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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 심층 토론회-한미FTA, 우리농업이 갈 길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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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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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 심층 토론회-한미FTA, 우리농업이 갈 길

길은 있지만 농업, 농촌, 농민의 갈 길은...

농민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한-미FTA가 체결되고 한-EU FTA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땅에서 농사짓는 일 자체에 허탈감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도법스님이 이끄는 생명평화탁발 순례단의 괴산 흙살림방문에 즈음하여 이 시기 우리 농업의 길 찾기에 우리 농업을 고민하는 많은 분들이 모였다.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우리 이웃에게 길이 있다는 도법스님의 화두가 장장 5시간 가까이 이루어진 토론의 핵심이었다. 이들이 농촌, 농업, 우리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것들을 들어보자.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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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07.5.7(월) 오후 7시 30분~자정
? 장 소 : 충북 괴산 흙살림 교육장
? 주 최 : 사단법인 흙살림
? 주 관 : 생명평화결사 생명평화탁발순례 괴산준비모임 |
■발제 : 박승옥(시민발전 대표)-FTA와 지역자립농업을 위한 우리의 선택
문명은 전화되는 것이 아니라 조만간 붕괴될 것으로 본다. 석유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을 때까지, 그리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석유를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현대 산업문명이 석유문명이라면 현대 산업농업은 석유농업이다. 작물이 성장하면서 하늘로부터 공짜로 받은 축복의 햇빛에너지를 빼면, 씨앗에서부터 농약과 각종 농자재, 논밭을 갈고 농약을 주고 또 가을걷이하는데 들어가는 각종 농기계까지 석유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다.
석유문명은 자살문명이다. 석유생산이 소비를 따라잡지 못하는 피크오일(석유정점)이 머지않았다. 2015년 전후 또는 올해라는 추정도 있다. 미국은 정점이 지났다. 현재와 같은 인류의 에너지 과다소비를 떠받쳐줄 에너지 자원은 더 이상 이 지구상에 없음이 명백하다.
석유정점이 되면 지금의 값싼 비료와 농자재, 농기계의 사용도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20세기 후반기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사막화, 홍수 등 크고 작은 자연재해와 이상사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격한 증가, 북극의 해빙과 유럽에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 등도 식량생산에 엄청난 혼란과 충격을 가져올 징후들이다.
한-미FTA가 한국농업을 초토화시킬 것이다. 값싼 석유를 기반으로 미국의 값싼,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식품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우리 농업의 숨통을 끊어놓고 말 것이다. 규모를 키우고 석유를 투입하는 농업, 시장경제에 편입된 공장제 농업은 그것이 영세하건 대규모이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그러나 반면에 전혀 다른 대안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90% 이상이 석유에 의지하는 정부정책, 관행농업은 유기농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가족농을 중심으로 한 자립농업, 지역에 기반을 두면서 얼굴 없는 시장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지역 유기농산물 직거래, 지역자치농업이 그것이다. 유기농만이 아니라 에너지전환을 실천하는 농민이 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살 길이다.
도시에 살고 있는 도시민들은 범죄적인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 우선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진보의 가치, 발전과 성장에 대한 성찰적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 강춘성(전국농업기술자협회 회장)-농촌 농민부터 변화하자
규모화된 농업으로 가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이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자연과 환경을 지켜주는 생활농을 강조한다. 밥 먹고 옷 입고 사는 것처럼 농(農)이 그래야 한다. 국민 전체가 농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생활농이 경쟁력이다. 농업농촌문제가 국민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농촌, 농민쪽의 큰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 결국 상생해야 한다. 그냥 어려우니까 도와달라는 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농업, 농촌, 농민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접근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 김용우(상지대학교 국제친환경유기농센터 연구기획실장)-모든 시민사회운동이 지역으로
시민사회운동의 기초가 농업운동이 되어야 한다. 모든 시민사회운동이 지역으로 가야 한다. 삶의 중심, 생활의 중심인 지역운동으로 바뀌어야 한다. 시민사회에서 지역식량계획, 농촌?농업살림 계획이 나오고 이것이 구체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네트워크해서 이런 문제들을 우리 스스로 다루고 풀어갈 수 있을 때, 중앙정부나 지자체에도 압박을 가할 수 있고 바꿔나갈 수 있다. ‘밥상의 경건함’을 깨닫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성찰이 시작되고 농업의 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 남무현(괴산군 불정농협 조합장)-옛 것을 복원하는 것에서 출발하자
지금까지 한-미FTA 타결을 전제로 이야기해본 적이 없으며, 전국농민회도 한-미FTA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농업을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것으로 배워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역농업의 존재가치는 지역과 함께 하는 데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또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합경영하면서 많이 고민한다. 농협을 농협답게, 농업을 농업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지역농업이 가능할까. 친환경이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시설이나 인위적으로 새로 무엇을 만들어내기보다 옛날 것을 복원하는 것밖에는 없는 것 같다.
