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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농가 소개 - 라영환(충주 포도)
흙살림 조회수 1,217회 16-07-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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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농가 - 라영환(충주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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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않고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충주에서 토마토와 포도를 재배하는 라영환(61)씨는 친환경농업 초창기부터 유기농업을 시작했다. 농사짓는 것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살아오던 중 유기농업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고 유달영 박사의 강의를 듣고 유기농업에 대해 감명을 받았다. 때마침 충주에서 윤경환(현 유기농업협회장)씨가 유기농업을 하고 있어서 그 뜻을 함께 했다. 하지만 친환경농업의 길은 결코 만만치않았다.

 

■ 맨 손으로 시작하다

친환경농업 초창기엔 마땅한 자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모든 걸 사람 손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유기농업의 뜻은 십분 공감했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것은 너무나 고된 일이었다. 그래도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는 생각으로 유기농업에 전념했다.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 유기농업을 위한 미생물이 없어서 일본의 도라지 효소를 수입해서 썼다. 효소의 미생물을 이용해 퇴비를 만들고 액비를 제조했다. 다행히 1990년대부터 흙살림이 국내 미생물을 개발하고 유기농자재들이 생산되면서 일손을 덜 수 있게됐다. 3년 전부터는 흙살림 균배양체를 이용해 부엽토와 친환경우분을 섞어서 퇴비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잘들어’ 덕분에 병충해 피해도 적었다. 생선아미노산에 흙살림 ‘빛모음’을 활용해 액비도 직접 제조해 쓰고 있다. 직접 만든 퇴비 덕분인지 포도의 과피도 두껍고 맛도 좋다.

 

■ 포도농사에 도전하다

토마토 농사를 짓던 중 2007년경 알렉산드리아 포도가 수익성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위 사람들과 힘을 합쳐 포도 작목반을 만들어 포도 농사에 도전했다. 최근태 알렉산드리아포도연합회 회장으로부터 1년간 기술제휴를 맺어 기술도 전수받았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포도도 수입산 포도로 인한 가격 폭락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2004년 칠레에 이어 페루·미국·호주와의 FTA 체결로 포도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포도농가들이 설자리를 잃었다. 10가구가 넘었던 포도작목반도 이젠 혼자만 남았다.

그러다보니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충주지역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농가가 적다보니 일손이 부족해 사람을 쓰는 것도 쉽지않다. 일하러 온 사람들이 포도재배 기술이 없어 1시간 가까이 교육을 시켜보지만 신통치가 않다. 적과를 하다 포도나무를 못쓰게 만드는 경우도 허다했다.

“저도 앞으로 계속해서 포도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하지 못하겠어요. 포도 가격이 포도 농사 첫해 절반값 정도이니 수익성이 너무 떨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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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평온하다

라영환씨는 실제 포도농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요즘 한숨이 깊다. 한겨울 브로콜리와 한여름 상추 재배 등 실험작목을 통해 기술력 향상에 힘쓰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농업에 대한 생각은 전혀 변함이 없다. ‘유기농업의 참뜻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겨나 이제 빛을 보기 시작했다’며 힘들더라도 친환경농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농약을 치지 않으면 일단 제 마음부터 평온해집니다. 그리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는 뿌듯함도 있죠.”

그렇다고 친환경농업이 만만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경매장에선 관행재배한 농산물과 똑같이 취급받기 일쑤고, 소비자 중 일부는 친환경인증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일부 잘못하는 농가들도 있겠지만 소비자들께서 친환경 농산물을 믿고 먹었으면 좋겠다.”

라영환씨의 작은 바람이 친환경농가가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걸어가도록 하는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