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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농가 - 이태협(여주 고구마)

“고구마 맛은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크게 좌우됩니다.”
경기 여주에서 고구마·땅콩 농사 등을 짓고 있는 이태협 영춘농원 대표는 맛있는 고구마의 비결은 종자와 보관법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이제 귀농 6년차 이지만 다양한 연구회 활동 등을 통해 농사의 재미와 기술을 터득해가고 있다.
■ 그 독한 제초제를 왜 써?
이태협 대표는 귀농 첫해부터 고구마 농사를 시작했다. 농사라고는 전혀 몰랐던지라 농업기술센터 교육이나 남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고구마 농사를 지으면서 제초제를 쓰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풀을 예방하기 위해 고구마를 심기 전에 제초제를 잔뜩 뿌리고 땅을 가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땅 속 작물이라 생각해서인지 일반 소비자들도 제초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이 대표는 관행방식대로 무작정 따라할 수가 없었다. 귀농을 준비하면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풀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없었다. 풀이 자라면 그저 예초기로 잘라주었다. 하지만 농사란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 이건 실패가 아니라고!
초보 농부이다 보니 꼼꼼하게 모든 것을 살피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해남에서 고구마 종자를 가져다 썼는데 종자의 품종이 섞어있는 바람에 농사를 망치기도 했다. 밭에 골을 파기 위해 남의 트렉터를 빌려 쟁기를 끄는데 이것에 병이 옮겨오기도 했다. “뭐, 실수를 통해 배우는 거죠. 이런저런 피해를 막는 방법으로 돌려짓기를 선택하고 있어요. 또 믿고 쓸 수 있는 종자가 필요해 지금은 모종을 구입하기 보다는 직접 종자를 키우기도 합니다.”
첫해에 땅을 만들려고 우분을 너무 많이 넣다보니 오히려 잡초가 더 무성하게 빨리 자라서 퇴비 원료도 신경을 쓴다. 주위 무항생제 농장의 소똥과 말똥, 집에서 키운 닭의 똥을 아주 조금만 첨가해 1년간 발효시켜 뿌린다. 흙살림 미생물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난 사람 농사도 짓지요
이 대표는 농사 공부도 열심이다. 고구마연구회, 복숭아연구회, 가공연구회, 사이버농업인연구회 등 각종 연구회는 물론이거니와 농촌관광협의회, 여주시 귀농·귀촌 협동조합에서 활동 중이다. 이 대표는 “일반 농사보다 사람 농사를 더 짓는 것 같아요”라며 활짝 웃는다. 이렇게 외부 활동에 열심인 것은 농사를 더 잘 짓는 분들을 통해 그 경험을 배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직거래로 판매에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넉살(?) 때문일까. 앞으로의 계획은 귀농실습교육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내년부터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할 생각이다. 과수·노지·시설·특용작물을 대상으로 친환경농업을 가르쳐나가려고 한다.

■ 맛있는 고구마 비결은…
이태협 대표는 올해 베니하루카라는 고구마를 심었다. 소위 ‘꿀고구마’라고 부르는 품종이다. 수확 초기에는 밤고구마 맛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호박고구마 특성을 갖는다. 소비자 선호도를 보면 점차 호박고구마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올 여름은 유독 가물어 평년이라면 120일 정도 재배 후 수확하지만 올핸 150일 정도 키우고 있다.
고구마 맛은 품종도 품종이지만 보관이 중요하다. 흔히 큐어링이라고 하는 작업을 거치면 맛이 훨씬 좋아진다. 큐어링은 고구마를 수확 후 1주일 이내에 온도는 30~35℃, 상대습도는 90~95%로 조절한 공간에 4일 정도 두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하면 수확할 때 생긴 상처가 쉽게 아물게 된다. 또 껍질이 코르크화되면서 막이 생겨 저장 중 수분 증발량이 적고 단맛이 좋으며 저장력이 강해진다. 이 대표는 이런 고구마라 하더라도 영하 10도가 떨어지는 날엔 냉해를 입을까 직거래 주문이 들어와도 택배로 붙이지 않는다. 집에서 보관할 때는 냉장고에 넣어서는 절대 안되고, 15℃ 정도 되는 곳에 신문지로 싸서 두는 것이 좋다. 아파트라면 겨울에 현관 입구 쪽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