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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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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경작한 농작물은 누구의 소유일까
흙살림 조회수 4회 26-01-0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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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소유토지 위에서 어떤 사람이 권원(법률적으로 정당하게 하는 근거)없이 농작물을 경작한 경우, 누가 농작물의 소유자일까요? 

토지, 사람, 농작물이 순환관계로 서로 기여하듯이, 신 기하게도 법도 이를 흉내 내는 듯합니다. 

흙은 모든 만물의 모태입니다. 인간이 흙을 밟고, 만지 고, 내음을 그리워 하는 이유는 단순히 개인 취향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흙과 직접 접 촉하는 행위는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인간의 마음 을 안정시킨다고 합니다. 코르티솔(흔히 스트레스호르 몬)을 감소시키고, 세로토닌(흔히 행복호르몬) 분비를 

39촉진해 항불안 항우울 효과를 낳는다고 합니다. 스트레 스, 질병, 노화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인간은 미래가 아 니라 가장 안정적인 기억을 호출한다고 하는데, 그 중심 에는 집, 고향, 그리고 어린 시절 만지고 놀던 흙이 주는 느낌이 있는 것입니다. 심리적으로 흙을 밟는다는 것은 지금은 안전하다는 신호입니다. 

농작물도 흙 위에서 자랍니다. 흙이 없다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흙은 농작물에게 수분과 양분을 주는 생 존의 기반입니다. 나아가 생존을 넘어 흙이 좋아야 좋은 농작물이 산출됩니다. 흙은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막아 주는 따뜻한 요람이고 흔들리지 않게 뿌리를 품어주는 어머니입니다.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맞아 곡식이 익을 때 까지 참고 기다립니다. 

농작물은 사랑의 손길도 중요합니다. 농작물은 땅 위에 서 있지만, 매일 자신을 보러 오는 것은 사람입니다. 사 람이 농작물을 키운다는 것은 시간을 투입하고, 생명을 현실화시키는 사랑입니다. 잡초를 뽑아주고, 병충해를 막아주며, 비료를 주고, 물을 주는 존재는 사람입니다. 농작물도 표현은 못하지만 자신을 키우고 살린 반복된 사랑을 기억할 것입니다.

농작물은 인간의 관리와 노력 없이는 성장할 수 없지만, 사람이 농작물을 돌보는 토대는 다시 흙입니다. 흙은 단 순한 재배의 매개가 아니라, 사람과 생명(농작물)을 동 시에 지지하는 모태입니다.

위와 같은 상호관계들은 처음 제기했던 의문에도 유효 한 해답입니다. 대법원의 원칙적 입장은 ‘타인 소유 토 지에 농작물을 경작한 경우에도 그 생산물은 사실상 이

40를 경작, 배양한 자의 소유가 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1968. 6. 4. 선고 68다613, 68다614 판결 등 참조). 즉 타인의 토지에 권원 없이 경작한 경우라도, 농작물의 경 우 경작자의 부단한 관리가 필요하고, 그 점유가 경작 자에게 귀속하고 있는 것이 비교적 명백할 뿐만 아니라 농작물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불과 수 개월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토지 소유권자의 소유권 행사가 제약되는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기 때문에, 이를 경작, 배양한 자 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법은 토지소유자도 보호합니다. 즉 경 작자는 토지소유자에게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법도 순환하고 있습니다.  

흙은 인간에게 가장 오래된 안전지대입니다. 그 흙 위에 서 농작물은 인간의 정성과 시간을 머금고 자랍니다. 생 명은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돌봄입니다. 그리고 그 돌 봄의 가장 오래된 무대는 바로 다시 흙입니다.

글 이영헌 변호사(법무법인 자우)