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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육동물과 미생물, 사람 사이의 뒤틀린 관계
흙살림 조회수 469회 14-03-22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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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육동물과 미생물, 사람 사이의 뒤틀린 관계
식육동물의 적색경보
인간이 가장 즐겨 길러 잡아먹고 있는 동물은 단연 소,돼지,닭이다. 인간이 먹는 고기류가 이들 말고도 양, 개, 오리, 사슴, 고래, 곰 등 다양하지만, 소,돼지,닭을 사람들이 가장 널리 먹게 된 것은 그만큼 순화되어 집단 사육하기가 쉽고, 또 이들이 먹는 먹이를 인간이 보다 쉽게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이들이 야수성을 버리지 못하고, 또 광대한 땅에 경작하고 있는 콩, 옥수수 등 사료용 식물로 사육할 수 없었다면 소,돼지,닭을 기르는 기업 축산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연이어 소,돼지,닭에 적색경보가 울리고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광우병에 걸린 소가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이 밝혀져 소에 빨간불이 켜진데 이어, 조류독감으로 닭, 오리 등에 불이 옮겨 붙더니, 급기야 소위 ‘신종플루(돼지독감)’라는 유행병으로 돼지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축산물 - 소,돼지,닭고기 모두가 인간에게 병원체를 옮기게 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그동안 세계는 광우병, 조류독감, 구제역, 돼지독감 등에 대해 원인균에 대한 파악, 감염경로, 검역, 방역, 치료 등에 허겁지겁 대처해야 했고, 오늘날 현재 진행형으로 전파되고 있는 돼지독감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예방 노력과 백신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고 앞으로의 추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어버린 이와 같은 가축전염병이 일으킨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접근과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때로는 세부적인 접근보다는 전체적으로, 가까이서 보다는 좀 떨어져서 살펴보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나무 보다 숲을 볼 때 산의 모양이 드러나는 것처럼.  
그것들의 공통점
광우병, 조류독감, 돼지독감 등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드러난다. 그 공통점의 첫째는, 인류가 기업형,대규모,상업적으로 기르고 있는 식용 가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돼지,닭 등 식용 가축은 인류가 오랫동안 에너지와 영양섭취를 의존해 온 대표적 동물들이다. 이들 동물에서 번갈아가며 반복적으로 위협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앞으로도 계속 인간에게 위협적인 병원체를 옮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인간이 대처해 온 방식은 기껏 이들 수많은 산 가축들을 땅속에 대량 매몰하는 일이었다.   
공통점의 두 번째는 이들을 사육하고 있는 방법과 양상이다. 이미 병을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로 '공장형 축산'이 지목되고 있는 대로 수십, 수백 만 마리를 공급하고 있는 세계적 기업축산에서 동물은 고기를 만들어내는 기계가 되어온 지 오래다. 예컨대 현재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되는 소는 처참한 생육환경에 처해 있다. 소는 이미 말과 단어로서의 소일 뿐, 생물로서의, 자신 고유의 이름을 지닌 '소'가 아니라 고기를 생산하는 축산공장의 '제조설비'가 되어버렸다. 금번 돼지독감이 세계에서 가장 큰 돼지사육회사이자 가공회사인, 미국의 스미스필드푸드사가 멕시코 라그로리아시에 세운 축산공장의 인접 마을에서 최초로 집단 발병하여 세계로 확산되었다는 사실은 시사적이다.
공통점의 세 번째는 세균미생물 변이 혹은 특정단백질(프리온) 생성 등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의 반복적인 출현이다. 소의 병이었던 광우병이 인간에게 옮겨진 것에 대해 인류는 경악했고 마찬가지로 조류나, 돼지의 병인 독감이 사람에게 옮겨진 것에 대해 또 다시 경악했다. 미국은 멕시코에서 돼지독감이 발생한 불과 2주만에 공중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동안 식육동물들은 고기의 질과 맛, 기업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갖가지 항생제와 성장촉진, 육질개선을 위한 호르몬제의 피폭 대상이 되어왔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지구에서 기르는 가축수가 지구 총인구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지구 인구를 60억 명으로 치면 적어도 150~200억 마리의 가축이 길러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동물들에서 신종 병원균이 자라나 증식하고 마침내 종을 건너뛰어 그를 투여한 인간에게 덮쳐온다는 사실은 두렵고 경악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지구에 드리운 암울한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공생’하자
사람은 질 좋은 고기를 더 많이 먹기 위해, 기업이익을 위해 동물을 집단적으로 가두어 각종 항생제, 촉진제를 투여하고, 동물에게서는 신종 병원균이 발생하여 인간으로 건너와 전염을 일으키고, 미생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특이한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새롭게 진화해가는, 이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사람-사육가축-미생물로 연계된 체인이 인류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불공정한, 사람-식육동물-균의 상호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바꾸어야 한다는 데에 대한 반복적인 경고가 아닐까. 지구 생태계의 최상의 먹이사슬 정점을 차지하며 번성하고 있는 동물 - 호모사피엔스가 동물과 미생물과 가졌던 최소한의 균형의 관계,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공생'의 관계로 대접해 달라는 요청, 그것이 아닐까.
<글: 정혁기 (사)흙살림생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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