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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이지신(거름 해결의 다섯 원칙)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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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2 02:28
본문
우리나라도 최근까지 사람의 배설을 위생적으로 받고 처리하는 사회적 시설이 미비하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현재까지도 우리의 과거에 이를 바가 아니다. 다만 우리는 똥과 오줌을 더러운 혐오물로 가까이 하는 것조차 꺼리는 관습에 젖어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이런 오물을 긁어보아서 귀중하게 농사용으로 쓰는 관습에 훈련이 잘 되어 있다. 이는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켜지는 차이임에도 틀림없다.
Horace N, Allen(1858~1932)이라는 의사·선교사·외교관이 중국과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저술한 「Things Korean」에 나와 있는 글이다. “외국인 방문객에게 조선은 오물과 악취의 나라라는 씻을 수 없는 인상을 준다. … 중국에서는 오물의 취급이 더욱 못마땅하다. 왜냐하면 하필이면 대낮에 인파가 들끓고 있는 거리에서 어깨에 가로질러 메고 있는 작대기 양끝에는 바켓을 매달고 그 속에 담긴 오물을 길바닥에 쭉쭉 떨어뜨리며 흔들흔들 걸어가기 때문에 거리는 온통 악취로 가득하다. 그래도 시민들은 이런 꼴을 불평없이 받아주고 있었다.”
이런 사회상을 밑바탕으로 18세기 조선의 선비였던 박제가가 양국의 거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고, 그 논지를 「진북학의」 ‘거름 5칙’으로 다음 요지와 같이 서술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똥을 황금처럼 아낀다. 길에는 버려진 재도 없다. 말이 지나가면 삼태기를 들고 그 꽁무니를 따라가서 말똥을 거두어들인다. … 처음에는 그 꼴을 보면서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웃었다. … 그러나 그것은 다음해에 곡식과 같은 양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진리를 알게 되었다.”
“(수수깡이나 볏짚을 함께 섞은 잡풀더미를 쌓고 부숙시켜 만든) 퇴비를 쌓아 놓는데 … 거름 아래의 둘레에는 고랑을 파고 옹기를 묻어서 새어나오는 거름물을 받아 모은다. (또 혹자는) … 큰 옹기에 그물과 누런 똥을 섞어 모으고 긴 막대기로 휘저어 덩어리가 멀건 죽처럼 되게 한다. 여름 대낮에 자루가 긴 바가지로 거름물을 떠서 모래사장에 펴고 뒤집기를 한다. … 이것을 부숴서 가루를 내고 채소밭의 거름으로 사용한다.”
“장자는 이른 바, ‘썩어 냄새나는 것이 새롭고 기이한 것으로변신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똥은 그렇다 치고 오줌은 아예 받을 그릇이 없다. … 서울에서는 날마다 뜰 한 귀퉁이나 길거리에 그대로 쏟아 버린다. 그렇다 보니 주변의 우물이 모두 짜게 마련이다.”
“1백 묘(1묘는 백평)의 농토를 경작하는 집에는 마땅히 소 두 마리를 길러야 한다. 소 두 마리가 있는 집에서는 반드시 물건을 싣는 수레 한 채가 있어야 한다. 수레에는 반드시 짐을 싣는 자리가 있어서 갯가의 버드나무를 엮어 만든 큰 광주리에 안쪽을 종이로 바르고 기름칠과 회칠을 하여 물이 새지 않게 한다. 여기에 오줌을 채워서 싣는다. 중국에서는 기름이나 술을 싣는 도구도 모두 이런 그릇이다.”
“무논에서는 떡갈나무 잎을 생으로 따다가 덮은 경우도 있다. … 오래 된 방법으로는 녹두를 심어서 잎사귀가 무성할 때 갈아 엎으면 분뇨보다도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해묵은 도랑의 썩어 검게 변한 흙은 모두 분뇨처럼 쓸 수가 있다.”
시사점
박제가의 이들 원칙론은 우리나라에서도 단편적으로, 또는 다른 대책과 더불어 제시되었던 바가 있기 때문에 결코 새로운 사실은 아니었다. 그러나 선견으로 제시되었던 비배관리 시술들은 대체로 「산림경제」 등속의 농서에 기술되고 있었을 뿐으로 결코 농사현장에서 실용화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박제가의 지론은 새삼스러운 바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똥·오줌에 대한 고루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거나 음용수의 오염을 막고 환경을 정화한다는 차원, 그리고 수레를 끌어 오줌을 농사용으로 쉽게 옮겨 쓸 수 있다는 유축농업의 농가구조를 염두에 두었던 점은 오늘날에 있어서도 높에 평가하여 수용할 가치가 있다. 글 농업진흥청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