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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기농업 리더에게 듣는다-데발 뎁 브리히 센터 설립자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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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3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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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기농업 리더에게 듣는다 - 데발 뎁 브리히 센터 설립자(인도)
인도 최대의 토종 종자은행인 브리히(Vrihi - 산스크리트어로 벼를 뜻함)를 설립한 데발 뎁 대표가 지난 10월 한국을 찾았다. 충북 괴산에서 펼쳐진 제4회 아시아 유기논농업대회에 참가하고 흙살림 토종연구소도 방문했다. 이번 인터뷰는 그가 유기논농업대회에서 발표한 사례를 토대로 토종연구소에서 직접 이루어졌다.
■ 브리히의 탄생
벼 유전 다양성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또한 현지 외 종자 은행의 실패를 참작하여, 1997년 인도에서는 농민을 위한 최초의 비 정부 벼 종자은행인 브리히를 설립하였다. 브리히는 현재 인도 최대의 토종 종자은행으로 다양한 토종 종자를 이용한 경작을 촉진하고, 사라져가는 비상업적 목적의 종자교환 문화를 재구축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농민이 직접 농토에서 광범위한 토종 종자를 확보, 보존할 필요성에 의해 브리히는 탄생되었다. 1960년대 녹색혁명의 도래와 더불어 생산성이 높은 작물 종이 도입되었고, 이러한 종자들이 몇몇 중요한 유전자를 보유한 다수의 품종을 대체하게 되었다. 1960년대 후반까지, 인도 동부는 수천 가지 벼 품종의 본산지였다. 추산에 따르면 웨스트 뱅갈 농민들은 5500여 토종종자를 생산했으며, 이중 4800여종은 필리핀 로스바노스에 위치한 국제미작연구소(IRRI)로 보내졌다. 마찬가지로 5000여 토종 종자의 경우 인도 북동부 주에서 소위 아삼 콜렉션의 일환으로 1960년대 국제미작연구소로 보내졌다. 그러나 이중 어느 것도 현재 인도 동북부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서로 다른 주에 걸쳐 농민의 농토에서 여전히 살아남은 토종종자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가에 관한 공식적 기록도 없다.
웨스트 뱅갈의 경우 농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벼 종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 현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세계자연기금 인도 동부 사무소가 1995년 웨스트 뱅갈의 서쪽 및 북부 지구에 위치한 외딴 마을에 대해 예비조사를 실시하였다. 당시 부족민의 규모 및 농업 용수를 사용하지 않는 농장의 비율이 가장 큰 마을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거주 인구가 많으면서도 농업용수를 사용하지 않는 지역은 농민이 보유하고 있는 현지화된 종자가 척박한 환경 하에서 현대적 품종보다 생산성이 더 높고 이러한 부족 공동체 농민의 경우 일반적으로 너무 가난하여, 현대적인 벼 품종 재배에 필요한 값비싼 농화학 제품을 구매할 수도 관개수로를 이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토종 작물 품종이 최후 보루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지역은 토종 품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왜 토종인가
문 : 한국에서도 토종벼를 재배하는 농가가 거의 없다. 수확이 많거나 자연재해·병해충에 강한 개량종 또는 맛이 좋거나 기능성이 풍부한 외래 품종들을 대부분 재배한다. 이런 농가들이 토종으로 다시 돌아올 만큼의 어떤 매력이 있다고 보는가?
답 : 인도의 한 마을에서는 예전에 임신한 여자들에게 먹였던 쌀이 있었다. 최근 이 쌀을 분석해보니 철분이 많이 함유된 것을 알게 됐다. 다국적 종자 기업들이 기능성 쌀이라며 수많은 연구비용을 들여 비타민A가 많은 쌀 등등을 개발하지만 우리 토종쌀 중엔 그보다 더 많은 비타민A를 함유한 품종도 있다. 우리 토종을 이용한다면 다국적 종자 기업의 종자를 구입하고 또 그것에 맞는 농자재를 사용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기능과 특성을 필요에 따라 선택해 재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 목표는 무엇인가
문 : 이렇게 토종 종자를 수집·보존하고 농민들 간에 교환을 통해 확대해가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답 : 우리의 목표는 토종 중 기능성이 탁월한 품종을 찾아내 그것을 상품화해서 개량종이나 외래 품종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벼 유전의 다양성을 지켜내고, 이를 바탕으로 현지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토종벼 품종 중 다수는 현재 토양 및 가뭄, 홍수 같은 기후 조건과 현지의 토양 내 염분도에 적합하다.
인도의 지방 음식 문화의 경우 쌀을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서 먹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띠는데, 이러한 조리법에 맞는 특별한 특정 품종을 재배해왔다. 조리법이나 소화가 잘 되는 것 등등 구체적인 목적에 따라서 품종이 달라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몇몇 토종 종자의 경우엔 미적 가치 때문에 살아남은 경우도 있다. 순전히 종자 겉껍질의 다양한 색깔 덕분에 존재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또 품종별로 다양한 냄새를 지닌 것이 있는데, 이것은 여러 가지 종교 행사 및 문화 축제와 관련하여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본디 다양성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농경제적인 혜택이 없더라도 자신들의 토지에서 다양한 종자를 결합해서 함께 재배해 왔던 것이다. 우리는 이런 다양성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