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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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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든 흙, 인위토
흙살림 조회수 1,053회 14-03-22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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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성질
사람이 만든 흙, 인위토
 
흙은 지질시대를 거치면서 지각(岩石)이 대기와 물, 생물 등의 영향을 받아 무기물(鑛物)과 유기물로 생성된 자연체로 생태계에 순응하여 독특한 형태(斷面)를 지니고 있다. 삼림이 울창한 백두대간 산간지대에는 부식층(O층)이 표층(A층)과 함께 발달하고 콜로이드(膠質)물질이 용탈 집적한 심층(B층)과 암석이 풍화된 모재층(C층)이 있는 흙(黑色森林土)이 사방에 지천으로 널려있다.
수십여 년전 부식이 0.5~1m로 쌓인 자리에 처음 화전으로 영농이 개시된 후 계속되는 수탈경작과 고랭지재배단지로 대형 전문화되었다. 그러면서 지력이 높은 유기물층은 물론 심층마저 가속침식으로 간데온데없이 사라지게 되어 남은 모재층을 포크레인으로 갈아 업고 경운층(Ap층)을 급조하여 사람 힘으로(人爲) 새로운 흙을 탄생시킨 것이다.
인위토의 구분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토양자원도감에는 이같이 인간의 지나친 행동으로 조성된 흙을 인위토(anthrosols)로 분류한다. 이 유형에는 표층의 제거나 교란으로 원래의 토층이 매몰 또는 심한 변형, 절토(切土)와 성토(盛土), 유기물시용, 지속적인 장기간 관개, 도시와 광산의 폐기물처리장매립 등으로 출발한 흙이 포함되어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경지는 물리화학적 성질이 다양하여 이용관리의 일반화가 용이하지 않다.
인간이 경작을 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흙의 성질이 변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경작되는 흙은 인위토에 속하는 것인가? 흙 갈이로 성질이 변하는 경운층 18cm는 인위적인 인자로 작용하게 되므로 분류기준에서 제외시키고 그 아래의 토층을 대상으로 판단하게 되므로 통상적인 경운은 인위토를 구분하는 요건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세계도처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과잉관리로 인한 토층의 혼합, 압밀, 파괴 등으로 비옥한 경지가 하루아침에 인위토로 내몰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여 국내외적으로 이에 관한 연구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인위토가 생성되기 이전
유구한 세월 마을시궁창 하수가 유입되어 생성된 독특한 단면의 문전옥답과 서구의 주거지 인근의 잔디 뜰 흙(플라겐,plaggen)을 인위토의 표본으로 제시하곤 한다. 플라겐토층은 조립질로 한랭 습윤한 기후지대에서 발달하여 강한 산성이며 양분의 용탈이 심하고 지력이 낮아 집중관리가 필요한 흙이다. 수세기에 걸쳐 긴 겨울 가축우리 안에 깔개를 깔고 똥오줌을 걷어내 퇴구비를 생산하고 지속적으로 살포하여 우리식 채마전을 조성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폐기물로 함께 배출된 벽돌, 사기그릇의 파편이 유기물과 함께 토층에 혼입되고 빗물로 생긴 모래층에 삽질흔적이 연륜과 함께 쌓여 단면에 남게 된다. 오랜 기간 퇴구비의 다량시용으로 인산함량이 높고 부드러운 흑색의 인공퇴적 흙이 50cm이상 형성된 것이다. 문전옥답에는 백세기에 걸친 찬란한 도작활동이 단면에 값진 기록으로 축적되어 오늘에 이르렀으나 산업화 도시화물결에 밀려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고 현대판 인위토가 그 자리를 메우게 되었다.
흙을 파괴하는 인위토
전체토층이 교란되는 경지정리를 비롯하여, 논에 객토하여 밭으로 전환하고, 저구능지(野山) 흙을 파내 논밭으로 전용하며, 도시쓰레기로 매립하고 성토하거나, 광산지대에서 부생된 폐기물을 성토재로 퇴적 매몰하는 등 이런 흙이 우리가 만든 인위토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성토층은 지형과 배수상태에 따라 흙을 쌓는 높이가 다르며 50cm이상이면 원래토양은 매몰토로 분류하고 덮은 흙은 자연히 인위토로 분류한다. 이층이 50cm이하이면 기준깊이에 충족되지 않아 인위토의 한 유형(土壤相)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경사지에서 보전농법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 가속침식작용으로 깎여나가는 흙. 과도한 시비로 이화학 생물학적 성질이 쇠약해지는 염류집적지, 중대형기계로 농작업을 실행하여 경운층을 넘어 전토층이 물리적인 영향을 받는 경지 등 한계인위토가 증가해가고 있는 현실은 인간의 탐욕이 끊이지 않고 자라나 자연에 순응하고 있는 흙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신제성(흙살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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