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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농가 - 진천 오세훈

“친환경농사는 남의 눈치보며 짓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유기농업을 하면서 돈벌이는커녕 마냥 손해만 보면서도 농약 치며 농사지을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오세훈 씨(59). 본격적으로 딸기 수확을 앞두고 있는 그의 비닐하우스를 찾아 농사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 벌써 죽었을 목숨
사회생활이 한창일 40대 초반, 오세훈 씨는 당뇨병을 앓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접고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시작했다. 그때가 1997년. 자신의 건강문제로 시작한 농사였기에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다. 땅에 남아있던 잔류농약 탓에 친환경인증은 2005년부터 받기 시작했다. 저농약, 무농약, 유기전환을 거쳐 2011년부터 유기농 인증을 계속 받아오고 있다. 하우스 26동 총 5,000여 평에 17개 품목이 모두 유기농이다. 겨울엔 딸기와 토마토, 애호박을 주로 키운다.
“농사를 안 지었으면 벌써 죽었을 거다. 농사 덕에 건강을 찾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건강한 먹을거리를 주고 싶어 유기농업을 굳건히 지켜왔다고 한다.
■ 유기농업은 자연
오 씨의 농장엔 염소 두 마리와 닭 20여 마리가 있다. 염소와 닭을 키우는 것은 농작물의 부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은 또한 농작물이 건강한지를 검증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닭과 염소가 비실비실하다면 자신의 농작물이 튼튼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정을 위해 풀어놓은 벌들이 씩씩하게 돌아다니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농작물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염소는 제초작업에도 활용한다. 하우스 주변의 풀들을 남김없이 먹어치워 준 덕분에 농장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대부분 스스로 만들어 쓰고 있다. 액비의 경우엔 딸기 부산물과 못쓰게 된 딸기와 부엽토를 섞어 사용한다. 또 계란 껍질과 현미식초를 이용해 난황칼슘을 만들어 활용한다.
■ 똑같다면 하지마라
현재 한창인 딸기는 200평 하우스 6동에서 짓고 있다. 하우스 1동당 6,000주 정도가 자라고 있다. 꽃이 피면 화방에 5송이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모두 솎아내야 한다. 그래야 딸기의 알이 굵어진다. 꽃 솎기 작업만 36,000주다. 기계로 대신할 수도 없다.
“거주하는 집은 시내에 있다. 그런데 1년에 5번 정도 집에 들어간다. 농장 하우스에서 살다시피 한다.” 이렇듯 농사짓는 일이라는 게 결코 녹녹치 않다. 오 씨는 그래도 농사가 좋다고 한다. “농사도 배워야 한다. 남들과 똑같이 지으려면 애시당초 하지 말아야 한다.” 오 씨에게 농사는 건강을 되찾아주고 열정을 키워준 소중한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