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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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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기농업역사
흙살림 조회수 1,353회 14-11-0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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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유기농업의 시작
 
이번에는 일본 유기농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일본유기농업연구회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일본유기농업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일본 유기농업의 시작은 1950년대 이후 고도경제성장의 문제로 인해 나타난 각종 공해문제와 그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관심 때문이었다. 1956년에 이미 농업기술연구소의 연구자에 의해 유기수은계 농약이 볏짚과 왕겨에 잔류해 있음이 밝혀졌고(일본식물병리학회), 1959년에는 쿠마모토 대학의 연구팀이 1956년에 쿠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발생한 미나마타병의 원인이 메틸수은이라는 것을 밝혀내 사회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리하여 1966년에는 국회 중의원들로 구성된 과학기술진흥대책 특별위원회에서 ‘농약의 잔류독성에 대한 과학적 규명과 대책 수립에 관한 건’이라는 것을 결의하였다. 또한 다음 해인 1967년에 농림수산성에서는 ‘농약잔류의 긴급대책에 관한 조사연구’를 개시하게 된다. 그 결과, 1968년에는 사과와 포도, 오이, 토마토 등 4개 작물은 BHC, DDT, 파라치온, 비소, 납의 5개 농약성분에 대해 처음으로 농약잔류기준이 고시되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각종 공해문제는 계속해서 발생되었다. 같은 해인 1968년에 후쿠오카현에서는 양계의 배합사료에 전기제품의 절연제 성분이 섞이는 PCB 중독 사건과 오염된 쌀겨가 섞인 채 출하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던 카네미 라이스오일 사건으로 유기염소계열(PCB)의 위험성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1970년에는 BHC, DDT 등 유기염소계열의 사용이 완전히 금지되는 등 농약관리법이 개정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 속에서 각종 공해문제는 결국 그들의 먹거리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렇듯 위험한 농약의 노출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생산된 먹거리를 찾고자 하는 적극적인 소비자 운동으로 표출되게 된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소비자들이 지방의 안전한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면 모두 구매하겠다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제휴가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한 단체가 바로 일본유기농업연구회이다.
 
■ 일본유기농업연구회
 
농약에 대한 위험성을 느끼기 시작한 생산자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업이라는 작은 실천들을 해나가기 시작한다. 한편 이러한 먹거리에 대한 많은 걱정과 우려 속에서 소비자들은 무첨가식품이나 안전한 계란과 우유와 같은 것을 찾으려 했다. 그러던 가운데 당시 협동조합경영연구소 소장이면서 협동조합 운동가인 ‘이치라쿠 테루오’ 씨가 중심이 되어 사회적인 조직 결성을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는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자연농법가 ‘후쿠오카 마사노부’ 씨를 비롯해 의사로서 먹을거리와 농약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쭉 연구해오다 무농약재배의 중요성을 알려왔던 ‘야나기 기료’ 씨, 그리고 과다한 농약에 의존해온 것을 비판하며 농촌의학을 실천해온 ‘와카츠끼 토시카즈’ 씨 등이 함께 하면서 일본유기농업연구회가 결성되었다. 1971년도의 일이다.
처음에는 미국 유기농업운동의 선구자인 로데일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는 등 먹을거리와 의학, 농학 등에 관한 연구회적인 성격이 강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2~3년이 지나면서 전국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유기농업을 해나가자는 자발적인 실천 운동이 일어나게 되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게 되었다.
1974년의 총회에서는 협동조합의 정신에 따라 자립하는 농민과 소비자가 서로 도와가며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하는 농협과 생협을 포함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제휴하는 실천운동의 장임을 강조하였다. 당시에 이미 생협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단순히 중간업자가 없는 직거래나 가격이 싼 공동구매를 넘어선 차원의 활동을 중시했다. 여기에서 나온 것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이해하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고 이러한 인간적인 관계 가운데서 가능한 서로의 입장에 대해 배려하는 차원에서 생산량과 가격 등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운반과 배송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서로 지원해야 한다는 형태의 ‘제휴’라는 운동이다. 그리하여 지난번 글에서 소개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10가지 제휴의 방법’이라는 것이 1978년 총회에서 구체적으로 제안되었던 것이다.
일본유기농업연구회에서 또 강조해온 것 중 하나가 ‘자급’이라는 것인데, 자급을 기초로 한 농업이라는 것은 다양한 작목을 소량으로 조금씩 생산하고 축산을 결합한 유축복합소농경영을 해야 하며, 퇴비나 사료, 종자와 같은 것도 자급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순환적인 농업을 말한다.
이는 화학농약이나 화학비료 등 합성물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자원을 가능한 활용하고, 윤작은 물론 공생식물이나 천적에 의한 방제, 오리농법 등을 이용한 제초 등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실천해온 그리고 현대적인 요소와 결합한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한 농업이라 할 수 있다.
연구회는 ‘환경파괴가 따르지 않도록 땅심을 유지 및 배양해가면서 건강하고 맛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또한 식생활을 비롯한 생활전반의 개선에 힘쓰고, 지구상의 생물이 오래도록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보전하는 것을 목표로 전국 약 4,000명의 회원들과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해가고 있다.
지금도 재래종자 교환 모임이라든지 매주 실시 중인 귀농자들을 위한 공부 모임, 여름과 겨울에 실시하는 현장교류회 등이 진행 중이며, 1년에 한번 열리는 총회는 전국의 회원들이 한 곳에 모여 교류하는 열띤 토론의 장이 된다. 이러한 취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회원이 될 수 있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의 ‘얼굴이 보이는’ 관계를 중심으로 한 이런 다양한 노력들이 지금까지 일본의 유기농업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