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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해" 기념 인터뷰 - 홍순달 충북대 교수
흙살림 조회수 696회 15-05-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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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달 충북대 교수

 

문 : UN이 ‘흙의 해’를 선정한 것은 ‘흙을 살리자’는 의지의 발로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먼저 살아있는 흙이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다.

홍순달 교수(이하 홍) : 죽은 흙을 떠올리면 살아있는 흙에 대한 정의가 뚜렷해질 것이다. 도로나 건축부지, 사막을 생각해보라. 생명체가 생존할 수 없는 흙이 바로 죽은 흙이다. 따라서 살아있는 흙이란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흙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문 : 흙이 살아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홍 : 생명체와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 물과 공기, 밥(양분)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흙도 이 세 가지가 꼭 필요하다. 공업용으로 쓰기 위한 흙은 빈틈이 없도록 다져야 한다. 농업용은 반대로 흙에 공극이 있어야 한다. 공기가 통해 숨을 쉬고, 물을 저장해 마실 수 있어야지만 작물이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배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흙과 공극의 비율이 50대 50이고 공극 중에서 공기와 물의 비율이 다시 50대 50이 되면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 조건을 맞추는 것은 지극히 힘들다

문 : 공극만 잘 만들어주면 흙은 살아나는가.

홍 : 공극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바로 대공극과 미세공극이다. 이 비율이 잘 맞아야 물과 공기가 반반씩 머물러 있을 수 있다. 농사의 핵심 관리 기술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면 된다. 즉 찰흙땅인지, 모래땅인지 재배지 특성에 맞게 물과 공기가 잘 통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분은 나중 문제다. 가물다고 물만 잔뜩 줘버리면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문 : 미세공극을 만들어 주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홍 :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입단구조, 떼알구조가 미세공극을 갖춘 흙이라고 할 수 있다. 대공극은 비가 왔을 때 중력의 힘에 의해 빗물이 밑으로 빠져나가버리지만 미세공극은 모세관 작용에 의해 물을 붙잡고 있는다. 이런 입단구조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유기물이다. 흙에 유기물이 많으면 미생물의 개체도 늘어난다. 이들 미생물의 대사활동으로 본드 같은 점성이 있는 물질이 만들어져 흙 알갱이들을 뭉쳐지게 한다. 또 균사체들은 흙 알갱이들을 그물처럼 뭉쳐지게 만든다. 이것들이 바로 공극을 형성하게 해준다. 우리 조상들이 토양학을 공부하지 않았어도 “퇴비주라, 퇴비주라!” 주장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 : 살아있는 흙이라는 개념에 맞추어 우리 땅을 진단해본다면.

홍 : 가을 농촌 풍경을 떠올려 보라. 논에서 벼를 수확한 후 볏짚은 대부분 소 먹이로 쓰인다. 논에 유기물이 투입되지 못한게 한 두 해가 아니다. 점차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문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홍 : 살아있는 흙을 이야기하면서 유기물을 언급했다. 흔히들 유기농업이 좋다고 말하지만 너무 막연한 주장이다. 유기물을 줘서 흙의 기능이 좋아지면 좋은 흙이 되는 것이고 바로 이 좋은 흙에서 좋은 농산물이 나온다는 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핵심은 바로 생명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좋은 흙에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