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보기 기부금내역
농업동향

페이지 정보

유기농은 우리 사회에 어떤 가치가 있는가
흙살림 조회수 451회 14-03-21 21:37

본문

신년 좌담회 - 유기농은 우리 사회에 어떤 가치가 있는가
새해를 맞아 유기농사를 짓고 있는 몇 분 농민을 모시고 좌담회를 열었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환경농업의 판도변화를 예상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에 대해 허심탄회한 말씀을 들었다. 그동안 유기농업으로 농사지으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들어보았으며 진정한 유기농업의 길로 가기 위해 필요한 여러 조건에 대해 제시했다. 흙살림신문에서는 올해 한해 동안 삶 속에서 유기농사를 오래 지은 흙살림 회원분들을 인터뷰하여 현장농민의 어려움을 듣고 농민과 함께 진정한 유기농업의 표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편집자 주-
 
때 : 2007년 12월 29일 토요일
곳 : 흙살림 괴산 교육장
참석자 : 강영식(괴산 감물, 감물친환경축산반 대표)
         김종면(괴산 감물, 양채 생산 회원)
         유환영(청원 오창,  토마토 생산 회원)
 
친환경하면서 제일 큰 문제는?
- 2008년 흙살림 캠페인으로 <흙살림회원은 흙을 살리기 위해 윤작을 실천합니다> 로 정했습니다. 농민과 함께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취지를 살려 진정한 유기농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흙살림이 앞장설 것입니다. 그동안 어떤 농사를 어떻게 지어 오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친환경하시면서 제일 큰 문제는 무엇인지요?
강영식 : 7,8년 전 이태근 소장과 우렁이 농법을 처음 해봤습니다. 우렁이에 대한 기초를 하나도 몰라서 우렁이가 죽을까봐 물을 대 놨더니 벼가 다 쓰러졌습니다. 그 후 2년을 안하다가 제 집사람이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알고 이웃에서 친환경을 권했고 다른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같이 해보게 되었습니다.
벼농사 6000평, 밭 2000평, 소 40마리 정도 키웁니다. 퇴비는 순환농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흙살림 균배양체, 도움이 발효 등을 통해 퇴비를 만들고 있습니다. 소 키우는 것이 장점이 많지요. 축산과 벼농사는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벼 재배 농가에서 볏짚을 가져오고 축산퇴비를 그 농가에 줍니다. 친환경볏짚 구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벼 수매 가격이 낮아 밭작물로 전환을 많이 합니다. 또 볏짚 말리는 게 오래 걸려서 호밀을 갈 수가 없습니다. 만생종을 심으니 벼 베고 호밀 심는 시기가 맞지 않아 애로가 있습니다. 군에서 지원이 된다면 소 사료만 심는 농가와 임대 계약을 하고 싶습니다.
유환영 : 하우스만 8000평 정도 합니다. 초창기에는 하우스를 대규모로 짓느라고 객토를 했습니다. 땅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지요. 처음엔 쌈채류 40종류를 심었습니다.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고 토마토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2006년부터 쌈채류를 끊고 토마토, 오이, 호박 중심으로 합니다. 그런데 토마토 값이 나빠 빚만 졌습니다. 기름값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2001년부터 토마토 유기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농관원과 흙살림 인증 두 개가 있습니다. 유기농업에서 제일 어려운 점은 농가 혼자 모든 걸 하는 게 제일 벅찹니다. 기술력 있는 흙살림에서 같이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일률적으로 유기농업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농가들 수준에 맞게 해야 합니다.
