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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급식에 관한 인터뷰(이태근, 권사홍)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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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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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 친환경급식정책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서울시친환경급식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로 인해 그동안 서울시 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해 오고 있던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친환경유통센터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해 오고 있던 전국 9개도 친환경산지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이와 함께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흉흉한 소문도 떠돌고 있다. 일부 친환경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되면서 친환경농산물을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이 친환경농산물 대신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 농산물을 권장하면서 친환경농산물 생산 농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농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들이 유포되면서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과연 그럴까. 흙살림 이태근 회장은“유기농업으로도 얼마든지 생산량을 확보할 수가 있다”고 확신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1984년 농민운동에 투신, 충북 괴산에서 30여년째 친환경농업을 연구해 오고 있는 이태근 회장으로부터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현실과 전망에 대해 들어본다.
1991년 ‘괴산미생물연구회’로부터 시작된 흙살림은 이후 (사)흙살림연구소, ㈜흙살림, 농업회사법인 흙살림푸드 등으로 성장해 오면서 지난해에는 100여명의 임직원과 함께 170여 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인터뷰는 2월 24일 충북 오창읍 각리에 위치한 흙살림연구소에서 진행했다. <김규태 기자>
1984년 농민운동 투신
1984년 졸업과 함께 충북 괴산에 정착해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당시는 엄혹한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이라 민간 조직으로 농민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아 가톨릭농민회를 중심으로 농민들을 조직해 나갔다. 당시 소몰이싸움을 통해 농민들을 조직하면서 음성, 괴산지역 농민회를 건설해 나갔다. 이후 전농 경제사업위원회 위원과 충북도연맹 감사를 역임했다.
“흙이 살아야 농업이 산다”…흙살림연구소 창립
버섯농사를 하면서 보니 미생물을 전부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미생물을 국산화 시켜 보자는 취지로 1991년 괴산미생물연구회를 만들고 1993년 흙살림연구모임을 만들면서 흙살림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박재일 한살림 회장이 대표를 맡고 나는 연구소장을 맡아 국내 미생물 전문가들과 산학협력으로 미생물을 연구하고 퇴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 음식물 퇴비 생산, ‘순환농법’ 시작
괴산과 청주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싣고 와서 닭과 지렁이를 키우고 퇴비를 만들어 농사를 지었다. 순환농법이다. 당시 괴산 아파트 1천 세대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수거해 왔는데, 닭이 하루에 음식물 찌꺼기를 1kg을 먹으니 1천마리로 모든 음식물쓰레기가 해결됐다. 닭이 골라먹고 남은 찌꺼기를 퇴비로 만들어 감자 농사에 활용하고, 닭이 낳은 계란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흙살림 설립, ‘연구·운동·사업’ 병행
본격적인 사업 출발은 2000년 ㈜흙살림을 설립하면서 부터다. 10년 동안 운동 성격으로 연구소를 운영해오면서 연구와 운동을 분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2000년 사업부분을 따로 분리해 ㈜흙살림을 만들어 농자재 사업을 시작했다. 흙살림연구소 회원 100여명이 출자하고 한살림도 참여해 출자금 1억원으로 출발했다.
흙살림푸드 설립, ‘꾸러미·학교급식’ 사업
2005년부터는 농업회사법인 흙살림푸드를 만들어 꾸러미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1천여 회원이 꾸러미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흙살림연구소는 신문출판, 농민교육 등 농민 조직화 사업과 토종종자사업, 농업경영컨설팅을 하고, ㈜흙살림은 친환경 농자재 생산·판매사업, 흙살림푸드는 농산물 생산·유통, 꾸러미, 학교급식 등의 사업을 한다.
“농업 변혁 중심은 유기농업”…2005년 박사 학위 취득
처음 괴산에 내려온 뒤 10년 동안은 누구 못지않게 여의도에 가서 살았다. 괴산농민들과 함께하면서 농민회를 만들고 사회를 바꾸겠다는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활동했다.
