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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성질-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흙길
흙살림 조회수 1,094회 14-03-22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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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성질-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흙길
흙길의 추억
두메산촌의 길로 대표되는 오솔길은 둘이서 정답게 걸을 수조차 없는 폭 좁은 길이다. 울퉁불퉁한(凹凸)논밭 두둑을 오랜 세월 밟고(踏壓) 다니다 보면 다져지게 되어 흙바닥은 반들반들 윤이 났다가 비바람에 겉흙이 씻겨 모래자갈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양옆으로 무성하게 자란 화본과 잡초가 바닥을 완전히 가려 다니기가 불편해 지면 아이들이 이를 묶어 무심히 걷다 변을 당하는 짓궂은 장난이 벌어지면서 전형적인 시골길로 자리를 잡게 된다.
흙의 다짐(壓密)
흙길은 대부분 모래성분이 많고 경사가 있는 지역을 지나도록 하여 비온 직후에도 물이 잘 빠져 걷기가 수월하다. 흙은 다져져 틈새(孔隙)가 줄어들어 고상과 용적비중이 높아지면서 물은 침투와 투수속도가 느려지게 되고 과잉의 유거수가 빠르게 흘러 파인 실도랑을 좇아 평시 지면에 깔려있던 풀잎과 낙엽이 흙과 함께 떠내려가다가 간간이 쌓여 물을 잠시 가두게 되어(洑) 급하게 흐르던 물길이 숨을 고르게 되고 흙의 유실(流失)이 줄어들게 되어 길을 보호하게 됨은 지면을 피복(mulching)하여 침식을 방지하는 보전농법의 원리이다. 몹시 다져진 무구조상태에서 정상적인 공극은 있을 수 없고 틈새(空間)를 통한 물의 이동으로 습윤상태(圃場用水量)에 더디게 이르게 되고 물기를 잃어 꾸들꾸들 해지는(半濕)데 시간이 걸리게 된다. 장구한 세월 다져진 구조는 마치 과습한 경지에서 무거운 경운기로 반복하여 작업하듯 다져지게(沈下)되는 현상이다.
변화하는 흙 속의 생명체
다짐(壓密)으로 흙 입자가 물로 수화되고 물 분자와의 부착, 입자간 응집과 마찰로 팽창과 수축 등의 현상이 비정상으로 반복 되면서 흙이 이겨져 발열하고 굳어지는 상황에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흙생명체(fauna&flora)가 있다. 건강하지 못한 생태환경에서 공정한 배려가 없어도 천부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생물이 지렁이이다. 큰 비가오기 전후로 길가에서 지렁이 분립(糞粒)과 요동하는 지렁이를 목격하게 된다. 저기압에서는 공기의 밀도가 낮아 동일체적의 공기 중 산소의 양이 줄어지게 되고 살갗으로 산소의 공급이 불충분하게 되면 머물던 지중공간에서 탈출하여 분립을 배출하여 부슬부슬한 흙무더기(糞粒)를 쌓으면서 졸지에 취약한 대기로 몸을 내던지게 되는 것이다. 흙덩이를 세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려는 열망은 열대지방의 흰개미의 집(termite)에서도 유사성을 엿볼 수 있다. 길가에 쌓여진 분립은 이상형인 입상구조로 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진경(珍景)은 생활권이 강우로 과포화상태에 이르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렁이가 흙속에서 간단없이 헤집고 다니면서 공극을 반복하여 만들어 통기를 조장하고 유기물을 분해하여 부식화하고 토성을 세립화하며 입단형성을 조장하는 등 흙의 물리적인 성질을 양호하게 해주는 “살아있는 쟁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져진 불량한 환경에서는 이동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어 생존이 걸려있지 않는 한 움직이려(耕耘) 하지 않고 생을 유지하다가 일생일대 필사적인 탈출 후 대다수는 생을 마감하게 된다. 흙먼지가 휘날리던 흙길은 자갈이 깔려 신작로가 되고 아스팔트포장으로 이어지면서 지렁이에게는 더욱 고단한 삶을 안겨준 것이다. 어쩌다 포장된 길을 걷다보면 아우성을 치다가 새까맣게 탄 채로 생을 마감했을 지렁이를 처연한 마음으로 만나게 된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흙길
흙길에서와 같이 예사스런 감정이 아닌 인간의 간사함이 부끄러워진다. 인근 산과 연계된 공원에 조성된 길은 낙엽이 깨끗하게 쓸려있고 비만 오면 지면이 패이고 급류로 도랑이 깎여나가 흙의 침식이 여간 심하지 않다. 가랑잎이 지표면을 덮고 도랑에는 나뭇가지와 낙엽이 우적과 유수를 막아 침식방지를 하고 있는 자연의 순리를 터득할 일이다. 농촌에서조차 웬만한 길이면 적어도 콘크리트포장을 해서 흙의 침식에 무지인 현대인을 양산하는 시대에 흙먼지가 날리는 예전의 시골 흙길을 걷기가 이제는 쉽지 않게 되었다.
<글: 신제성(흙살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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