김종면 : 2002년부터 유기농업을 하면서 흙살림 인증을 받았습니다. 상토를 미리 만들어 썼는데 무비료상토에 균배양체를 15% 섞어서 사용했더니 처음 비료 과잉 현상이 있다가 잘 컸습니다. 10% 정도가 적당합니다. 양분이 달릴 때는 구아노 액비, 균배양체 액비를 사용해서 육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습니다. 건토에서 노지 농사를 짓다 보니 비가 많은 해에는 작황이 좋지 않습니다. 비가 잦은 가을 작기는 양분요구량이 적은 작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5000평을 유기농사로 지었습니다. 감물은 80여 전 회원 농가가 올해 유기로 전환됩니다. 전면적으로 유기 전환한 것을 유지시킬 수 있을지 관건입니다. 상품성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은 한 유기농업으로는 생산성을 맞출 수 없다고 봅니다.
강 : 유기로 가기 위해서는 땅심을 많이 살려 놓아야 합니다. 친환경을 하다 보니 관행 논에 들어가기가 싫습니다. 농약 냄새를 조금만 맡아도 금방 헛구역질이 납니다. 친환경을 하면서 관행처럼 악착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고 좀 느긋해집니다. 친환경하면서 효율이 떨어지는 것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지만, 내 신념이 있기 때문에 선택을 잘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 : 어릴 때부터 벼농사를 많이 지었습니다. 농업고등학교를 다닌 후 4H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친환경을 하다보니까 여유가 생기고  재미도 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자재를 만들고 견학도 다니고 하면서 지역의 장단점을 잘 접목합니다. 사실 성격 급한 사람은 유기농업 못합니다.
김 : 유기농업 소비자라면 돈이 아깝지 않은 농산물이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규격 외품에 대해서 먹는데 지장은 없지만 관행에 비하면 보기 좋지 않은데 그런 것을 맛있게 먹어주는 소비자가 있어야 보람을 느낍니다.
유 : 친환경 자재가 많긴 한데 믿고 쓸 수 있는 자재가 드물고 시기별로 효과가 차이가 많이 나서 힘이 듭니다. 또 친환경농업과 관련해서 노인분들은 관행과 비교해 추상적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돼지똥이나 소똥을 얼마나 뿌려야 되는지에 대해 요소비료와의 비율을 비교해주면 좋겠습니다. 겨울에 친환경 농업관련 교육도 많은데 실질적이지 못하고 외형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강 : 감물지역 사람들은 흙살림으로부터 많이 배웠는데, 흙살림에 대한 고마움들을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흙살림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오창이나 감물에 미리미리 씨를 줘서 시범재배 해보고 시범재배한 분들이 다음 모임을 통해 재배나 육묘와 관련한 문제점들에 대처할 수 있는 요령들을 만들고 새로 재배하는 농가들에게 신속하게 가르쳐 줬으면 좋겠습니다.
유 : 흙살림 신문을 현대농업지 형태와 같이 월간지로 바꾸어서 선진농법에 대한 기고를 하게 해서 유기농 재배 병충해 방제와 같은 정보들을 교류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습니다. 각 지역의 농가를 선정해서 통신원처럼 활용하고 신문에 고정적으로 소식이나 재배정보를 올리면 좋겠습니다.
김 : 먼저 자기 땅에 대한 관심들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가 자기 땅을 알아야 합니다. 애당초 땅을 만들어 놓은 것이 어떤가가 중요합니다. 2007년 봄비가 잦아서 양분이 빠져나가서 농사가 좀 틀렸구나 했는데 땅심이 있으니까 잘 되더군요. 유기재배가 남 건강을 지켜주고, 내 건강을 지키는 거라는 걸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처음엔 유기재배가 돈을 많이 버는 건 줄 알았는데...
강 : 제일 힘든 건 나 하나라도 유기재배 해 볼라고 하는데 주위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기재배 하는 농가들도 농사경험들을 서로 알려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친환경이냐 이런 식으로 의욕을 꺾는 경우가 참 힘듭니다. 내가 농사지은 농산물이 상품가치가 없다고 반품 들어왔을 때는 정말 견디기 어렵습니다.
유기재배하면서 변한 점은?
