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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국제 흙의 해’ 특별인터뷰 - 이덕배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 과장

2015년은 UN이 정한 ‘국제 흙의 해’이다. 흙살림은 흙의 해에 맞추어 건강한 흙을 알리는데 앞장서고자 흙에 관한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흙을 살리는 미생물 등 흙과 관련된 다양한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이번 달은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의 이덕배 과장으로부터 우리나라 토양을 진단해보고 토양안보라는 측면에서 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들어봤다. 편집자 주
“식량안보 이전에 토양안보가 먼저다”
문 : 먼저 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이덕배 과장 : 토양비료과는 토양조사실·토양물리실·토양화학실·식물영양실·유기자원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토양 조사와 분류, 해설, 토양 유실방지와 물리성 변동 악화 방지, 토양검정을 기반으로 비료처방 발급, 농업환경변동 조사, 농경지 양분 현장 진단, 중금속에 의한 오염도 평가, 작물 영양생리장애진단 대책 수립, 토양 유기물 증진 연구,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토양비료과는 1949년 11월 중앙농업기술원의 토양계와 비료계로 시작하여 1962년 농진청 식물환경연구소 토양 1과, 토양 2과로 나누어졌다 1994년 농업과학기술원이 설립되고 2008년 국립농업과학원으로 명칭이 바뀌고 2012년 토양비료관리과에서 현재의 토양비료과가 되었습니다.
문 : 인터넷으로 토양환경지도인 ‘흙토람’을 볼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토양조사는 어떻게 시작됐고 현재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나요?
이덕배 과장 : 1964년 UN원조로 시작된 토양조사사업은 1969년 1:50,000 축적의 토양지도를 보유하게 됐고, 토양비옥도 증진사업이 1970년대 녹색혁명과 1980년대 백색혁명을 거쳐, 1990년 IMF외환위기시에 청년일자리 창출사업과 연계하여 2001년 토양환경정보 시스템을 통해 전국토양정보를 웹서비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1:5,000축척의 토양도를 바탕으로 ‘흙토람’을 탄생시키고, 마침내 AFACI(아시아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사업을 통해 아시아 10개 국가와 토양비옥도관리 기술을 공여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아프리카와 남미에도 이 기술을 수출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입니다. UN으로부터 원조받던 나라에서 해외로 기술을 수출하는 나라가 된 것이죠. 1964년 원조받던 나라가 50년 후 2014년도엔 세계대회인 20차 토양학술대회를 개최할만큼 역량이 커진겁니다. 아슈리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토양과 수자원 국장은 “한국의 50년 발전사가 외국에 전파됐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문 : 토양조사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이덕배 과장 : 1975년 통일벼로 쌀 자급을 이루게 되었는데요, 대부분 품종육성 효과로만 보지만 토양 비옥도 조사사업이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다고 생각합니다. 토양비옥도 조사를 통해 주곡에 NPK를 어떻게 투입해야 최대 수확량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 것과 품종육성이 맞아 떨어지면서 가능했던 일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1992년 리우 환경회의에서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는데요, 농업에 있어서 저투입 지속 가능성 수단으로 토양 검정이 시작됩니다. 우리의 경우엔 흙토람 정보화 사업이 구축되면서 필지 단위로 비료시비 처방서를 발급하고 농경지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문 : 토양조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의 농경지는 어떻습니까?
이덕배 과장 : 우리나라 농경지의 평균적 양분 함량은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양극화가 심합니다. 논 토양은 토양산도, 유기물 치환성칼슘, 유효규산 함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유기물이 부족한 논의 비율이 51%에 달합니다. 밭과 과수원 토양도 산도와 치환성 마그네슘 함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밭 토양 유기물 함량이 24g/㎏으로 정체상태에 있습니다. 또한 논과 마찬가지로 유기물이 부족한 밭 비율은 46%, 과수원 비율은 45%에 이르고 있습니다. 시설재배지 토양은 전기전도도와 유효인산, 치환성 양이온 등 대부분의 양분이 적정범위를 크게 초과해 양분이 과다집적된 상태입니다.
문 : UN에서는 올해를 ‘흙의 해’로 정했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덕배 과장 : 2012년 <리오+20 회의>에서 인류가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농업부문의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세계 토양학연합회와 FAO가 2015년을 세계 흙의 해로 삼은 것입니다. 식량안보는 현상적인 것일뿐 그 근본적인 원인은 토지에 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역사적으로 토지관리의 문제가 그 나라의 흥망성쇠와 관련지어져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FAO에서는 세계인구에 맞춘 생산량의 밸런스가 깨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류의 위기라는 것이죠. 그만큼 먹을거리가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식량자급률이 하향 추세입니다. 그런데 사다먹으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밸런스가 무너져버리면 돈이 있어도 사먹을 수 없게 됩니다. 2008년 3월 곡물가가 급등한 애그플레이션 때 우리나라가 순탄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쌀 자급 덕분이었습니다. 2010년 튀니지에서 발생했던 재스민 혁명도 러시아의 밀 흉작이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고기보다 쌀이 맛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배고프면 밥이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 : 그런 입장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흙은 위기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덕배 과장 : 흙은 식량을 생산하고 수자원을 함양·보충하고, 생물의 서식지이면서 건축 기능재 등의 자원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천 갯벌의 관광사업이나 농지의 농자재 사업 등 생업과 관련된 일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흙을 살리는 것은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인 셈입니다.
흙이 살았느냐 죽었느냐는 숨을 쉬느냐 즉 호흡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흙을 살리는 것은 아스팔트, 콘크리트로 덮어가는 부분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토지 전용이 함부로 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녹지를 조성하고 농지를 보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토지 면적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식량위기를 불러 올 수 있습니다. 산업화로 인한 오염도와 농지의 비만 문제도 있습니다. 중금속과 석유화학에 오염되지 않고 안전한 농산물 생산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문 : 그렇다면 흙을 살리기 위한 특히 농업과 관련되어 보다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이덕배 과장 : 농업은 명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처방 대응해야 하는데 진단은 대충하고 대증요법으로만 가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 관찰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증상만 놓고 해결하려 하는 것입니다. 염류집적이 일어났으면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자세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단방처리로는 농자재만을 투입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농자재 투입이 많아질수록 수지가 맞을 수 없습니다. 정확한 토양 검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화학 비료의 경우에는 정확한 정보 매뉴얼이 나와 있지만 유기 자재의 경우에는 쉽지가 않습니다. 유효성분량이 검사되어 정확한 수치가 나와야 규격화된 생산이 가능한데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유기질 비료의 경우 NPK 함량이 실재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편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해야 유기농의 확대가 가능할 텐데 유기농의 비료 처방서 발급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단은 나오는데 처방전이 힘듭니다. 그래서 민간요법만 창궐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흙토람을 통한 비료 사용 처방이 데이터베이스화 되면서 여러 해 동안의 추세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친환경 인증 농가의 경우도 문제 파악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친환경 농업이 자재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면 이젠 흙을 제대로 진단해야 합니다. 약 좋다고 남용 말고 약 모르고 오용말아야 겠습니다.
문 : 마지막으로 흙의 해를 맞아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덕배 과장 : 흙은 발 밑에 있는 더러운 때나 먼지가 아니라 나를 지지해주는 소중한 기반이라고 여겨야 합니다. 그러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세종대왕 시절 <농사직설>등을 통해 발 아래 땅을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농부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흙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