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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다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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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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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다
이태근(흙살림 회장,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
한미FTA 정부협상 타결 이후 우리나라 유력 경제 신문들은 농업관련 기사를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이제까지 별 관심도 없어 보였던 농업관련기사가 경제신문의 1면에 나는 것을 보면 한미FTA협상에서 농업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가 잘 안 돌아가고 있는 것도 농업 탓, 땅값이 비싼 이유도 농업 탓이라고 각종 자료를 인용해 마지막 농업 죽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바른 소리를 해야 하는 언론의 소명을 다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우리 소비자들은 행복해질 것이라고 떠들고들 있다. 한술 더 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곡물가격은 21.7%, 고기값은 8.45%가 떨어져서 소비자들의 행복지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한미FTA가 우리 소비자들에게 행복지수를 높여줄 것인가. 대부분 언론이나 정책당국은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단호히 얘기하건대 답은 분명히 그렇지 않다.
현재 지구 전체가 큰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다. IPCC(유엔정부간 기후변화협의회)가 발표한 기후변화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종말 시나리오가 구체적인 근거를 대면서 제시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지구에 생존하는 동식물의 20~30%가 멸종하고, 2080년에는 70~80%가 멸종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북극 빙상의 40%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하면 상당수 해안도시가 침수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우리들에게는 남의 일로만 인식되고 내 일과는 상관없는 것처럼 듣지 않으려고 한다. 바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위기이다. 위험을 생각하지 않아, 재앙불감증으로 화를 입은 경우가 수도 없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미FTA는 우리 사회와 농민들에게 새로운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농업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농민만 먹고 살 것인가 중요한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지각있는 농민들부터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한미FTA 대책이 다시 농민들에게 돈 몇 푼 던져주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든 천년만년 살 수는 없다.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루빨리 농업, 농촌, 농민을 바라보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새로운 각오와 결단으로 우리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직업으로 농업을 자리매김해야 한다. 한미FTA를 계기로 우리농업이 국가 사회를 위하여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처럼 농업이 우리 국민들에게 디딤돌이 아닌 걸림돌로 인식하게 해서는 국민 전체의 안전한 밥상이 위협받게 될 것이며 국가 전체적으로는 공공의료에 심각한 구멍이 생길 것이다.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안정된 식량을 공급하는 역할을 우리 국토 내에서 나오는 농업이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 이렇게 복잡한 상태에서는 해결 방법이 없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람의 기본도리가 무엇인지 깨닫고 먹을거리의 기본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면서 우리 농업을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잘못된 목표, 잘못된 정책은 많은 사람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새로운 희망 만들기를 위한 많은 사람들의 의지와 지혜를 결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과 농업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그래서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농업과 농촌을 농민만의 문제로 봐서는 우리 사회에 희망은 없다. 농업, 농촌, 농민이 어떻게 함께, 국민과 함께 할 것인가가 핵심 화두가 되어야 우리 농업에 희망이 생긴다.
내 발등에 불이 붙으면 그땐 불끄기도 어렵다. 예측되는 위험에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자세, 불감증에 걸리지 않고 영원히 살 것처럼 사는 진정한 자세는 농업과 먹을거리의 기본을 알고 농사짓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먹을거리의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 정말 농사짓는 농민만 먹고살 정도만 농사짓는다면 우월의식과 경제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어찌 먹고살 생각인가?
2007년 6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