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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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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어려움을 나누는 지혜를
흙살림 조회수 327회 14-03-2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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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어려움을 나누는 지혜를
이태근 (흙살림 회장,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
결국 한미 FTA가 농민들의 피맺힌 절규 속에도 아랑곳없이 체결되었다. 이제 우리의 농업, 농촌, 농민들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농민으로 살면서도 꿋꿋이 이 땅을 지키며 환경과 먹을거리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건만 이젠 이 땅을 떠나야 하는지 한탄에 빠져 심각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우리나라를 핸드폰과 자동차, 배를 잘 만드는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대부분 농촌, 농민이 우리나라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잘 따지고 보면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장밋빛 결과는 한국농민들의 봉사와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미 FTA는 지금까지 수많은 농민들의 헌신과 봉사에 대해 마지막 비웃음이다. 경쟁력이 없는 산업은 이제 퇴출해야 한다는 정부와 소비자의 우매한 결단이 이제 우리 농업을 막다른 궁지로 몰아넣고 말았다. 농민에게도 마지막 결단을 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책임은 이제 우리 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다 짊어져야 한다.
우리 농민들은 IMF외환위기라는 외부의 타율적인 구조조정 압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우리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안정된 식량공급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다. 다른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주식인 쌀만은 안정된 가격을 지키기 위해 농민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며 고통을 참고 참았다. 그런 농민의 밑거름이 한순간에 물거품을 만들어버린 ‘퇴출의 오명’을 한으로 되새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미 FTA는 우리 농업과 농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한미 FTA를 통해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이익을 보는 집단은 또다시 자기들의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이익을 본다는 오만과 자기 편견을 버려야 한다. 한미 FTA를 통해 이익을 보는 집단은 더욱 겸손해져야 한다. 이러한 겸손 속에서 손해를 보는 집단의 패배의식을 조금이라고 감싸 안아 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화합과 인식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의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농업도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모범과 희생을 보이는 농민 지도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위기 속에서도 개인 이익이나 단체 이익을 위한 편협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체 농업, 농민을 위한 새로운 대안과 희망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농업의 위기는 우리 스스로도 주인의식 없이, 때만 되면 탈출하려는 생각으로는 농업이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새로운 변화와 사회를 위한 자기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농사짓는 땅은 재테크 대상이 아니라 생산의 수단이어야 한다. 이것을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구조로는 아무리 농사기술이 뛰어나도 생산성을 맞출 수 없다. 특히 외국과의 경쟁에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실체적인 방식으로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 기회에 농업과 관련한 인적, 물적, 사회적 조건을 모두 변화시켜야 한다. 이 길만이 살 길이다.
농민만 변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농민이 어려운 만큼 농민을 둘러싼 모든 조직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서로 어려움을 같이 나누려는 노력들이 선행되어야 이 어려움을 같이 극복할 수 있다. 자기는 가만히 있고 농민만 변화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어려움을 같이 나누려는 희생과 봉사가 선행된다면 새로운 희망이 타오를 것이다.
마지막에 몰리면 오히려 해법이 쉽게 나올 수도 있다. 새롭게 판을 짜고 사회 전체에서 농업과 농민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 국민의 힘으로 농업, 농촌, 농민을 일으키자. 그것은 곧 내 밥상을 건강하게 지키는 길이고 내 건강을 지키는 길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2007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