- 유기농산물은 사실 벌레 먹고 못생긴 것이라는 것을 소비자 인식 속에 자리잡게 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어려운 유기재배를 하면서 변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얘기해 주십시오.
강 : 형제들이 많으니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매형의 경우 우리 처남이 농사짓는 거라면 나는 믿는다고 하니까 참 많은 힘이 됩니다. 가족들 형제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농사짓고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는 게 보람입니다. 농사지은 것을 팔기 위해 소비자 욕구를 쫓아가다 보면 어려운 게 너무 많습니다.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믿음을 쌓을 수 있도록 만나는 자리들을 많이 만들어야 친환경이 좀 살아날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유 : 일반 소비자에게 친환경 농산물 먹게 하기가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한 사람에게 친환경 유기농을 먹게 하기 위해서는 오랜 투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친환경 단체들이 꾸준히 소비자 교육을 해야 한다.
김 : 감물은 열두 분이 친환경을 시작해서 마을 전체의 모습이 유기농으로 바뀐 사례입니다. 전국에서 보기 드문 유기농업 산지를 이루었지요. 공동물류, 공동정산이니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습니다. 제대로 유기재배를 하지 않으면서 무임승차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무농약 인증이어도 무비료 원칙을 고수해서 2년간 어렵게 지켜왔습니다. 전체적으로 유기재배로 가는 건 좀 버겁게 느껴지는 게 좀 있습니다.
강 : 감물 같은 경우 관심을 갖고 유기재배를 잘 지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공동정산으로 대충대충 농사짓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유기재배 관리, 작황에서부터 유통관리까지 마을책임자 중심으로 역할을 잘해서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기농의 진로모색
- 일본에 가보니 유기농에서 규격 외 작은 거 못생긴 농산물으로 음식을 만들어 유기농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를 봤는데 앞으로 유기농민들도 이런 걸 좀 해보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공이나 직거래를 포함해서 유기농이 앞으로 어떤 진로를 모색하는 게 좋은지 말씀해 주십시오.
강 : 떡집을 친환경 쌀로만 하는 걸 생각해 봤습니다. 처음엔 힘들더라도 완전 친환경 쌀로만 떡이나 가공품을 만드는 곳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가격은 너무 비싸게만 받지 말고.
유 :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문을 남겨야 하니까 비싸게 할 수밖에 없겠지요. 장사를 하면서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에서 세금을 좀 덜 내도록 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친환경 농산물 관련 사업을 하면 인센티브를 좀 주어야 활성화됩니다. 생산하면서 장사하기는 진짜 힘듭니다. 생산자는 생산만 하면 되는 형태로 가야 합니다.
김 : 도시소비자 방문자들이 거의 생협 소속 조합원들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직거래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운거 같습니다. 감물의 경우 농민들끼리 운영하다보니까 돈 문제가 제일 어렵습니다.
강 : 농촌관광은 실패라고 봅니다. 대개가 하루 머물다 가는 형태밖에 안됩니다. 농촌관광은 잘 생각하면서 해야 합니다. 유기재배 지도는 인증기관에서, 판매는 농협에서 뭐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농민들이 생산도 하고, 판로도 고민해야 하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농협을 개혁해서 농산물 잘 팔아주면 좋겠습니다. 농협이사로 앞으로 친환경농민들이 많이 들어가야 합니다.
새해유기농업 판도변화와 대응
- 새해 유기농업 전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농민들은 어떤 변화가, 유통은 어떤 변화가 있을지 각자 얘기를 해 주시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들도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강 : 유기농사에 다른 부분들이 막 쳐들어 올 것입니다. 업체 같은 데서 농사짓는 사람들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굳은 신뢰를 갖고 이 거대한 물결을 이겨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유 : 인증농가는 2-3년간 늘어나겠지만 그 이후는 정체될 거 같습니다. 친환경이 돈 많이 번다고 덩달아 쫓아온 사람들이 자금회전도 안되고 판매도 안 되고 하니까 정체 내지는 줄어드는 경우가 나타납니다. 유기재배 농가가 정체되면서 실제 유기농 하는 사람만 살아남고 돈 벌 목적으로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정리되는 방향이 바람직 할 수 있습니다.
