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보기 기부금내역
유기농업기술

페이지 정보

종자이야기<2> 토종조 이부꾸리, 개발차조, 새코찌르기를 찾아서
흙살림 조회수 530회 18-12-07 17:12

본문

   

2. 토종조 이야기 (2) : 이부꾸리, 개발차조, 새코찌르기를 찾아서

 

민요 속에 나오는 품종 이름을 잘 살펴보면 각각의 품종 특성을 아주 잘 잡아낸 작명법에 감탄을 금할 수 없게 된다. 조상들의 작물에 대한 정교한 관찰과 함께, 해학적 면모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요에서 자주 등장하는 몇 가지 조 품종에 대해 살펴보자.

 

이부꾸리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는 고상안(1553-1623)의 한문본과 정학유(1786-1855)의 한글본이 있다. 정학유의 <농가월령가>는 월별로 농사일과 주요하게 챙겨야할 일을 노래형식으로 지은 것으로, 9월령(음력)에 조(粟)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비단차조 이부꾸리 / 매눈이콩 환부대를 / 이삭으로 먼저 잘라"

 

"비단차조"는 줄기와 잎의 색이 보라색이 아닐까 싶다. 비단이란 글자가 들어가는 작물의 이름은 눈으로 볼 때 어딘가는 그런 특성이 있었을 것이다. 조는 익어가면서 잎이나 줄기에 붉은색 색소가 발현되어 꼭 단풍이 든 것 같은 품종(赤莖種)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부꾸리"가 뭘 말하는지 오랫동안 생각해봤지만, 결국에는 '조'의 한가지로 보는 게 맞을성 싶다. 정학유와 거의 동시대인인 서유구(1764 ∼ 1845)의 <임원경제지>에 “粳愧?粟(니붓그리차조)”의 특징을 설명하는데 "까락이 없고 껍질은 희며 길다. 3월에 파종하고 8월에 익는다. 비옥한 땅에서 잘 자란다. 빻아서 떡을 만들면 기름지고 부드러워 맛이 좋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이 붙였다. '粳愧(갱괴)'는 품질이 좋은 메벼와 같다는 말이다." 로 나온다. 맛이 좋아 쌀이 오히려 부끄러워할 정도라니 맛으로 치면 조 중에서 최고가 아니었을까!

 

3,4_퀜?.JPG
 

개발차조

 

경기도 양주의 무형문화재 70호 “양주 소놀이굿”은 무가(巫歌) 등에 능했던 팽수천(彭壽天, 1901~1937)이 전수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종자타령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조 관련 대목이 있다.

 

삼수갑산 숭어조요 / 삼에용강 모래조 / 톡톡튀는 벼룩차조요 / 익어도 푸른건 청차조 / 짝짝벌어진 괭이발차조 / 꽁지뭉뚝 박달조 / 검군만병 오조로다

 

충북 음성군에서 1992년 노희태 스님으로부터 채록된 “고사소리”에 등장하는 조는 다음과 같다.

 

갖은 서숙 심을 적에 / 청조 황조 미조 / 쫙쫙 벌어져 세발조 / 목에 걸어 염주조

몽게 몽게는 개똥차조 / 메조 차조도 심으시고

 

이들 민요에서 나오는 “괭이발차조, 세발조(새발조)”의 형태적 특징은 이삭의 끝이 갈라지는 품종 고유 특성(선단분기형 이삭)으로 인해 불리어진 것이다. 제주에서 2008년경 수집된 “검은흐린조, 검은개발시리조”는 그 모양이 복슬복슬한 개발을 닮은 이삭 끝이 갈라진 청자조이다. 제주에서 ‘흐린조’는 차조를, ‘모인조’는 메조를 의미한다. 고농서에서 “져무시리조 → 져무이리조(저물녘에 일어나는 조)”로 시대에 따라 정음표기가 변화해왔지만, 제주도 검은개발시리조에서는 ‘시리’라는 옛 고어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흥미롭다.

 

DSC_3117_?좬??_새??푴?.JPG
 

새코찌르기조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의 최상일 피디가 2002년 잡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기고한 글에, 축원덕담의 ‘농사풀이’ 에 나오는 조는 다음과 같다.

 

단군천년 박달조 / 남산유조 부엉다리 / 구하작소 새고찌르기 / 삭박위숭 염주꽃

엽종풍랑 당당조 / 유덕무덕 두덕다리 / 대련지수 순날걸이 / 이름이 좋다 흉년몰이

만석이야 천석걸이 / 각색 조를 다 심으고

 

“새꼬찌르기”조는 이삭의 수염(강모)이 긴 특성을 갖는 품종을 말할 때 붙여진 것이다. 수염이 길으니 새가 달려들어 먹으려면 코를 찔려서 어지간히 성가시게 했을 것이다. 새도 이왕이면 수염이 짧은 품종에 먼저 달려들지 않았을까.

 

조의 재배역사가 수천 년에 이르고 있기에, 조선후기 이후의 민요 작품만으로 보편화할 수는 없지만,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토종 조와 희노애락을 함께했던 것만은 확실하다. 또한, 민요에서 노랫말의 재담 부분과 품종명 부분이 묘하게 짝을 이루면서 공감을 잘 이끌어냈을 것이다. 청차조, 벼룩차조, 염주조, 개똥차조 등도 이삭의 모양이나 색깔이 어떠했을지 굳이 설명 안 해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