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땅에서 키운 맛있는 멜론

생산농가 취재 - 논산 멜론 서강은

옛날 이야기에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이야기가 있다. 어머니가 앞의 두 장사를 하는 아들을 두었는데 비가 오면 짚신 장수 아들을, 맑은 날엔 우산 장수 아들을 걱정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잠깐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비가 오면 우산 장수가, 맑은 날엔 짚신 장수가 신날 것이라고 말이다.

가뭄과 늦은 장마에 농민들 시름이 깊었다. 그런데 이런 날씨 덕에 도움을 본 농가도 있다. 멜론 농가다. 마른 날씨 덕에 병충해 걱정 없이 당도 높은 멜론을 생산할 수 있었다. 올 여름 시원하고 맛있는 메론을 실컷 먹어보자.

“농사꾼이 농사짓는 게 어려우면 잘못된 거 아닌가?”

논산에서 딸기와 멜론을 키우고 있는 서강은 씨의 한마디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다 때려치우고 농사나 지어라’라는 말 속에 감추어진 농업에 대한 얕봄과는 다른 의미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농사는 뭐 쉬운 줄 알아?’라는 대꾸를 민망하게 만든다. 서강은 씨의 말은 결코 농사가 쉽다는 뜻은 아니다. 그 참뜻은 바로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농사도 프로가 되어야 한다.’

■ 계룡산이 좋아

서강은 씨의 고향은 경남 마산이다. 그런데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계룡산이 마음에 들어 10년 전 이곳 논산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농사를 통해 생계를 꾸려보겠다’는 목표로 귀농한 것이다.

그의 비닐하우스가 자리 잡은 곳은 계룡산이 훤히 보이는 곳. 논산은 딸기로 유명해 딸기농사부터 지었다. 하지만 초기 3년 동안은 쓴맛만 보았다.

■ 유기농을 향해

딸기 대학을 비롯해 공부에 시간을 투자했다. 그러던 중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손상목 세계유기농업학회(ISOFAR) 회장의 강의를 듣게 됐다. 유기농의 전 세계적 흐름과 맥락을 접하면서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유기농산물 시장이나 생산이 아직 낮은 단계이지만 분명 유기농이 대세인 시기가 올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도전의식에 불타올랐다.

■ 선배를 찾아

서강은 씨는 현재 유기농과 무농약 인증을 받는 하우스만 40여 동에 이른다. 초기 실패에서 얻은 교훈과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배운 노하우를 현장에 서 실천하면서 실력을 쌓아갔다. 요즘엔 병충해에 강한 품종들도 있고, 다양한 친환경농자재들도 있어 유기농 접근이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시기입니다. 친환경농사는 미리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 멜론을 키우며

딸기 농사 중간 중간 멜론과 토마토, 상추 등을 키운다. 특히 멜론은 연작피해가 심하기 때문에 윤작(돌려짓기)은 필수다. 멜론을 정식하기 전 흙살림균배양체를 250평 하우스에 20㎏짜리 50포 정도를 뿌린다. 그러면 멜론을 키우는데 적당한 양분과 땅심을 갖게 되어 더 이상의 추비가 필요없다. 멜론은 물론 다른 작물들에서도 때만 잘 맞추어가면 농부들이 한 숨 돌릴 틈을 준다. 망중한(忙中閑). 농사의 묘미다.

■서강은 씨의 멜론 재배법

정식 후에 물을 끊는다. 그러면 화분이 많아지고 수정이 잘 된다. 수정 후에는 물을 두 배로 준다. 이때부터 1차 비대기가 진행된다. 이 기간에 수확하는 크기의 2/3 정도가 자란다. 또 2~3개 착과된 것 중 모양이 예쁜 것 하나를 남겨두고 속과한다. 그물도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후 2차 비대기 때는 그물의 모양이 잡힌다. 3차 비대기가 되면 그물이 뚜렷해지고 익기 시작한다.

멜론의 품질관리는 물 조절로 이루어진다. 장마 때 병충해가 많이 오는데 올해는 가문데다 장마가 늦어지면서 멜론이 자라는데 최고의 환경이었다.

멜론은 23~25마디 정도 자라면 적심을 한다. 밑에 잎이 과의 크기를 결정하고, 위에 잎이 당도 등 품위를 결정한다. 보통 13마디 전후에 과를 달면 품위가 좋다. 멜론이 달리면 하나하나마다 끈으로 묶어 낙과를 방지한다.

■맛있는 멜론은

그물모양이 두꺼워지고 색이 흰색으로 변해가는 모양을 보고 익는 정도를 파악한다. 그물모양이 뚜렷하고 톡 튀어나왔으며 전체적으로 흰 색의 느낌을 주는 것이 잘 익은 것이다. 서강은 씨는 이에 더해 “살아있는 땅에서 키운 것이 맛도 살아있지 않을까. 친환경 농산물을 많이 이용해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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