짚과 낙엽, 풀 잔재와 멀칭매트를 덮어서 풀을 억제한다. 목초액, 현미식초 등을 사용하여 균과 곰팡이를 억제하고 있다. 흙살림균배양체 등 미생물을 이용한 천연퇴비와 산야초 액비, 당귀, 계피, 감초를 이용해 영양제로 사용한다.

 

■ 흠 있는 자식 시집보내랴

농부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자신이 키운 복숭아를 맛있게 먹었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보람을 느낀다. 특히 무농약으로 정성스럽게 키운 복숭아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소비자를 만나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가끔은 ‘왜 이런 복숭아를 보냈냐?’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택배 도중에 멍이 들어 물러 터져버린 경우가 있어서다.

배재현 씨는 그런 소비자들에게 이런 마음을 꼭 전달하고 싶다고 한다.

“흠 있는 자식 시집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소비자에게 복숭아를 전달한다. 혹여 선별과정 중 누락되거나 배달 중 잘못 될 수 있지만 너그럽게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뜨거운 태양 아래 산 밑 자락 맛있게 익어가는 복숭아 향이 점점 깊어간다.

팁!

■ 복숭아 맛있게 먹으려면

상온에서 2~3일 정도 보관하다 신문지로 개별포장 후 냉장보관하고 먹으면 좋다. 랩으로 싸면 숨을 못쉬어 썩는다. 먹기 30분 전에 상온에 꺼내 놓아 찬기가 가신 후 먹으면 더욱 단 맛을 느낄 수 있다.

백도는 붉은 색이 많은 것부터 먹고, 품종에 따라 약간 떫은맛이 있을 수 있으나 1~2일 후숙시키면 단맛으로 바뀐다. 황도는 후숙 과일이므로 노랗고 붉은색이 돌며 말랑한 것부터 먹고, 2~3일 후숙시키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