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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된 국제식량위기, 친환경체제 전환 기회로
흙살림 조회수 309회 14-03-2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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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된 국제식량위기, 친환경체제 전환 기회로
서종혁 (한경대 교수)

그동안 우리 농업계가 많은 우려를 해 왔던 국제식량위기가 현실로 닥쳐왔다. 국제 곡물가격이 최근 2~3년 사이에 크게 폭등하여 국민식량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년 사이에 국제 옥수수가격은 62%, 콩 값은 31% 올랐으며 밀 가격은 90%까지 뛰었다. 국제 식량가격의 폭등에 따라 국내 식량자급률이 95% 수준인 중국조차도 곡물수출을 중단하였고 러시아는 곡물의 소매가격을 동결하였다, 개발도상국인 이집트에서는 식량배급까지 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우리는 그동안 쌀이 남아돈다고 식량문제를 안이 하게 생각하고 공장설립의 규제완화 차원에서 농지전용을 당연시 하는 사회풍조까지 생겼다. 그 결과 국내 식량자급률은 매년 1~2% 씩 하락하여 이제는 25% 수준까지 도달하였다. 이러한 상태에서 국제곡물가격의 상승은 당장 사료 값의 폭등으로 축산농가가 심한 타격을 주고 있다. 라면이나 빵 등 가공 식품의 가격도 크게 상승하여 서민들의 가계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식량위기는 70년대 중반에 있었던 국제곡물가격 파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시에는 미국 등 곡물수출국이 수출량을 조절하여 발생한 공급상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폭발적인 곡물수요로 나타난 수급불균형의 구조적 현상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과 폭설로 호주 등 식량수출국의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곡물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최근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국제 석유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옥수수, 사탕수수, 유채와 콩 등 주요 농산물이 대체 에너지 자원으로 이용되면서 국제식량의 수급균형은 깨지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국제 석유가격이 배럴당 70달러가 넘는 한 곡물의 에너지 생산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세계인구의 약 50%를 점하는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곡물에 대한 수요증가도 가히 폭발적이다. 과거 채식과 곡물위주의 식품 소비패턴이 경제 발전으로 육류 중심으로 바뀌면서 곡물에 대한 수요가 과거에 비하여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국제적인 곡물의 수급불균형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높이는 곡물생산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한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최근 해외농업자원개발을 통하여 부족한 곡물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해외농업자원개발이 말처럼 용이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40여 년간 일본 등 많은 선진국들이 해외 농업자원의 개발을 위하여 많은 노력과 투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보이지 못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국내 유휴농업자원을 활용하는 길이 짧은 기간 안에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늦었지만 이번 국제 식량위기를 통해 국내 농업구조를 부존농업자원을 활용하는 친환경 농업체제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료곡물가격의 상승은 과잉생산으로 남아도는 논이나, 휴경지화 되고 있는 한계농지, 그리고 산지까지도 국내 조사료의 생산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다. 또한 현재 환경오염원으로 처치 곤란하여 해양투기까지 하고 있는 가축분뇨로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유기질비료와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말 그대로 유기물순환 체제의 농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축분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현재 시험가동 중이기 때문에 이 기술을 잘만 활용하면 기후 온난화의 주범인 메탄가스의 감소를 통하여 국제적으로는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국내적으로는 농촌의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지역의 환경농업발전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면 농촌의 환경도 살리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농촌지역의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새 정부도 국제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밖으로만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국내 농업자원부터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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