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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간의 상생을 위한 친환경-왜 친환경인가?
흙살림 조회수 429회 14-03-2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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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간의 상생을 위한 친환경-왜 친환경인가?
흙살림 회장 이태근

얼마 전 우리나라 일간지에 살충제를 써서 재배한 야채보다 유기농 야채가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내추럴리 데인저러스’라는 책의 광고가 크게 실렸다. 다소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광고카피에 평소 유기농업의 확대를 중요하게 생각해 온 사람으로서 책을 구입해서 읽어 보았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쳐보니 제목처럼 유기농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내용은 별로 없고, 대부분 지금까지 이미 알려진 일반적인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길러낸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의 이름을 팔아서까지 유기농을 비판해보려고 하는 시도는 오히려 애처로운 생각까지 들게 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를 파악했다면 좀 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유기농을 비판해야 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유기농과 깊게 관계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주로 이 책을 구매할 것을 예상해 볼 때, 그만큼 지금의 우리사회가 친환경농업을 매우 구체적으로 논의해야할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친환경이라는 용어의 의미조차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도시 소비자들은 친환경농업이라는 용어를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친환경 농업이라는 말의 현실적인 뜻은 이미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육성법에 자세히 규정되어 있다.
친환경농업의 의미를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재배, 둘째는 농약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1/3이하로 사용하는 무농약재배, 셋째로 관행재배보다 화학농약이나 화학비료를 1/2이하로 사용하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저농약재배가 그것이다.
즉, 친환경 농업은 농약이나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화학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반 정도 사용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2008년 8월 현재 축산농가를 제외한 유기재배 농가는 7,136개 농가, 무농약재배 농가는 38,200개 농가, 저농약재배 농가는 104,294개 농가이다. 전체 친환경농가의 대부분인 약 70%가 저농약재배 농가이다. 즉, 친환경농업을 하는 대부분의 농가도 화학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일정부분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대부분의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친환경과 실제 농촌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생각하는 친환경은 차이가 있다. 도시소비자들은 친환경농업이 곧 유기농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이다.
최근 한미 FTA 협상논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우리 사회에 식품안전이라는 새로운 이슈를 던졌다. 지금까지 먹을거리의 안전성 문제는 잠시 미뤄둬도 괜찮은, 급하지 않은 문제로 인식하였다면, 이제는 당장 나에게 던져진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농업이라는 부분도, 지금처럼 농민만의 문제로만 치부되지 않을 것이다. 농업의 문제는, 바로 먹는 문제이고, 우리 사회의 문제이자, 당장 나의 문제가 된 것이다.
이제 친환경 농업은 단순히 소비자의 건강만을 생각해서 오염 없는 먹을거리 상품을 만들어 내는 행위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오염을 최대한 줄이고, 농산물을 둘러싼 각종 사회 여건 즉 유통체계, 소비자와의 유대, 공동체성까지 전체적인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포함한다. 친환경농업은 우리 사회의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지키고, 나아가 환경,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따라서 친환경농업을 통한 도농협력은 농촌을 살리는 것이며, 도시가 사는 것이며, 곧 사회를 살리는 고리가 된다. 지금부터라도 도농상생을 위해서 농업에 대한, 또 농촌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고, 이 전제조건들을 이제는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첫째,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기 위한 가장 좋은 협력은 무엇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적극적인 관계를 맺는 일이다. 도농상생을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보다 바로 직거래이다.
둘째, 도시민들이 농업을 보다 더 가까이에서 체험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자기집 가까운 곳에서 텃밭이나 공원 등 자투리 땅을 이용해서 농사를 경험해야 한다. 농업을 우리 사회에서 희생해야할 산업이 아니라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셋째 공장에서 찍어내는 가공품이 아니라 농가에서 일일이 만든 가공품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외국의 경우 진짜 값비싼 것은 오히려 집에서 만들어진 가공품이다. 우리 소비자들도 농업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가공품을 중요한 가치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넷째, 농민들의 공익적인 활동에 관심 갖고, 그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농촌에서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일 자체가 바로 생태를 살리는 일,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농촌이 좀 더 친환경농업에 의지를 갖고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힘은 농촌과 함께 하고자 하는 도시의 적극적인 연대와 협력에 있다. 우리 땅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소비하는 것이 내 몸과, 공동체에 가장 안전하고 보약이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인식하고, 농촌과 도시의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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