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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할 신토불이
흙살림 조회수 333회 14-03-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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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할 신토불이
현의송(전 농민신문 사장,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1990년 UR 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농협을 중심으로 신토불이라는 케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신토불이’ 운동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몸과 흙은 하나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국내 농산물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뜻으로 전 국민에게 호소하는 운동이었다.
국민들은 이에 동조해 주었고 42일 동안에 1300만 명이 신토불이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서명하여 기네스북에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국어사전에도 등재 되었다. 어느 누구도 신토불이가 일본 것이니 중국 것이니 하는 말을 하지 못한다. 국민들 사이에는 <신토불이>노래가 유행가로 불려 지기도 했다. 어떻든 전 국민의 공감대를 얻은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도 작년 국가가 정한 농업인의 날 행사장에서도 <슬로푸드 체험장>이라고 간판을 붙이고 메주를 쑤어 된장 만드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슬로푸드는 전통농산물과 전통음식 조리법을 주요 목적이므로 콩을 외국에서 수입하여 된장이나 간장을 만들어도 슬로푸드라고 할 수 있어 신토불이와는 개념이 분명히 다르다.
어떤 언론인은 ‘신토불이는 사기다’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 당시 신토불이 운동에 참여했던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졸지에 사기꾼이 되어 버린 셈이다. 이 분의 논리는 신토불이가 타당하다면 외국에 이민 간 교포들은 지금 모두 죽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식생활은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축적되어 어떤 결과가 나타나므로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도를 넘는다고 생각한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기피하는 것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 의구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많은 나라가 기피하는 것 아닌가.
신토불이 운동은 우리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로컬푸드 로컬라이프’라고 하면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여 지역농업과 농촌경제를 유지하자는 운동이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이탈리아는 오래 전부터 슬로푸드 운동이 시작되었다. 다국적 식품기업에 따른 음식의 획일화와 동질화에 반대하고 소량 생산되는 전통 농산물과 전통음식을 지켜서 전통문화와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 되었다.
일본은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 내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1999년 식료농업농촌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지산지소운동을 실천하고 식량자급률을 현재 40%에서 45%로 올리겠다는 것을 분명한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지산지소를 실천하기 위해 식육기본법(食育基本法)을 제정하고 전 국민의 식생활 교육을 시켜서 건강수명을 연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학교급식에서 지역 농산물 30%를 사용토록 지침을 정했다. 일본농정의 핵심과제가 지산지소의 실천이다.
신토불이 운동은 환경운동이다. 지구를 살리는 운동이다. 지구 온난화로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바고는 물에 잠기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온난화의 심각성이 현실화 되고 있는 증거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는 푸드 마일리지의 개념을 도입해서 지역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은 외국에서 많은 연료를 사용하면서 수입한 농산물보다는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푸드 마일리지가 100분의 1도 안되니까 지구 환경적으로  친환경적 생활이라는 것이다.
우리 농민도 이제 변해야 한다. 정직하고 투명하게 기름진 토양을 기초로 한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여 안전과 안심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농가가 할 일을 다 하는 기반 위에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과 농촌사랑 일사일촌 운동도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생명산업의 본질이다. 그렇지 못하면 어느 순간 우리 식탁이 외국 농산물로 완전히 점령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농촌과 농업을 위해서 신토불이 운동을 다시 점화해야 한다. 감성적으로 국민에게 호소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내서는 안 된다. 운동만 있고 실천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한미 간에 FTA도 끝나고 한 EU 간에 FTA도 한창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이미 전 국민적인 합의를 본 신토불이 운동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사구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운동이 아니고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그 길만이 한국의 농업과 농촌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