그런데 열심히 하면 바뀔 줄 알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민들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와 정부에 바꾸라고 백날 요구해 봐야 바뀌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농민운동 방식에 회의를 느끼고 경기도 화성 야마기시즘 산안농장 공동체에 들어갈 생각으로 교육도 받고, 일본 본부도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내가 바뀔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던 중 1992년 일본 유기농업 현장을 20일 동안 견학하면서 유기농업 운동은 결국 내가 바뀌는 운동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후 흙살림은 유기농업의 기술을 만드는 데 집중을 해왔다. 그 당시 시작 단계이던 한살림 생협 운동에도 참여하기 시작했고, 농사를 지으며 대학원에서 미생물학을 배우고 2005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기농업이 식량자급 대안…“생산력은 종자와 땅심”
우리나라 전체를 유기농업으로 전환해도 생산력은 떨어지지 않는다. 25년간 실험과 경험으로 확신한다. 원래 쌀은 햇볕과 물만 있으면 생산량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생산량을 조금 더 올리기 위해 제초제와 비료를 넣는 것이다.
유기농도 논에 볏짚도 넣고 퇴비도 넣는다. 생산량의 핵심은 적합한 종자와 그에 맞는 땅심이다. 땅심이 뒷받침 되고 흙과 종자의 궁합만 맞으면 생산량은 더 올릴 수 있다.
단지 장마기를 거치는 과일이 문제다. 장마철에 병이 창궐하기 때문인데, 이것도 품종을 개량 하면 유기재배가 가능하다.
유기농업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외국 종자회사에서 농약과 비료를 많이 쓰도록 개발된 종자를 사다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땅에서 오랫동안 적응해 온 토종 종자를 살려야한다.
“농업연구기관, 유기농업 편제로 바꿔야”
예전 우리가 자랄 때는 논에서 쌀만 먹는 게 아니라 미꾸라지, 붕어, 새우, 우렁이를 잡아 먹는 등 논에서 단백질원을 찾았다. 그런데 현재는 쌀만 먹게 만들었다. 논을 공장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게 농업이 망하는 근본적 원인이다. 쿠바처럼 전 농업연구기관이 유기농업 중심으로 편제가 바뀌어야한다. 기술연구·보급부터 정책까지 유기농업을 중심으로 바꾸면 몇 년 안에 전국을 유기농업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가 유기농업을 하면 일본과 중국도 우리나라 유기농산물을 먹을 것이다. 흙살림 농장에 토종벼를 100여 종 심어왔는데, 도시 사람들이 그걸 보고 장미꽃 보다 더 아름답다고 한다.
“소비자 인식 바뀌어야 모두가 산다”
농산물을 먹는 소비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농업이 산다. 씨앗 한 알이 수십 개의 열매를 맺듯, 지금은 초라한 농업이지만 우리 사회를 이 정도까지 만들어온 원동력이 농업이라는 인식을 해줬으면 한다.
또한 유기농업이 생산부터 소비까지 순환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 환경과 미래세대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에 공감을 해 주셨으면 한다. 농업이 살아야 우리나라가 산다.
2005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 흙살림푸드는 친환경농산물의 유통을 담당하는 흙살림의 유통 전문 회사다. 흙살림푸드 설립과 함께 흙살림의 사업은 그동안의 연구와 농자재 판매사업 등 농민 위주의 사업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통사업 영역까지 확장해왔다.
2013년 서울시친환경학교급식 사업에 참여하면서 흙살림푸드는 또 한 번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 까다로운 서울급식을 경험하면서 친환경농산물의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 이에 대해 권사홍 팀장은“서울급식을 통해 유기농산물의 대중화 시대를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흙살림푸드는 학교급식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유통사업을 통해 보다 폭넓은 생산자들을 조직해 유기농업의 순환 싸이클을 완성시켜 나간다는 각오다.
흙살림푸드 권사홍 학교급식(유통)팀장으로부터 흙살림푸드의 계획과 서울급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규태
흙살림푸드는 친환경농산물 전문 유통회사
흙살림푸드는 흙살림의 친환경 농산물 전문 유통사업체다. 그동안 흙살림은 유기농업 기술 및 농자재 연구와 개발, 농민교육, 생산컨설팅 등 농업 후방 쪽 업무에 집중해왔다. 흙살림에서 유통이란 유통 그 자체에 목적을 두기 보다는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생산자들의 농산물을 팔아주겠다는 개념이 컸고, 그렇기 때문에 운영방식에 있어서도 벤더형 운영보다는 다른 방식을 지향해왔다.
