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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으로 재배하니 오미자의 다섯 가지 맛이 잘 살아나요.”
경북 문경에서 오미자를 키우고 있는 장재구씨. ‘오미자가 오미자가 되어야지 ‘사미자’, ‘삼미자’가 되면 곤란하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진다. 해발 300m 이상의 환경에서 화학농약 없이 건강하게 자란 오미자가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매운맛의 다섯 가지 맛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 고향이 좋아
장재구 씨는 원래 성악(바리톤)을 전공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서울에서 전공을 살려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에는 지금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밥벌이가 힘들었다. 몸도 마음도 추스를 겸 고향으로 내려온 것이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이라면 사정이 달라졌을까. 장 씨는 고개를 흔든다. 형편이 나아진다 한들 다시 도시로 나가고 싶진 않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로 올라오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거절했다.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는 삶이 행복해서다.
■ 유기농이 좋아
고향에 내려와서 처음엔 지역 요양병원 총무로 직장생활을 했다. 이때 결혼도 해서 아이도 낳았다. 그런데 부모님이 연로하는 것이 눈에 밟혔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장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마침 문경이 오미자를 특화시키는 과정이었다. 콩과 고추를 심던 밭을 오미자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유기농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차근차근 무농약부터 출발했다. 2011년 무농약 인증을 받고 이젠 유기농 전환을 거쳐 유기농으로 나갈 생각이다.
■ 흙 살림이 좋아
오미자는 덩굴식물이다 보니 제초제를 뿌릴 수가 없다. 친환경재배에 이만큼 좋은 작물도 없다. 하지만 관행재배농가들은 부직포로 땅을 완전 뒤덮는다. 땅을 죽이는 것이다. 오랫동안 관행으로 오미자를 심은 곳은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것을 보았다. 여름 내내 풀을 베느라 정신없지만 흙을 살려야 오미자도 건강해진다. 무농약 재배를 계속 하다 보니 땅이 살아나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다. 다양한 동·식물이 번성하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주위에 녹비작물을 심어 예초하는데 쓰는 힘도 덜고 영양분도 공급할 생각이다.
■ ‘흙살림’이 좋아
장재구씨는 문경오미자협회를 통해서 유기농자재를 공급받아왔다. 그런데 공급이 끊기면서 농자재를 어디서 구입해야 할지 막막했다. 예전에 쓰던 제품들 중 효과가 좋은 것을 기억해 빈 병을 찾아봤다. ’흙살림’ 제품이었다. 당장 흙살림 공장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이를 통해 ‘흙과 농업과 환경을 살린다’는 흙살림의 철학을 이해하고 그 길에 동행하게 됐다. 흙살림을 통해 알게 된 유기농업인들을 존경하면서, 함께 유기농업을 발전시켜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 오미자가 좋아
무농약을 하면서 오미자 수확량은 줄어들었다. 1/4에서 많게는 절반 가까이나 거두어들이는 양이 적어진 것이다. 관행에 비해 알도 작고 송이도 작다. 하지만 맛과 향은 더 낫다. 다행히 값도 어느 정도 보상받는 편이다. 장재구씨는 친환경 재배를 통해 생산된 오미자는 오히려 약에 가깝다고 생각할 정도다. “작고 볼품은 없지만 오미의 맛을 가득 품은 건강한 먹을거리로 사람들에게 유익하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