■ 박세길(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위원장)-국민농업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지금 머리 싸매고 고민해야 할 것은 국경을 넘어 오는 적을 막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적을 어떻게 몰아낼 것인가이다. 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국민농업이라는 개념으로 전 국민이 함께 해야만 가능한 이야기다. 시장경제를 뛰어넘는, 시장을 대신하는 새로운 생산-유통-소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 국민적 먹을거리공동체를 만들고 지역순환농업을 도시로 확장해서 도시농업도 활성화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농업과 관련된 모든 단체들이 네트워크화해야 한다. 농민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사회는 생산을 보장해야 한다. 농민이 어떻게 가격을 보장받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을 뛰어넘어 근본적으로 책임져 주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농업회생의 극적인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 백승우(화천 농부)-소득 예측이 가능한 농업이 살 길
농사는 평당 소출이 거의 정해져 있고, 필요한 돈의 규모도 알고 있으니, 농사를 얼마만큼 지으면 되겠다는 계산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나온다. 농업문제의 해답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결국 농촌을 지키고 살도록 하려면 농업에서도 소득의 예측가능성을 주는 쪽으로 가야한다. 교육에서부터 다양한 부처가 힘을 모아서 공조체제가 제대로 이루어져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을 때 지금 다 죽어가는 농촌이 회생가능성이 조금 있을까 말까 한데, 아예 농촌은 농림부 소속인 걸로 하니 한계가 있다.
■ 윤석원(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도시계획은 있는데 왜 농촌계획은 없는가
농업농촌문제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전 국민의 문제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가칭 농업농촌가치포럼 같은 것이 필요하다. 각계각층, 기업, 언론, 국가 모두가 나서서 농업문제는 민족, 우리의 구체적인 삶, 생명과 관련된 것이고, 농업은 정말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규모화의 길이 아니라 예측가능한 소득이 필요하다. 중규모에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농촌인구가 지금 7%인데 선진국은 2~3%이다. 아마 우리도 그렇게 갈 것이다. 그러면 농촌공간, 농촌공동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나라에 도시계획은 있는데, 그러한 농촌계획이 없다. 우리나라 농업농촌문제는 농지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재지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 이창한(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국민농업으로 패러다임 전면 전환해야
‘지속가능한 국민농업’을 주제로 다원농업체계를 세우자.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하자. 즉 농민뿐 아니라 국민 전체를 이해당사자로 하는 국민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큰 골격은 안전한 먹거리 공급과 생태환경보전이다. 친환경농업을 확대하고, 농민들이 대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공익적 역할에 대해 국가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기간 농민들이 생산현장에 다양한 공동체를 조직하고 또는 제도적으로 육성해나가야겠다. 농지에 도시자본이 침투하는 것을 막고 국가가 농지에 대해 사회적?공적 소유를 늘려서 농민에게 싼값에 임대해야 한다. 지역 생산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먹을거리 체제, 먹을거리 공동체가 필요하다.
■ 정용수(도시농업위원회 위원장)-각성된 소비자 도시농업으로
도시농업은 농사를 주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농사를 짓도록 하는 것이다. 농사의 일상화를 위한 것이다. 농사를 일상화하다 보니 도시민이 교육되고 각성된 소비자가 생겨나고 있다. 도시인들에게 ‘농업’을 자꾸 얘기하지 말고 농사가 그냥 스며들도록 일상화시켜야 한다. 전통농업이 복원되어야 한다. 텃밭농사를 하는 분들은 토종씨앗의 보존도 가능하다. 지금 농지의 70%가 부재지주 소유다. 철저히 조사해 농지를 가진 사람이 농사를 짓도록 해야 한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수치화해서 꼭 농민이 아니더라도 농사짓는 분들에게 돌려주자. 한 30년만 있으면 환경생태농업 안 할 수가 없다. 그때까지 농업을 잘 지키자.
■ 정형영(충남 홍성 풀무생협 전무)-지역내에서 자구적으로 풀자
농업 문제는 농민이 자구적으로 풀어야 한다. 도농연대로 풀어야 하고 지역 순환, 생태농업을 완결하는 방식으로 지역단위농업을 상정하고 풀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산, 유통, 가공에 농민 스스로 참여하고 지역사회 내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품질의 문제, 가격의 문제, 생산량의 문제가 많이 대두되고 있는데, 실제로 농민들 연구를 통해 개발되고 있다. 농업위기 시대에 농업에 투신할 인력, 지도력을 양성하기 위한 투자, 연대협력을 통해 이러한 것들도 해결해야 한다. 모두 예비 농사 인력이 되어야 한다.
