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생명의 온전함으로 통일의 물꼬를
흙살림
조회수 356회
14-03-21 21:29
본문
생명의 온전함으로 통일의 물꼬를
이태근(흙살림 회장,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
지난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북한 평양을 다녀왔다. 적지 않은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6.15공동선언 실천 7주년 기념 남북 대회는 어렵사리 대회를 마무리하고 평양을 뒤로하고 서울로 향했다. 평양 순안 공항에서 약 55분 정도 걸리는 시간이지만 착잡한 심정 이루 말할 수 없다.
평양공항은 한국의 인천공항처럼 복잡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3~4대의 고려항공 소속 비행기들이 지상에 있고 정기노선은 1주에 북경 3회, 심양 2회, 블라디보스톡 1회가 운행되는 비행기 노선이 전부이다. 들에는 늦었지만 모내기를 하는 모습들이 군데군데 눈에 보이고 일찍 심은 모들은 벌써 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논둑에는 모두 콩이 두 줄로 심겨져 있고 논둑은 제초제를 친 것처럼 깨끗하게 정리 정돈 되어 있었다.
평양의 모습은 지금까지 봐왔던 개성이나 금강산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많았고 버드나무들이 대동강을 따라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유경’이라는 말처럼 수없는 버드나무들이 길거리를 메우고 있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시골에서 보는 것과 달리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평양 곳곳에는 상점의 간판들과 구호들이 요란스럽다. 우리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들이다. 가는 곳곳 길거리마다 손을 흔드는 모습은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민족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대동강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의 모습은 생각과는 다르게 깨끗한 모습이었다. 궤도열차나 무궤도 열차 2층버스들이 다니고 있고 걸어다니는 젊은 학생들도 책을 보면서 길을 걷고 있다. 알록달록한 지붕의 모습들이 펼쳐진 우리나라의 정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평양 화력발전소의 연기가 계속 올라오고 있으나 전력 사업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각종 생필품은 부족하고 트랙터로 논을 가는 모습과 손으로 모를 심는 모습을 같이 볼 수 있다.
잠시잠깐 평양을 둘러보았지만 내내 머릿속에는 이 나라 통일을 위한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어야 하는가 복잡했다. 통일을 향한 모든 사람들의 열망은 똑같을지 몰라도 통일을 위한 각자의 생각은 너무도 다른 것 같다. 남과 북이 다르고 남의 내부는 너무나 다르다. 각 정당간, 정파간 처지에 따라 남북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슬픈 일이다.
김구 선생이 주동했다는 1948년 남북 정당단체연석회의 대실패 이후 아직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안타깝다. 세계가 변하고 있다. 필요한 나라끼리 협력하고 공존하고 있지만 같은 민족인 한민족은 불행하게도 분열의 길을 걷고 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칠천만은 다시 한 번 반성해야 될 일이다. 사소한 것들에 사로잡혀 본질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우선 제일 먼저 할 일은 한 자리에 자주 모여 만나는 일이다.
단결하면 살고 분열하면 죽는다는 이 역사적인 진실 앞에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한다. 수 십년 끌어온 단절의 역사를 우리 세대가 이어야 한다. 역사주체자로서의 소명을 갖고 한반도 동시대인의 책임을 방기하면 안 된다. 평양, 똑같은 우리 민족이 우리 보다 조금 늦은 방식으로 살고 있는 곳이다. 그들을 우리의 품으로, 민족의 품으로 안고 함께 통합의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는 희망도 없고 우리의 미래도 없다.
정주영 회장이 소를 몰고 통일의 물꼬를 텄듯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남아있는 생명의 온전함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