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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구를 위한 농산물인가
이태근 흙살림 회장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과 거래하는 친환경 토마토 생산 현장에는 한숨과 비명이 가득하다. 토마토 꼭지 부분에 미세하게 보이는 흔적을 '유해 곰팡이'로 단정 지으며, 하루에도 수백 박스의 물량을 일방적으로 반품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품질 관리를 넘어, 농민의 피땀 어린 결실을 무참히 짓밟는 가혹한 처사이다.
생물학적으로 미생물은 인간의 눈으로 그 정체를 단번에 식별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수백 배율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도 판별이 쉽지 않다. 전문 기관에서는 PDA(Potato Dextrose Agar) 배지에 균을 배양하여 일정 기간 증식시킨 후 그 특성을 관찰하는 엄격한 과정을 거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플랫폼의 검사원들은 무엇을 근거로 육안만으로 '유해 곰팡이'라 확언하며 반품 도장을 찍는 것일까. 과학적 근거도, 전문적 배양 절차도 생략한 채 이루어지는 이러한 판정은 오만하기까지 하다. 마치 신의 영역에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처럼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작금의 검수 방식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친환경 토마토는 일반 농산물과 그 궤를 달리한다. 화학 농약을 사용할 수 없기에,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이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요즘처럼 고온 다습한 기후 조건에서는 공기 중의 다양한 미생물이 농산물 표면에 머물기 마련이다. 이것이 친환경 농업이 지닌 숙명이자, 동시에 건강한 생태계의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통 대기업은 이러한 친환경 농업의 가치와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토마토는 꼭지를 먹는 채소가 아니다. 꼭지를 제거하고 깨끗이 세척하여 섭취하는 농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식용 부위가 아닌 부분의 미세한 흔적을 이유로 전체를 폐기 수준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은 상식 밖의 행태이다.
일부 플랫폼이 반품하는 엄청난 양의 토마토 뒤에는 밤낮으로 밭을 일군 생산자와 유통업체의 피눈물이 고여 있다. 거대 플랫폼과의 거래는 결코 대등하지 않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통보와 가혹한 검수 기준은 친환경 농가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을 일반 농산물과 동일한, 혹은 그보다 더 엄격한 외형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 땅에서 친환경 농업을 고사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보기 좋은 떡'만을 강요하는 유통 자본의 잣대가 계속된다면, 누가 이 힘겨운 가치를 지키기 위해 흙을 일굴 수 있을까.
거대 플랫폼은 이제라도 농산물의 본질을 보아야 한다. 겉모양의 결벽증적인 완벽함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안전과 생태적 가치를 존중하는 유통 철학을 회복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전문성 없는 '육안 검사'로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