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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휴란 무엇인가?
일본의 유기농업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제휴관계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그렇다면 제휴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에서 제휴는 1970년대에 야마가타현의 다카하타, 효고현의 이치지마, 치바현의 미요시무라 등 지역의 생산자 그룹이 동경, 고베, 요코하마 등 대도시의 소비자 그룹과 안전한 농산물을 매개로 직접 만나게 됨으로써 시작되었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도시만이 아니라 지방의 도시에서도 유기농산물을 요구하는 소비자 그룹이 생겨나면서 제휴운동이 지역적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90년대에는 이러한 단체들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지역과 참가자들에게 맞는 제휴형태와 운영방식으로 다양화하게 된다. 일본 유기농업 발전의 선구적인 역할을 해온 일본유기농업연구회(1971년 결성)는 1978년에 개최된 제4회 전국유기농업대회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제휴의 방법’이라고 하는 제휴의 열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제휴의 방식을 기본으로 하여 유기농업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게 되었다.
■ 제휴의 열가지 원칙
첫번째, 생산자와 소비자의 제휴의 본질은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과의 우호적인 사귐의 관계에 있다. 다시 말해 둘은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상부상조하는 관계이다. 이것은 생산자와 소비자로서의 생활을 되짚어보는 것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안된다.
두번째, 생산자는 소비자와의 상담을 통해 그 토지에서 가능한 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희망하는 만큼 생산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세번째, 소비자는 그러한 희망에 따라 생산된 것을 모두 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식생활을 가능한 한 전면적으로 이에 의존하도록 한다.
네번째,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은 생산자는 생산물을 모두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선별 및 포장에 필요한 노력과 경비를 줄이도록 한다. 한편 소비자는 신선하고 안전하며 맛이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만 한다.
다섯번째, 생산자와 소비자가 제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우정을 돈독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끼리 만나는 기회를 늘려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섯번째, 운반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제삼자에게 의뢰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 그룹 혹은 소비자 그룹이 직접 소비자 그룹에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곱번째,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그룹 내에서 다수의 구성원이 소수의 리더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고 가능한 한 전원이 책임을 분담하여 민주적으로 운영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다만 구성원의 사정을 잘 고려하여 서로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덟번째, 생산자와 소비자 각 그룹은 그룹 내 학습활동을 중시하고 단순히 안전한 식량을 제공하고 획득한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홉번째, 그룹 내 인원이 많아지거나 지역이 커지게 되면 위와 같은 실행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룹 만들기에 관해 지역 크기나 구성원 적정 규모에 신경을 써야하며 그룹 수를 늘림으로써 서로 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열번째, 위와 같은 이상적인 조건에서 발족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충분하지 않더라도 예상이 가능한 상대를 선택하고 발족한 이후에 천천히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지역밀착형으로 다양화하는 제휴
2000년 이후 현재에는 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제휴관계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예전보다 더 ‘지역’이라는 요소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역 안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형태의 제휴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필자는 기존의 제휴와 구분하여 ‘지역밀착’형 유기농업이라 하였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단순히 농산물을 거래하는 차원을 넘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며 소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ure, 지역이 지지하는 농업),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AMAP(Associations pour le Maintien d’une Agriculture Paysanne, 농업과 농민을 유지하기 위한 조직), 스위스의 ACP(Agriculture Contractuelle de Proximite, 생산자와 소비자 근접 계약 농업) 등 그 이름은 각각 다르지만 지역의 농가와 농업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소비자와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연대는 앞으로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 김기흥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