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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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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완식 토종 박사 대담
흙살림 조회수 816회 18-02-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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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과 토종 씨앗>

이태근 흙살림 회장 - 안완식 박사 대담

 

지난해 11월 7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먹었던 만찬에는 토종쌀로 지은 밥이 놓여있었다. 이로인해 평소 알지도 못했던 우리 종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토종은 이런 이벤트로 반짝 관심을 끄는 것에 그치고 말 성질의 것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담겨 있다는 것을 떠나 식량주권, 농업생물다양성, 유전적 자원으로서의 가치 등 지켜내야 할 이유가 많다. 특히 유기농업에 있어서 토종씨앗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에 이태근 흙살림 회장과 안완식 박사가 유기농업과 토종씨앗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누었다.

 

이태근 흙살림 회장(이하 이태근) : 안완식 박사께서는 흙살림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10여 년전 흙살림에서 전통농업위원회를 만들어 토종종자 농가를 방문해 토종종자를 발굴하고 종자 채종법에 대해 탐방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토종과 관련된 그간의 활동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안완식 박사(이하 안완식) : 제가 30년 넘게 펼쳐온 토종 관련 활동은 크게 두 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초창기엔 주로 수집에 집중했습니다. 1985년 농촌진흥청 재직 시절 유전자원과가 아직 생기기 전부터 유전자원과 관련된 일을 해왔습니다. 당시엔 농촌지도소가 면 단위까지 있어 여기에서 근무하고 있는 농촌지도원들을 통해 대략 7,000~8,000곳의 지역에서 토종 종자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1986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을 수차례 오가면서 일리노이대 연구실에 보관된 우리 콩 5000점 가운데 2000여 점을 돌려받았습니다. 1991년 러시아에서 우리의 참외씨앗 800점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토종을 포함해 종자를 확보한 것이 12만점에 이릅니다. 이중 토종과 토종개량종이 약 38,000점입니다. 이 씨앗들은 2006년 세워진 국립농업유전자지원센터에 저장된 토종종자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2008년에는 ‘씨드림’을 만들어 토종종자를 농가에 보급하는 운동을 펼쳤습니다. 씨앗들이 종자은행 등 실내에 갇혀있지 않고 농부들과 함께 숨쉬기를 바랐습니다. 이 보급운동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의 세대들이 이렇게 수집·보급된 토종씨앗들의 유전인자를 분석하고 특성들을 찾아내기를 희망해봅니다.

 

이태근 : 30년 넘게 토종 종자 지키는 일을 해 오신 열정이 놀랍습니다. 이렇게 토종 종자를 지켜내고자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안완식 : 토종의 가치는 식량주권, 생물다양성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오늘은 유전적 가치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금은 잘 알려져 있지만 토종 안은뱅이 밀 종자는 20세기 초 일본으로 건너가 ‘농림 10호’로 육종됐고, 1952년 미국 농학자 노먼 볼로그가 이 농림 10호를 바탕으로 ‘소노라 64호’를 비롯한 수확량이 높은 품종을 개발했습니다. 볼로그가 개발한 품종은 식량 문제로 힘들어하던 나라들에 보급돼 생산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기아 문제를 해결하게 됐습니다. 이 공로로 볼로그는 1970년 농학자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 국내에서 자라던 구상나무가 미국으로 건너가 크리스마스 트리로 개발되면서, 로열티는 미국의 차지하게 되었죠. 우리 토종식물인 수수꽃다리가 미국에서 품종 개량되어 가장 인기있는 라일락인 미스킴라일락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토종종자는 우수한 품종 개발의 기본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 토종 종자 하나가 사라진다면 지구상에서 생물 한 종이 사라진 것이 되며, 다양한 가능성 또한 없어지게 것입니다.

 

이태근 : 흙살림은 초창기 유기농자재를 수입해 쓰던 것에서 벗어나 과학적 접근을 통해 우리식의 유기농자재를 만들어 발전시켜왔습니다. 즉 유기농업의 과학화를 이루어 온 것입니다. 이와 함께 토종벼를 수집, 보존, 재배해 온지도 꽤 됐습니다. 토종도 유기농자재처럼 과학과 결합해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완식 : 1998년 대학교수와 연구원, 농민들을 모아 ‘한국토종연구회’를 만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토종 연구를 해보자고 시작했지만 결국 탁상공론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토종종자를 가지고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실내에서 연구하고 정책을 만드는 것에 그치고 말았던 것이죠. 그래서 2002년 활동을 그만두고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토종 종자를 농민에게 보급해 생산해보자는 취지로 2008년 ‘씨드림’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토종씨앗 연구회 같은 것을 만들어 각 지역에 맞는 종자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라고 봅니다. 이 과정에 바로 과학적 접근 방법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이태근 : 토종씨앗은 유기농과도 잘 결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유기농이 시작된지 30여 년이 지나면서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이제 토종 종자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갈 시기라고 봅니다. 또한 GMO를 반대할 수 있는 대항마로도 떠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토종종자와 흙이 잘 결합하면 생산력 또한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안완식 : 조선시대 때는 농약도 비료도 없이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토종은 그 시절의 농법에 맞는 씨앗인 셈이죠. 하지만 지금의 농법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함으로써 토종과 맞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유기농법은 토종과 잘 맞는 농법이 될 수 있습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이 아니더라도 흙에 종자에 적당한 수분과 영양이 있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자명합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실제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조금씩 밝혀 나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태근 :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의 종자는 농약과 비료를 줘서 생산력을 높일 수 있도록 맞춘 것들입니다. 농약대체물, 유기물이 풍부한 흙에 적합한 종자를 찾아 생산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GMO보다 더 좋은 토종씨앗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유기농과 토종이 결합했을 때 둘 모두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완식 :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지역별로 미세한 농업 기후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각 지역에서만 나는 작물도 많습니다. 같은 작물이더라도 지역별 재배법에 차이가 있습니다. 토종의 종자가 수많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지금도 각 지역마다 다른 종자가 심겨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별로 흙은 물론이거니와 기후 조건도 다 다른 것이니 그런 것에 맞는 토종 종자를 찾아 심으면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태근 :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 ‘토종 하나가 사라지면 지구상에 품종 하나가 전멸하는 것이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유전적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지켜내는 작업은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안완식 박사의 토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흙살림의 기술력과 어우러져 뜻깊은 성과를 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토종과 유기농의 결합, 발전을 위해 앞으로 많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안완식 : 씨앗이 가지고 있는 유전인자를 연구하는 것은 일개 개인이나 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흙살림에서는 토종씨앗의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농사법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토종에 관심을 갖고 토종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우리 농촌 곳곳에서 할머니들이 텃밭에서 훌륭하게 재배하고 있는 토종의 재배력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진다면 좋겠습니다. 흙살림의 분투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