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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토종 이야기 1. 콩의 기원
우리 역사와 함께한 콩은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사랑을 받아왔던 토종 재래 자원이다. 우수품종의 보급과 농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선조들이 물려준 다양한 콩 자원이 우리의 땅에서 급속히 소멸하여 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사랑했던 토종 콩에 대해 알아본다.
<그림>우리나라의 다양한 토종콩의 모습
우렁콩, 매눈이콩, 홀애비콩, 홀에미콩, 푸르데콩, 선비잡이콩, 제비콩, 정승콩, 용의눈콩, 불콩, 화태, 아주까리콩, 주년이콩, 붉으데콩, 붉은밤콩, 검정콩, 독새기콩, 푸린콩, 부채콩, 등티기콩, 오가피콩, 납떼기콩, 새알콩, 나물콩, 질금콩, 준저리콩, 장단콩, 장단백목, 왕콩, 좀콩, 겉청태, 속청태, 수박태, 오리알태, 쉰날거리콩, 질금콩, 보악다리콩, 금강대립, 장단백목, 외알콩, 기름콩, 넓죽이, 눈검뎅이, 눈까메기, 밤콩, 마태콩..... 지금은 거의 다 소멸하여 가거나 잊혀가는 이름들이지만, 우리의 오랜 역사 속에서 이어져 오던 콩 품종을 부르는 다양한 이름들이다.
콩의 기원을 검색해보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 4,000여 년 전부터 재배됐고, 서기 이후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다양한 콩에 대한 기록이 보이기 시작한다. 콩은 한자로 대두(大豆), 태(太)이며 영어로는 Soybean이고 학술 명으로는 Glycine max (L.) Merr.이다.
<그림> 1600 여 년 전의 신라 목간에 기록된 콩(大豆). (경주박물관 보도자료 인용)
콩을 일컫는 우리만의 한자인 太(태)의 기원을 생각해 본다. 수년 전 경주시 월성에서 발굴된 1,600여 년 전 목간에서 당시 재배되거나 사용되던 작물 몇 종이 기록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발굴을 담당한 박물관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전략) 이전에 526년 혹은 586년으로 짐작되는…. (중략) 내용은 당주가 음력 1월 17일 곡물과 관련된 사건을 보고하거나 들은 것으로, '벼 세섬, 조 한섬, 피 세섬, 콩 여덟섬 (稻參石 粟壹石 稗參石 大豆捌石) 이라는 곡물과 수량을 기록했다. (하략)”고 했다.
목간에서 보듯이, 콩을 의미하는 한자 大豆를 세워서 쓰다 보면 두 글자가 겹쳐서 大자가 太자로 써질 수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아마도, 이 목간은 우리나라만 사용하는 콩 太자의 기원을 짐작게 하는 단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림>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초성인 “ㅋ”의 사용례에서 등장하는 “콩”과 중성 “·”의 사용례에 등장하는 “팥”. (간송미술문화재단 자료 인용)
다른 기록으로, 송나라 사신 손목이 고려를 방문하고 작성한 견문록인 「계림유사, 1103년」에는 고려인들은 콩을 太라고 하였다(豆曰太) 하니 콩 太자를 사용한 역사가 매우 깊음을 알 수 있다,
원산지에다가 실제로 재배역사가 2,000년 이상이나 됐으니 당연히 콩을 부르는 고유한 우리말이 있었을 것인데, 내 생각에는 예나 지금이나 단음절 “콩”으로 불렀을 듯싶다. 577년 전 훈민정음해례본에서 우리 글자 “콩爲大豆”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음가조차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수천 년 전부터 이렇게 불렸던 고유어가 아니었을까?
결국, 우리말로는 ‘콩’이었으며 한자로 기록할 때도 격식을 차려서 기록할 때는 大豆로 적었고, 편하게 기록할 때는 太로 적는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참고로, 동아시아를 제외한 서구인들이 생각하는 콩이란 우리에게 익숙한 콩(大豆, soybean), 팥(小豆, adzukibean)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서구나 신대륙 지역에서의 본격적인 대두 재배는 불과 100여 년도 안 된 도입작물일 뿐이다. 지난 2016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콩의 해 (International Year of Pulses)" 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콩(Pulse)은 대두, 땅콩, 채소용 콩 등이 제외된 클로버나 알팔파 같은 콩과 목초류를 주로 의미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 단어를 그냥 “콩”으로 번역한 결과, 많은 사람이 “그럼 그렇지! 우리 토종인 콩(大豆)이 드디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가 보다” 하며 동상이몽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했었다. 우리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한 말이 있다. 콩 심은 데 클로버가 난다면 말이 되겠는가!
‘콩’은 보통명사로 쓰일 때는 콩과 작물들을 모두 아우르기도 하고, ‘밤콩, 강낭콩, 대원콩’에서 처럼 접미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단독으로는 ‘대두(大豆)’를 특정하는 고유명사로 쓰일 때가 많아서 잘 살피지 않으면 전문가들조차 헷갈리기에 십상이다.
글 흙살림토종연구소 소장 윤성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