김 : 신뢰가 앞으로 제일 중요한 문제가 될 거 같습니다. 소비자의 신뢰가 지켜질 수 있도록 유기농산물이 뭔가라는 것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인증의 경우 농약만 안 쓰면 되는 걸로 알고 있고, 비료 사용량 기준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농가도 많은데 농가부터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강 : 농관원 인증보다 흙살림 인증의 가치가 더 어렵고 권위가 있다는 걸 소비자들이 잘 알아야 더 사먹지 않겠습니까?
김 : 흙살림에서 소비자들에게 흙살림 친환경농산물 인증이 권위가 있고 어려운 거라는 걸 많이 홍보해 주면, 현장 농민들이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유 : 자꾸 소비자들을 친환경쪽으로 끌어들여서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보여주고 팔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생산자들이 소비자들 오는 걸 싫어하면 안됩니다.
유기농업 농가의 의식이 중요
- 덩달아 하는 농민들로 인해서 유기농업의 질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전반적으로는 유기농으로 가는 분위기는 커졌습니다. 새해 예상되는 여러 어려움 중에 유기농업 농가가 가져야 하는 의식은 어떤 게 있을까요?
강 : 정부는 친환경쪽 보조만 신경 씁니다. 그래서 3-4년간 정부지원 쪽에 초점을 맞춰서 기준에 못 미치는 농산물들이 많이 만들어질 텐데 소비자와의 신뢰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친환경에 먹칠을 하는 농민들은 바로바로 퇴출시켜야 합니다.
김 : 의지가 약한 사람들은 떨어져 나갈 것입니다. 어차피 농민들이 열심히 해서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유 : 무농약 하다가 유기농업 올라가려면 돈 벌 생각은 버리라고 후발주자들한테 말합니다. 이런 의식이 농가들부터 밑바닥에서 생겨야 합니다.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떠드는 데는 대부분 저농약이고, 무농약 이상이 거의 없습니다. 차라리 유기농만 친환경으로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소비자들이 여러 가지 인증단계가 많으니까 혼란스러워 합니다. 기본만 잘 지키면 유기농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현장 속에서 흙살림의 역할
- 현장 속에서 농민의 어려움을 함께 하기 위해 흙살림은 한해 동안 현장을 다닐 것입니다.현장 농민들에 대한 흙살림의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하고, 또 유기재배 농민들의 어려움을 듣는 방법은 어떠해야 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유 : 흙살림 회원 농가 또는 인증농가를 협력 농가로 선정하여, 언제 어디서든지 흙살림과의 협력관계가 가족같이 변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유기농에 대해 단계별로 홍보를 많이 해 주세요.
강 : 협력농가를 선정해서 그 사람들이 흙살림 농법에 대해 이웃농가에 전파하는 게 좀 빠르지 않겠습니까. 아울러 옛날 농촌지도소와 같이 현장과 밀접하게 결합되는 게 필요할 것입니다. 흙살림 인증이 어렵게 받은 거라는 걸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홍보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김 : 흙살림 직원들이 농민들한테 가장 친절한 직원들이었는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력농가들한테 그런 인정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강 : 대학 교수들한테나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우리는 흙살림에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북한 삼일포 농장에 갔을 때 거기에 계신 분들이 흙살림 액비를 최고라고 이야기 하는 걸 들었는데 척박한 북한 땅을 살린다는 생각에 흐뭇했지요.
<사회 : 이우성, 정리 : 최시영>
<이 자료는 비상업적인 용도를 위해 인용, 복제할수 있습니다. 다만, 출처(출처:흙살림)를 반드시 밝혀 주시기 바라며 개작은 허용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