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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유기농업 본래의 모습을 생각하며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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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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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유기농업 본래의 모습을 생각하며
이태근(흙살림 회장)
지난 3월 1일부터 2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36회 일본 유기농업전국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왔다. 대회에 참가한 300명의 회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강사들의 강의를 주의 깊게 듣는 모습이 우리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일본은 지난 2006년에 유기농업추진법이 제정됨에 따라 유기농업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농민들의 모임이었지만 강의실 밖에는 책을 파는 사람들과 책을 사서 읽는 농민들이 복도를 꽉 메우고 있었다. 과연 우리 농민 모임에서도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아마 우리 농민들의 모임에는 농약 장사들이 복도를 꽉 메우고 그들이 광고하는 농약을 구경하는 모습이 더 흔한 풍경일 것이다.
농업이 어렵고 힘들지만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그것을 이겨내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공부가 필요한 때이다.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것은 없는지 세밀하게 따져보고 확인해 봐야한다.
1834년에 시작된 일본의 센비키야 과일 가게는 174년 된 전통으로 명품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명품과 전통에 대한 신뢰가 어우러진 과일 가게는 옛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며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는 수입 농산물로 만든 장을 3대째 이어온 손맛으로 만든 명품 된장이라 속여 판 사건이 있어 우리 농민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원료의 대부분을 중국산으로 만들면서 국산 명품이라고 속인 이 행위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우리 스스로는 지금까지 잘 해왔는가에 대한 반성과 냉엄한 분석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일본도 유기인증(자스) 농산물이 대형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우리처럼 저농약, 무농약 농산물을 공식적으로 인증하고 팔지는 않는다. 일본은 오직 유기 인증으로만 소비자와 만나고 있어 훨씬 유기 농산물에 대한 신뢰가 높다. 유기 농산물은 관행농산물이나 무농약, 저농약 수준의 농산물보다 못생겨서 보기에는 안 좋아도 안전성과 품질면에서 뛰어나다고 누구나 인정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대대적인 유기농업보다 농산물의 지역순환이나 도농제휴를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일본 유기농업은 성장·발전하고 있다. 유기농업에서 민간의 노력이나 역할이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고 농민들의 자발적인 연구와 참여도 큰 몫이라는 교훈을 깨닫게 한다.
일본 유기농업연구회가 주창하는 유기농업이란 ‘첫째 살아있는 흙을 만드는 것, 둘째 여러 품목의 작물을 적지에 적기에 재배하는 것, 셋째 벌레나 새, 미생물 등 모든 살아 있는 것과 공생하는 것, 넷째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반드시 순환하는 것, 다섯째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얼굴을 보며 관계를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농업의 본래 모습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근본을 생각해 보자. 가장 기초적인 것을 무시하고 다 아는 것처럼 하지는 않았는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농본주의 정신을 되찾자. 유기농업 본래의 목적과 추구하는 방향에 맞도록 우리의 현실을 고치고 가다듬어 진정한 유기농업의 길로 나아가자. 새로운 유기농업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모색되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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