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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잇는 일본의 사케공방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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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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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케공방을 다녀와서]
전통을 잇는 일본의 사케공방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주관한 ‘우리 술 전문가 양성과정’에 (농)흙살림푸드 김행숙 이사와 이민규 간사가 참가하였다. 9월 해외 선진지 견학으로 진행된 일본 양조장 탐방 현장을 전한다. <편집자 주>

사진1.산토리 야마자키. 이 정도의 진열은 기본이다.
사진2.고베슈신칸은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을 가진 선생님의 세심한 설명이 견학생들에게 달콤한 감동을 주었다.

사진3.오카무라 혼케의 옛날방식 그대로 내려오는 발효통.
일본술(니혼슈)하면 ‘사케(일본식 청주)’가 떠오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종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공장을 지어 ‘정종(正宗)’이라는 브랜드로 팔기 시작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사케는 쌀을 주원료로 쓰면서 누룩까지도 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때 쌀이 귀했던 시기, 양조장에서의 주원료가 쌀에서 밀로바뀌면서 맛과 전통의 맥이 조금 어긋났던 사례를 비교하자면 일본의 사케 양조장마다의 역사와 전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설립년도: 1907년), 오카무라 혼케(1854년), 오오쿠라 겟케이칸(1637년), 하라쭈크주조(1897년), 고베슈신칸(1751년), 고니시키주조(1550년) 등 한 지역에 오래전부터 뿌리내린 양조장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술만 파는 것이 아니었다.

사진4.양조장에서 술 외에도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한다.

사진5.고베슈신칸. 소규모 양조장에 적합한 설비가 갖추어져 있다.
오랜 전통의 맥을 이어온 양조장들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양조장이라 하면 분명 술을 만드는 곳으로만 생각되는데, 술만 파는 곳이 아니라면 어찌하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하였고, 둘러보는 양조장마다 손님을 맞이하고 안내하는 세팅을 주의 깊게 담았습니다. 깔끔한 견학코스는 물론이고, 아마도 모든 이의 시선을 멈추게 한 곳은 직접 생산한 사케, 위스키를 중심으로 시음과 전시?판매, 술지게미를 가공한 화장품, 과자, 짱아지, 볼펜, 음악CD, 티셔츠, 술잔 등 다양한 상품을 진열한 곳이었습니다.
약 150년 전 조그마한 가옥으로 시작된 오카무라 혼케의 사케공방의 주인 할머니가 기억에 남습니다. 마치 일본 만화영화 속 꼬부랑 할머니의 모습이 연상되는 점잖은 외모에 견학 내내 끊임없이 조상님들 자랑을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집 안에서 점심식사를 정성스러이 대접받고, 전통가옥, 유물, 그리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사케공방을 소개받으며 둘러보았습니다. 여기 공방에는 거북이 장식품이 수 천 개가 진열되어 있고, 거북이 1만 마리가 모여지게 되면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합니다.
지역양조장을 지켜라!
일본의 지역 전통양조장들이 살아남은 비결 중 하나는 여러 지역 다양한 기후, 환경에 따라 술 맛이 달라지는 점을 활용하였습니다. 고베, 오사카 지방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술맛으로 소비자들에게 홍보하며 이제는 지역의 토착 축제로 활성화되어 지역경제에 큰 힘이 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 술의 원료인 쌀(일본쌀품종이 6만개나 된다고 함)을 지역 내 농가와 계약하여 수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농촌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겠지요. 우리나라는 현재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대규모 유통으로 인하여 하루에 100여개의 지역 양조장들이 문을 닫는 현실 앞에서 일본의 이러한 경쟁력과 상생의 원칙은 배울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진6.오카무라 혼케는 1층은 양조장과 상점, 2층에는 전시장이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 사뭇 질서정연하게 오밀조밀 모여 있습니다. 동네 양조장인데 이렇게 볼거리가 많다.
전통, 문화가 곧 자부심이고 자존심입니다.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일본 양조장들을 보며 술을 중심으로 슬기로운 문화의 꽃을 피우는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글:이민규(흙살림 사무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