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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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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과 자급종자
흙살림 조회수 893회 14-03-22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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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연구소 명함을 건네면서, 특히 토종을 재배하지 않는 분들로부터, 많이 듣는 질문이 지금과 같은 농업·소비구조에서 생산성도 낮고 돈도 되지 않는 토종을 왜 재배해야하는가?, 과연 토종 종자가 개량된 종자보다 진정 뛰어난가? 등이다. 이에 주로 대답하는 말은 우리 땅에서 토종이 전부 사라진 후에 ? 이미 대부분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 이러한 질문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두말할 필요 없이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며, 토종 종자는 생산성, 경제성보다 타고난 그대로의 특성 그대로의 가치를 인정해야하며, 종자를 구입하지 않고 계속 받아서 쓸 수 있는 즉 종자를 자급한다는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갖는다고 말하곤 한다. 여기에 덧붙여 토종종자만의 보전·보급 운동도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시야를 넓히면 토종여부를 떠나 ‘종자 자급’ 운동이 더 시급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곤 했다. 특히, 종자자급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농가내 종자자급’ 비율을 높여나가는 것이 농업과 품종의 다양성을 보전하고 획일화되지 않는 식품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라 말해왔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주요 농작물은 정부관할하에 종자와 품종을 육성, 보급해왔다. 이로서 쌀, 콩 등 주요 작물에 대해서는 국내 종자자급도가 매우 높다. 그러지만, 국내 종자자급도가 높다고 하여 곧바로 농가내 종자자급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종자보급체계가 잘 갖추어지면 질수록 농가에서 종자를 유지해야할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어 세월이 많이 흐르게 된 뒤에는 농가들이 종자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과 의지가 마침내 사라지게 된다. 농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시판종자를 선택할 일만 남게 되는 것이다. 요즘 국제적으로 농민의 ‘농사지을 권리’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농민 스스로 종자를 유지할 능력이 있어야 외부로부터 쉽게 권리를 빼앗기지 않는 것 아닌가? 최소한 종자자급에 대한 농민 스스로의 자부심만은 빼앗지 못할 것이다. 농가내 종자자급의 토대가 있어야 농가간 종자교환도 가능해질 수 있으며 조금 넓히면 지역내 종자자급도 용이해질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종자자급 운동이 농가·농민만의 힘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1970년대 이전 농산물을 자급해야만 하던 시기 종자자급은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러나 농가비율이 7%에도 못 미치는 현재에는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농업생산 방식이 좌지우지되는 구조이다. 소비자들이 구입종자의 의존도가 높은 농산물을 원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종자자급은 요원한 얘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자급종자 농산물에 대한 지지를 통해 종자의 외부 구입 의존을 줄이는 방향으로 농업을 변화시킬 수 있다. 농산물 포장지에 ‘자급종자 농산물’ 표시라도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자급종자 운동 ?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운동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 의 한 축에는 토종종자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토종 종자는 그야말로 5천년의 농사를 통해 살아남은 저력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가능할 것이다. 또한, 농가내에서 선발하거나 육성한 품종과 외국에서 도입되어 국내에서 적응한 품종 및 새롭게 개발된 품종이라도 종자의 자급율을 높여나가는 것은 농업의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