■ 조완형(사단법인 한살림 상임이사)-친환경유기농업이 진정한 대안이 되려면
친환경농산물이나 가공품도 현재 산지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친환경가공식품이 작게나마 누렸던 프리미엄 역시 앞으로 불안하기만 하다. 진정한 유기농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할 때이다. 푸드마일리지와 같은 개념들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유기농 인증기준을 만들어서 세계를 향해 얘기하고 국제적으로도 연대할 필요가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성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식생활 교육을 국가가 나서서 법제화도 하고 예산도 책정하여 식생활교육, 지구환경교육, 농업교육 등을 하도록 해야 한다.
? 좌장 : 이태근(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농업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
농업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농민만 먹고 살 것인가 중요한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고, 한-미FTA야말로 국민 전체의 안전한 밥상을 위협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공공의료에 심각한 구멍을 낼 걸림돌이며, 농업이야말로 우리나라의 미래가 안정성을 갖게 하는 디딤돌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의지와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농민을 위하는 일이 국민을 위하는 일이고, 국민을 위하는 일이 곧 농민을 위하는 일이라는 믿음을 중심에 두고, 농업, 농촌, 농민이 어떻게 국민과 함께 할 것인가가 핵심 화두가 되어야 우리 농업에 희망이 생긴다.
? 자유 토론
? 이용희(괴산농민회 사무국장)
농업이 현재 가야 하는 길은, 협동조합이 협동조합다워야 하고 유통을 개혁해야 하고 농업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을 바로잡는 일이 우선이다. 정부는 한-미FTA하면서 농민들에게 자꾸 무엇을 보상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데, 마치 농업이 농민들만의 문제인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이것은 정부의 생색내기요, 언론플레이에 의한 개념 조작이라고 생각한다.
? 최동주(농업기술자협회 사무총장)
개방화 시대에 살아가는 방법은 직불제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 직불제가 농업예산의 30%까지 확대되지 않으면 농촌에서 살기 어려울 것이다. 생산, 가공, 유통분야에 농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서 농가소득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지역에 대안을 만들 농업회의소가 설립되고, 한 농가가 도시소비자 10~15가구와 직거래를 한다면, 우리 농산물, 특히 쌀 문제는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최준혁(경북친환경농업생산자협회 회장)
농민이란 집단이 어떻게 뭉쳐서 국가가 갖고 있는 한정된 재화의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게 하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본다. 차별화된 가치관으로 농민이 무장해서 존경받는 집단이 되어야 하고, 존경받는 집단이 생산한 것은 가치가 올라갈 수 있고, 소비자들도 그에 대해 그만큼의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
? 윤영우(농민, 괴산)
농민이 어떻게 스스로 내 문제의 주인이 되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그런 식의 접근, 그런 운동이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농촌의 거의 모든 재원이 정부돈이다. 그런 방식 말고 농민들도 어렵지만 소득의 1%씩 돈을 내고 스스로 뭔가 좀 해보려고 해야 한다. 실제로 농촌사회의 복지, 의료, 교육문제 등도 대단히 중요하다.
? 이진천(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
농민들 하루의 일상, 농가 빚의 문제는 왜 극복될 수 없는가 등 구체적인 자료, 지역의 데이터 등이 모아져야 할 것 같다. 행정볼 사람이 아니라 미래의 농사꾼 한 사람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내고 투자하고 구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안철환(귀농본부 이사)
생산적, 창의적 소비자가 되는 것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중간 탈락자도 많다. 소비자에게 당당하게 감자도 못 키우고 쌀도 못 키우는 사람이 먹을 자격이 있나 하면서 벼, 감자 화분도 만들어서 주고 생명에 대한 각성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도법(스님)
농촌 농업의 문제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진보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전 국민이 농업?농촌문제를 어떻게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게 할 것인가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느 농촌이나 어느 농민이나 사는 게 갑갑하고 불안하다. 왜 이런 것일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한국사회를 돌아보고 있다. 다녀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길이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길이라는 생각을 사람들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전혀 엉뚱한 길을 길이라고 소리치고 가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의 모습인 것 같다고 느낀다. 아 그것이구나, 그렇게 해야지 하고 마음을 모으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
<정리 : 이선자>
2007년 6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