그런데 최근 유통사업이 양적 성장을 해 오면서 다양한 유통채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생산된 농산물을 팔아준다는 개념에서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흙살림의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활용해 다양한 유통채널을 적극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이마트, 꾸러미, 학교급식, 자체매장, 쇼핑몰을 넘어 백화점 공급, 편의점 등 채널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 꾸러미도 온라인과 연계해 다양화하려는 설계를 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흙살림을 알려 나갈 것
소비자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농가가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내야 한다. 흙살림은 안전성 검사 등 브랜드가 가져야 할 형식 뿐 아니라 내용까지 채울 수 있는 틀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흙살림은 돈에 휩쓸리지 않고 흙살림만의 보물스러운 가치를 쭉 쌓아 왔지만 그것을 소비자와 시장에서 풀어내는 부분에서는 다소 덜 적극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흙살림을 잘 모른다. 훌륭한 농가들이 생산하고, 철저한 안전성 관리시스템을 거쳐 유통하는 현 체제는 어디가서도 자랑할만 하다. 소비자들에게 흙살림이라는 조직이 어떤 철학을 갖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다.
흙살림식 산지협력방식 구축할 것
그동안은 유통사업과 조직철학 사이에서 최대한 농가와 상생하는 방식을 고민해왔는데 유통은 조직문화만 가지고는 사업을 확대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유통사업 확대를 고민하면서 흙살림식 산지협력 방식을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벤더 방식으로 물건을 많이 팔아주기만 하면 얼마든 농가를 확보할 수 있다. 공급 풀을 놓고 유리한 생산물만 모아 팔수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농가들은 몇 년 하다가 실망하고 또 빠져나갈 것이고 꾸준하게 같이 만들어갈 수가 없다.
친환경농업을 시작하는 농가와도 최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가를 확장 시키는 방법을 택하려 한다. 그렇게 가다보면 느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서울급식 충격, 농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
서울급식에서 탈락되지 않으려면 농민들이 스스로 변해야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농업계 전반에 충격으로 퍼져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농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농민들이 노력해야할 부분이 용인되는 건 아니다.
몇 년 전에 비하면 친환경 농업의 수준이 올라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5년 전에 지금의 품위를 요구하면 모든 농가들이 욕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다. 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일반 농산물 같은 유기농산물의 품위도 가능하다는 것을 느낀다. 때깔이 다르긴 하지만 친환경 농산물 품위를 끌어올리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생산이 일정 수준이 안 되면 유통 확산에 한계가 있다. 서울급식을 보면서 유기농산물의 대중화도 가능하겠다는 판단을 했다.
흙살림 위상 증명 받기 위해 서울급식 참여
학교급식을 하겠다는 내부적인 동기가 있어서 서울급식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충북에서 흙살림의 위상을 증명 받고, 급식이라는 유통채널을 확보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도 생각했다.
서울급식에 참여하면서 사업구조를 개선할 수 있겠다는 측면과 충북 대표로 흙살림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두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 충북 친농연과 함께 학교급식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급식, 사업적으로는 마이너스지만 자신감 성과
서울급식은 사업적으로는 당연히 마이너스다. 그런데 학교급식을 접해 봄으로써 흙살림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성을 확인하고 자신감도 얻었고 그 자체로 경험도 축적됐다. 그동안 흙살림은 급식공급 경험이 하나도 없었다.
사업적인 성과보다 경험 자체를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겠다는 판단은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하여 6억 3천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모두 적자날 수밖에 없는 서울급식 구조
지금 8개 산지 구조로는 수익내기가 힘들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서 공급되는 물량이 서울시 전체학교라면 그럭저럭 수익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수익을 내기 어렵다.
100원을 받으면 물류·안전성검사 등 수수료 5%를 떼고 농가에게 80%를 준다. 100원을 받으면 80원을 농가에게 주고 15원이 남는 셈이다.
클레임도 많은데 농가에게 80%를 주는 건 미친 짓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서울급식을 통해 흙살림이 농가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했다는 것을 높게 보고 있다. 현재 30~40농가가 서울급식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생산자 피해 키워
공공조달적 플랫폼이 꼭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공공급식이 됐던, 경쟁급식이 됐던 플랫폼이 통합될 필요가 있다. 다만 누군가 중간에서 안전성 관리를 하고 안정적으로 물류가 공급될 수 있도록 책임지는 중간자는 있어야 된다고 본다.
지금까지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해왔던 방식이 나름 잘 정착되어 왔다고 보이는데, 교육청에서 내놓은 지침이 플랫폼을 다양화 한다는 취지라고 하더라도, 현재 비중있는 플랫폼을 배제한 것이라는 점은 아쉽다. 서울시교육청이 아이들 먹거리를 가지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수순과 방식으로 생산자들에게도 큰 피해를 입혔다. 서울급식 때문에 새롭게 투자를 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못하게 될 판이 됐기 때문이다. 그 피해를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