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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내 밥상의 문제다.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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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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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내 밥상의 문제다.
이태근(흙살림 회장,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
새해부터 기름값과 곡물 가격의 폭등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농업의 구조 조정, 즉 농촌진흥청의 폐기는 더욱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농업 농촌이 우리 사회의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농촌 현장에서 살아온 한사람으로서 슬픔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새 정부가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쌀로 국수를 만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발상은 너무나 근시안적인 태도이다. 우리나라 쌀이 밀가루를 대신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가격, 성분 등)를 많은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수입한 농산물로 우리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해결하려고 하는 방법과, 쌀로 국수를 만들어서 해결하려고 하는 방법은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누구의 잘못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농업 농촌이 우리 경제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것은 새마을 운동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를 한단계 발전시켰다고 이야기하는 새마을 운동은 우리 사회의 디딤돌이었다. 그 배후에는 농업, 농촌, 농민의 희생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경쟁력이 없다는 미명아래 농업과 농촌을 축소시키고, 시장논리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지금의 형국은 부모가 늙고 돈 없다고 길거리로 내쫓는 자식들의 태도와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근본적인 농업농촌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건수 올리기 식으로 접근하면 문제의 실타리는 더욱 옥죄고 매듭을 찾을 수 없다.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해야 치료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아는 체하는 돌파리들의 잘못된 진단으로 얼마나 많은 의료사고가 나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농약병을 찾았던가. 현재 자신의 명분과 실리 찾기가 먼저가 아니라 예전부터 있어온 문제의 원인을 시간을 갖고, 여론을 들어가면서 진단한 후 매듭을 찾는 것이 순서이다.
지금 세계농업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와 희망이 도사리고 있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과 국제곡물가격의 폭등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최근들어 가장 큰 흉년이었다. 현재와 같은 이상 기후가 지속되면 우리나라도 쌀 자급이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 예상된다. 값싼 외국 농산물이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점차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 평가다. 작년 중국의 돼지 가격이 폭등하여 중국 정부가 큰 홍역을 치렀다. 러시아가 곡물 수출을 막기 위하여 수출세를 부과하고, 호주의 곡물 생산 격감, 미국과 브라질 곡물의 바이오 에너지화 등등... 식량자급률 25%인 우리나라에게는 큰 재앙을 예고하는 시나리오다. 항상 말한다. 위기는 기회라고. 경쟁력이 없다는 우리 농업에도 위기가 왔으므로 바야흐로 기회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런 여러가지 환경이 얽혀있는 것이 우리 농업환경이다. 이제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농업을 출발시켜야 한다. 지금처럼 핸드폰, 자동차 수출하고 농산물을 수입해서 먹겠다는 시각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협소한 단견이다.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대비하고 우리 사회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농업, 농촌, 농민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이 변화 되어야 한다. 우리사회 공동체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농업, 농촌, 농민과 함께 희망을 만들어야 우리나라 미래가 지속될 것이다.
가장 먼저 전 국민의 의식 속에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생각이 다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향수처럼, 농촌, 농업, 농민의 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 식탁의 문제요, 내 건강의 문제라는 것을 먼저 인식하게 해야 한다. 환경을 살리는 첨병, 먹을거리의 파수꾼, 자연정서를 살리고 지키는 지킴이 역할을 자임하는 농민에게 의지를 북돋아주고 봄이 되면 다시 호미 들고 들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농민들의 생각, 농촌의 현실파악, 농업의 환경을 먼저 듣고 살피고 잘 생각하는 일이다. 5,000년 역사에서 농업이 끊긴 때는 없었다. 삶처럼, 공기처럼 오랜 역사를 이어온 농업의 역사를 하루아침에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 역사를 두려워하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새 정부가 되기를 농민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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